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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 구속, '벤처 신화' 이대로 끝나나

PC방·한게임·카카오 창업한 자수성가 기업인…총수 공백으로 전략 재편·사법리스크 확대 불가피

2024.07.24(Wed) 17:30:09

[비즈한국] 카카오 창업주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를 조정한 혐의로 23일 구속됐다. 그룹의 변화와 혁신을 위해 경영쇄신위원회까지 꾸린 카카오는 사상 첫 총수 구속이라는 위기를 맞았다. 국내 벤처 1세대를 주도하며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만든 김 위원장은 카카오를 굴지의 플랫폼 기업으로 키웠지만 무리한 확장 전략이 독배가 됐다는 평가다.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카카오그룹은 사상 첫 총수 구속 위기를 맞았다. 김 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Character(인물)

 

카카오 주식 가치가 크게 올랐던 2021년, 당시 카카오 의장이던 김 위원장은 가족에게 약 1400억 원의 주식을 증여해 화제가 됐다. 같은 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 부자에 등극한 그는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인이다. IT 벤처 신화 주역이자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 위원장은 녹록지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1966년 전라남도 담양 농가에서 2남 3녀 중 셋째이자 맏아들로 태어났다. 다섯 남매 교육을 위해 가족이 서울로 상경한 뒤에는 할머니까지 여덟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했다. 넉넉하지 않은 집안에서 홀로 대학에 진학한 김 위원장은 재수 끝에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에 86학번으로 입학했다. 

 

김 위원장은 1992년 삼성데이타시스템(현 삼성SDS)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김정호 전 NHN 글로벌 게임사업 총괄,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이사 등을 만났다. 1998년 그는 독립을 결정했다. 첫 사업 아이템은 PC방이었다.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한창이던 때였다. 김 위원장은 한양대 앞에 ‘미션 넘버원’이라는 이름의 PC방을 차려 운영했다. 수기로 손님을 받는 데서 나아가 이용 시간과 요금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PC방 사장들에게 판매했다. 이때 번 돈은 한게임의 창업 밑천이 됐다. 

 

#Career(경력)

 

김 위원장의 첫 ICT(정보통신기술) 사업은 여러모로 ‘도박’에 가까웠다. 1998년 11월 창업한 한게임은 PC방 인기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했다. 고스톱, 포커게임을 인터넷으로 즐기는 한게임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다른 한편에선 도박을 ‘게임화’한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는 사이버머니를 도입해 논란을 돌파하는 등 승부사라는 별명처럼 대범한 행보를 보였다.  

 

삼성 입사 동기였던 이해진 네이버 의장과의 만남은 신의 한수로 꼽힌다. 트래픽 비용 부담이 고민이던 한게임과 국내 포털시장에서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던 네이버컴(네이버 전신)은 합병을 통해 (주)NHN 설립을 이끌어냈다. 이후 한게임의 사행성 문제가 이어지고 네이버가 ‘지식인’ 서비스 등으로 독자 생존이 가능해진 상황에서 두 사람의 인연은 변곡점을 맞게 된다. 김 위원장은 2008년 NHN을 퇴사했고 2년 뒤인 2010년 ‘카카오톡’을 선보이며 국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열었다. 

 

김 위원장이 2010년 선보인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은 빠른 속도로 이용자를 모아 한국인의 ‘국민 메신저’​에 등극했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박은숙 기자


#Capability(역량)

 

카카오톡은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회원 수가 6개월 만에 100만 명을 돌파했고 더욱 가파르게 성장해 1년 만에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이번에도 문제는 수익모델이었다. 수년간 적자를 겪던 2012년 김 위원장은 중국 최대 게임기업 텐센트에서 720억 원, 위메이드에서 200억 원 등 총 920억 원의 자금 유치에 성공했다. 같은 해 70억 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2013년에는 이익을 수백억 원 규모로 늘렸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14년 카카오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을 선언하고 같은 해 10월 다음카카오 합병법인을 출범했다. 2172억 원이던 자산은 다음과 합병 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카카오그룹은 메신저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김 위원장은 자율경영을 내세워 거침없이 인수합병(M&A)과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2017년 63개이던 카카오 계열사는 지난해 4월 147개로 2배 이상 늘었다. 재계 2위 SK그룹(198개) 다음으로 많은 수다.

    

#Critical(비판)

 

​카카오는 ​크게 늘어난 계열사 규모만큼 단기간에 많은 사업에 뛰어든 탓에 곧 부작용에 시달렸다. 문어발식 확장과 독과점 등 논란이 한꺼번에 덮쳤다. 회사 덩치만 키울 뿐 질적 성장은 뒷전이라는 비판을 받은 배경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호출 독과점 논란, 매출 부풀리기 의혹, 플랫폼 지위를 이용한 계열사들의 골목상권 침해, 서비스 도용 및 표절 논란이 연달아 터졌다. 

 

2021년 11월 당시 류영진 카카오페이 대표 등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상장 후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매각해 880억 원을 현금화한 이른바 ‘먹튀 사건’이 드러나면서 경영진의 도덕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관련해 임원 배임 의혹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비상 경영에 돌입해 쇄신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초유의 총수 구속 사태로 급제동이 걸렸다.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사진=박은숙 기자

 

정치권의 연이은 질타와 주가 하락에 직면한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비상 경영에 돌입했다. 올해 초에는 그룹 쇄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CA협의체를 발족했다. 김 위원장이 직접 그룹 체질 개선과 계열사 정리 등 쇄신 경영에 나섰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23일 새벽 구속되며 급제동이 걸렸다.

 

#Challenges(도전)

 

법원은 김 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종으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와 함께 대기업 총수로는 이례적으로 도주 우려까지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24일 오전 김 위원장은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해 첫 조사를 받았다. 카카오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8일 CA협의체 소속 주요 계열사 CEO 등이 모인 임시 그룹협의회에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진행 중인 사안이라 상세히 설명할 수 없지만 현재 받고 있는 혐의는 사실이 아니다. 어떤 불법 행위도 지시하거나 용인한 적 없는 만큼 결국 사실이 밝혀지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의 구속과 공백으로 카카오 그룹 전사는 위기에 봉착했다. 카카오는 김 위원장과 함께 CA협의체를 이끌고 있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를 중심으로 그룹 경영을 차질 없이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경영쇄신 작업에 힘이 빠지고 비주력 계열사 매각 등 사업 재편, 인공지능(AI) 등 대규모 투자가 요구되는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벌금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본시장법상 양벌 규정에 의해 카카오 법인에도 벌금형 이상의 형량이 나올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논란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다. 카카오 관련 다른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사건이나 클레이튼 횡령 사건 등 사법리스크와 엮인 주요 사안이 향후 어떻게 전개될지 관심이 모인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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