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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 시즌10] 하사안-개념과 물질의 경계선에서

2024.07.29(Mon) 11:39:16

[비즈한국] ‘같이의 가치’라는 말이 있다. 10여 년 전 한 기업의 이미지 광고에 등장한 말이다. 함께하는 힘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닌 멋진 카피다. 같이 한다는 것은 공감 혹은 소통을 뜻하고, 이 힘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수 있다. 예술도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을 때 가치를 지닌다. 공감은 시대정신과 보편적 예술 언어에서 나온다. ‘한국미술응원프로젝트’도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을 쉬운 미술 언어로 보여주고자 한다. 시즌 10을 맞으면서 공자가 말한 ‘좋은 예술은 반드시 쉬워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하려는 작가를 응원한다.

 

하사안 작가는 자신이 개발한 색 모래를 이용해 물질성을 강조한다. 개념과 물질의 경계선에서 새로운 개념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20세기는 미술의 백화점이라고 할 만큼 다양한 이즘의 미술이 번성했다. 미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모두 수용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은 ‘새로움’이었다.

 

그 중에서 현대미술의 영역을 넓히는 데 큰 공을 세운 것 중 하나가 ‘개념미술’이다. 작품의 결과보다는 생각 자체를 예술로 보는 경향이었다. 아이디어가 곧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술의 토양을 풍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개념미술의 출발점을 만든 이는 마르셀 뒤샹(1887-1968)이다. 삶 대부분을 프로 체스 선수로 살았던 뒤샹은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로 현대미술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이 되었다. 사용 목적이 분명한 기성품에 새로운 의미를 붙여 예술품으로 만든다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생각이었다. 

 

#02 Island(love&happy, Mom's Photo Album Azalea Flower hot pink): 116.8x91cm Mixed media on canvas 2022


뒤샹의 아이디어를 구현한 작품은 당시 미술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리처트 뮤트라는 양변기 제조회사의 상품인 남자용 소변기를 사다가 전시장(1917년 뉴욕에서 열린 독립미술가전)에 설치하고 ‘샘’이라는 제목을 붙여버렸다. 출품작가도 ‘리처드 뮤트’라 하고. 그러나 이 작품은 천박하다는 이유로 전시되지 못했다. 어쩌면 뒤샹이 예견한 당연한 논란이었을 게다. 논쟁이 이어지면서 ‘샘’은 서양 현대미술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이 됐다. 

 

소변기는 공장에서 생산돼 화장실에 설치되기 전까지는 둥근 형태의 세라믹 물체일 뿐이다. 용도가 주어지기 전의 물체이기 때문이다. 이를 미술에서는 ‘오브제’라고 부른다. 뒤샹은 여기에 ‘샘’이라는 개념을 주입했다. 이로부터 엄숙하게 조명을 받고 전시된 소변기는 ‘샘’이라는 예술작품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만약 뒤샹이 ‘샘’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고 ‘모자’ 같은 제목으로 발표했다면, 20세기의 가장 유명한 현대미술 작품이 된 소변기는 ‘모자’로 알려졌을 것이다.

 

뒤샹은 수천 년 동안 내려온 예술 신비주의에 일침을 가한 셈이다. 예술적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허망한지 보여준 것이다. 뒤샹의 기발한 아이디어 덕분에 20세기 미술가들은 공들여 제작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찬사를 받는 작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되었다. 

 

Love is blind but it sees far: 162.2x112.1cm Mixed media on canvas 2024

 

 

이렇게 출발한 개념미술은 많은 작가를 스타로 만들어주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팝아트 작가 로버트 인디애나다. 개념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언어를 물리적 도상으로 만들어 세계적 작가가 됐다. 조각으로 널리 알려진 ‘LOVE’가 그것이다. 이 작품은 국내에서도 건물이나 호텔 로비에서 볼 수 있다.

 

하사안도 언어를 이용한 아이디어로 개념적 회화를 보여준다. 언어가 가진 메시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다. 그는 이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글자 그림으로 언급한다. 전쟁, 환경 같은 무거운 주제에서부터 대중가요 가사의 달달한 메시지까지 다양하다. 

 

그런데 언어가 보여주는 개념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개발한 색 모래를 이용해 물질성을 강조한다. 개념과 물질의 경계선에서 새로운 개념 회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준엽 화가·비즈한국 아트에디터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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