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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독일에 도전장 던진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베를린서 열린 데모데이, 투자자와 협력처 찾는 5개 스타트업과 독일 기업 등 참여

2024.07.24(Wed) 15:08:09

[비즈한국] 독일 뒤셀도르프에서는 세계 의료 산업의 혁신을 견인해온 메디카(Medica)라는 전시회가 열린다. 메디카는 1969년 시작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한국은 매년 메디카의 주요 참가국 톱5에 드는 중요한 국가다. 해마다 300개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독일, 중국 기업들에 이어 메디카에서 그 존재감을 과시한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 의료 분야의 가장 큰 시장이자, 30개 이상의 헬스 클러스터를 보유한 의료 기술 선진국이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지만, 기술력과 혁신을 상징하는 국가 브랜드를 보유하고 의료 산업에서도 그 경쟁력을 자랑한다. 특히 IT와 반도체 등 미래 혁신 기술을 이끌어 가는 영역에서는 한국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은 세계 무대 진입을 위한 충분조건이 된다. 실제로 매년 메디카를 방문하면, 반드시 한국관을 찾는 글로벌 기업과 투자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최첨단 기술을 발빠르게 적용하는 한국 기업의 기술을 그 누구보다 먼저 접하기 위해서이다. 

 

유럽에서 가장 큰 헬스케어 시장을 접수하기 위해 혁신의 한국 스타트업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7월 19일 금요일, 베를린에서는 독일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한자리에 모였다. 세계 시장을 사로잡을 작지만 강한 고수들이 모인 흥미로운 자리였다.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혁신의 상징 한국 스타트업들은 독일의 헬스 및 의료 분야의 투자자, 액셀러레이터, 다양한 잠재 고객사 앞에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선보였다. 

 

지난 19일 유럽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이 베를린에서 모였다. 사진=김경재 제공


#웰펩, 센소리큐어, 바이오뉴트리온, 탈로스, 타이로스코프 참여​

 

이날 행사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과 협력해 열렸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 한국연구재단 등이 지원했다. 베를린에서는 3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 최대 대학병원 샤리테병원의 협력을 받아 샤리테 산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인 BIH 샤리테 디지털 랩에서 진행되었다.

 

분당서울대병원 연구기획센터 최병윤 센터장과 샤리테병원 BIH 이노베이션의 디렉터 슈테파니 그룬발트(Stefanie Grundwald)가 사이 좋게 기조 발표를 진행했고, 베를린시에서는 시 산하 경제 및 기술 진흥 기관인 베를린 파트너(Berlin Partner)의 헬스케어 부문 디렉터 플라비아 크루제(Flavia Kruse)가 참석해 베를린 의료 분야 생태계 개요를 발표했다.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유럽 최대 규모의 대학병원 샤리테 이노베이션 디지털랩스. 사진=디지털랩스

 

한국에서는 헬스테크 스타트업 다섯 곳이 참여했다. 먼저, 펩타이드 기반 화장품 원료 및 신약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웰펩은 이 분야의 소재 제조 및 개발 전문 기업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김재호 웰펩 연구소장이 참석해 독일에서 잠재 투자사와 연구개발 협력처를 물색했다. 

 

센소리큐어는 난청 진단 및 치료 분야의 연구개발 분야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으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최병윤, 김봉직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한국에서는 다양한 기업 및 기관과 협력을 통해 치료제뿐만 아니라 진단 제품 등을 개발 중이다. 이번 데모 데이에서도 관련 분야 유관 기관과의 연구 협력에 중점을 둔 파트너를 찾기 위해 왔다. 

 

바이오뉴트리온은 가정의학과 전문의이자 10년 이상 비만 클리닉을 운영해온 김주영 대표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는 의사로서 오랫동안 비만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이 만성질환이 단순히 의료 시스템의 도움만으로 해결될 수 없고, 장기간의 식이치료와 인지행동 치료가 병행되어야 하는 지난한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식이 프로그램 연구를 진행하면서 직접 식이 대체제 ‘그린 프로테이크’를 개발하게 된 것이 바이오뉴트리온 창업의 계기가 되었다. 2022년부터는 아예 병원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창업가로서의 삶에 뛰어들었다. 식이 대체제를 만들고,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꾸준히 코치를 받아 영양 프로그램을 병행하고 체중을 감량할 수 있도록 ‘닥터 코치’ 앱도 개발했다. 의사이자 창업가로서 건강과 비만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고자 유튜브에서 ‘닥터 코치 tv’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데모데이를 통해 식이 대체제 분야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 있는 독일 대기업 CVC와 투자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독일 투자자들 앞에서 발표하는 김주영 바이오뉴트리온 대표. 사진=김경재 제공

