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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용 줄이려 무등록업체에 하청" 공사비 오르자 불법 하도급 급증

올해 상반기 행정처분 95건, 전년 대비 53% 증가…"부실 시공, 재해 일으킬 우려 커"

2024.07.25(Thu) 11:04:12

[비즈한국]  #1 서울 영등포구 토목건축공사업체인 A 사는 전북 익산시 공동주택 신축 공사 현장에서 도장·습식·방수·석공사를 무등록업체에 맡겨 지난 5월 서울시로부터 79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 경기 화성시 토목건축공사업체인 B 사는 민간에서 수주한 경기 이천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무등록업체에 가설울타리 공사와 배수판 공사를 하도급한 혐의로 지난 6월 경기도로부터 각각 5개월 영업정지와 680만 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3 경남 밀양시 건축공사업체인 C 사는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철골 자재 납품업체에 자재 납품은 물론 현장 시공까지 맡겨 지난 3월 경상남도로부터 2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올해 상반기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다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은 건설사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사진은 서울 시내 건축공사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다 적발된 건설사 사례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건설업계 원가율이 크게 악화한 가운데, 올해 상반기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다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는 건설사가 전년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 품질과 안전을 담보하려면 건설 현장의 과도한 비용 절감 욕구를 통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즈한국이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무등록업체에 공사를 하도급하다 적발돼 행정 처분(최초 공고 기준, 변경·​정정·철회 포함)을 받은 건설사​는 총 95곳으로 전년 대비 33곳(53%) 증가했다.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준 건설사는 종합공사업체가 48곳, 전문공사업체가 47곳이었다. 

 

건설 공사는 건설업 등록 업체만 수행할 수 있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건설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업종별로 정해진 자본금과 기술인력,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춰 관할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하려는 건설사는 해당 공사 시공 자격을 갖춘 건설사업자에게만 공사를 하도급할 수 있다.

 

무등록업체 시공은 경미한 공사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건설산업기본법이 규정하는 경미한 공사는 예정 공사비가 5000만 원 미만인 종합공사나, 1500만 원 미만인 전문공사다. 이마저도 가스시설공사나 철강구조물공사, 삭도설치공사, 승강기설치공사, 철도궤도공사, 난방공사 등의 전문공사는 무등록업체 시공을 전면 금지한다.

 

한 광역자치단체 관계자는 “건설 현장을 관할하는 지자체나 국토관리청에서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건설사 본사가 소재한 지역의 지자체가 처분을 내린다”며 “무등록업체에 하도급하는 것은 부실시공 우려가 가장 높은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행위로, 최근 부대공사 등에서 무등록업체 불법 하도급 적발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무등록업체 하도급에 대한 행청처분은 무겁다.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라 무등록업체에 공사를 하도급한 건설사는 1년 이내 영업정지나 하도급 공사비 30% 이내의 과징금을 처분 받는다. 경미하지 않은 공사를 수행한 무등록업자는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올해 상반기 무등록업체에 하도급을 주다 적발된 건설사 44곳은 영업정지, 51곳은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무등록업체에 대한 불법 하도급이 증가한 배경에는 건설 원가 상승과 이에 따른 비용 절감 목적이 자리한다.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0.21포인트로 지난해 5월 대비 2%, 3년 전인 2021년 5월 대비 18% 상승했다. 건설공사비지수는 자재, 노무, 장비 등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직접공사비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매월 조사해 발표한다.

 

최용화 한국건설안전협회 기술연구원장은 “건설현장에서 무등록업체를 쓰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감이다. 최근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상승, 공사 기간 압박으로 저가에 공사를 하도급받는 무등록업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현장을 포함하면 무등록업체 하도급 사례는 늘어날 것”이라며 “무등록업체는 기술력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산업 재해나 부실 시공을 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무등록업자에게 상습적으로 하도급을 주는 건설사에 대한 처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2021년 6월 건설산업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해 건설사가 무등록업자에게 5년 내 3회 이상 하도급을 준 사실이 적발되면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 개정안은 지난 21대 국회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동 폐기됐다.

 

국토교통부 건설정책과 관계자는 “법안 발의 당시 업계에서도 부실시공이나 불법하도급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다. 이번 회기에 무등록업체에 불법하도급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다시 발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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