 

탈로스는 AI 기반 의료 소프트웨어 ‘안리스크’로 뇌동맥류 위험도를 예측하고 예방하는 스타트업이다. 탈로스의 김택균 대표도 얼마 전까지 신경외과 전문의로 ‘의사’라는 직업이 더 익숙했다. 이제는 사업에 전념하며 독일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고 있다. 탈로스가 만든 ‘안리스크’는 평소 주기적으로 받는 건강검진을 통해 뇌동맥류 발병을 예측해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돕는다. 요즘 핫한 AI가 키워드인 터라 참석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독일에서도 건강검진 데이터가 있으면 손쉽게 솔루션을 적용할 수 있어 특히 현지 병원 관계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혈액검사로만 확인할 수 있던 갑상선 기능이상 위험도를 앱으로 알 수 있도록 디지털 솔루션을 개발한 타이로스코프는 오랫동안 독일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독일은 2019년 12월 ‘디지털 헬스케어법(DVG)’이 발효되면서 건강 앱도 법정 건강보험의 급여 목록에 포함됐다. 이를 통해 세계 최초로 ‘디지털 의료’를 정책적으로 시행한 국가가 되면서 많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독일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타이로스코프도 이를 선제적으로 파악해, 매년 기회가 될 때마다 독일을 방문하고 잠재 고객사와 투자사를 만나왔다. 박재민 타이로스코프 대표는 “작년 독일 잘란트 주정부의 지원을 받아 독일의 자브뤼켄을 기반으로 독일 법인 설립을 진행하고 있다”라며 본격적인 유럽 진출의 서막을 알렸다.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영역 중 하나인 디지털 헬스케어 부문이라는 점에서 많은 참가자들의 호응이 있었고, 이미 물리적으로 독일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도가 높았다. 

 

열기로 가득했던 베를린 데모데이 현장. 사진=김경재 제공

 

데모데이에는 독일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엘(Bayer)의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G4A, 스위스 글로벌 제약회사 로슈(Rosche)의 벤처빌더인 록스 헬스(Rox Health), 독일 광학 분야 대기업이자 최근 메디테크 분야에 활발히 투자하는 자이스(Zeiss)뿐만 아니라 샤리테 병원의 혁신 부문 관계자들이 참석해 풍성한 교류의 장이 되었다. 

 

#첫 디지털 헬스케어 시행국 독일, 한국 스타트업엔 ‘기회’

 

독일 의료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강력한 기반을 갖추고 있으며, 이미 산업화 시대부터 잘 만들어진 건강 보험 시스템을 자랑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세계 최초로 디지털 헬스케어 관련 솔루션을 의료보험 수가 제도에서 수용해, 미래 의료에서 가장 앞선 단계의 정책적 지원을 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독일이 정책이 앞서 나가는 데에 비해 시장의 디지털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관련 스타트업에 굉장한 기회 요소로 작용한다. 많은 혁신 스타트업이 등장하지만, 디지털화를 기반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아시아, 미국 등에 비해 시장의 변화가 느리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에게도 도전의 기회가 있다.  

 

독일도 점점 더 고령화되고 있는 인구 구조, 만성 질환의 증가로 인해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 특히 교외 지역의 의료 인프라 부족 문제는 독일이 풀어야 할 심각한 과제 중 하나다.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지역의 거점 대도시가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인구가 의료 인프라와 거리가 있는 교외 지역에 살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은 모바일 의료 서비스와 같은 혁신적인 접근 방식을 도입하는 것에 정부 및 의료 기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의료 데이터 분석, AI 기반 진단 및 치료,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 등의 분야는 독일 시장에서 잠재력이 매우 높다. 그 중에서도 베를린은 유럽에서 가장 큰 대학 병원인 샤리테 병원을 기반으로 300여 개의 메디테크 기업이 있으며, 바이엘, 화이자, 사노피, 다케다, 베를린케미 등 글로벌 제약 회사들이 집결한 헬스 부문의 요충지다. 

 

이번 데모데이는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 독일 시장에 진출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되었다. 참가 스타트업들은 각자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소개하며, 투자자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유의미한 피드백을 얻고, 향후 글로벌 진출에 대한 초석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번 행사를 통해 한국과 독일의 헬스케어 분야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한국 헬스케어 스타트업의 밝은 미래를 응원하며, 이번 데모데이에서 보여준 그들의 열정과 혁신 정신이 앞으로 유럽 시장에서도 빛을 발하길.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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