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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 vs 토스 '증권사 WTS 표절 논란'에 쏠리는 눈

소송까지 간 적 드물어…최근 토스증권 MTS 베끼기 등 업계 '관행' 바뀔지 관심

2024.07.24(Wed) 10:52:13

[비즈한국] 토스증권의 웹 트레이딩 시스템(WTS)이 정식 출시와 동시에 표절 논란에 휘말렸다. KB증권이 토스증권을 상대로 ‘자사 WTS를 베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다. KB증권은 “토스증권만의 디자인을 사용하라”며 선의의 경쟁을 위한 대처라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 표절 논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운데, 이번 WTS 디자인 표절 싸움의 결과에 눈길이 쏠린다.

 

KB증권은 토스증권이 ‘자사 웹트레이딩시스템(WTS)을 베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KB증권이 최근 토스증권을 상대로 부정경쟁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토스증권의 WTS ‘토스증권 PC’가 KB증권의 WTS인 ‘M-able(마블) 와이드’와 유사한 점이 많다는 이유다. WTS는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이나 앱과 같은 설치 과정 없이 웹에서 바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PC, 태블릿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KB증권은 WTS를 2023년 10월 31일부터, 토스증권은 올해 5월 사전 운영을 거쳐 7월 18일부터 WTS를 정식 서비스했다. KB증권은 7월 15일 가처분 신청을 청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토스증권 측은 24일 “아직 소장을 받지 못해 입장을 내기 어렵다”라고 전했다.

 

KB증권의 가처분 신청 취지가 토스증권의 WTS 운영 중단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KB증권은 “당사가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통해 구축한 UI·UX를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고자 한다”며 “토스증권이 자체적인 UI·UX로 서비스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다. WTS 시장 확대를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KB증권과 토스증권의 WTS를 살펴 보면, 메인 화면의 구성이나 항목 배열에서 비슷한 점이 보인다. 양 사 WTS 첫 화면 상단에는 국내외 증시의 주가지수가, 바로 아래에는 실시간 뉴스가 배치됐다. 그 아래 실시간 주가와 테마별 인기 종목 등이 이어졌다. 처음 접속했을 때 주가지수와 뉴스가 보이는 첫 화면은 두 회사의 WTS가 흡사하다. 대신 종목별 거래 화면이나 지수 그래프 등 개별 콘텐츠의 UI(사용자 인터페이스)·UX(사용자 경험) 디자인은 차이가 있었다.​

 

KB증권과 토스증권의 WTS 첫 화면. 위는 KB증권의 ‘M-able(마블) 와이드’, 아래는 토스증권의 ‘토스증권 PC’.

 

KB증권은 마블 와이드의 UI·UX 디자인에 특허를 출원하지 않은 상태다. 특허 출원을 하지 않고 표절 시비를 가리는 경우 주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을 근거로 소송에 나선다. 전문가들은 KB증권의 WTS가 업계에서 보편적이지 않은 디자인이라면 디자인 특허가 없어도 승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공우상 특허사무소 공앤유 변리사는 “타인의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을 이익을 위해 사용하거나,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끼쳤을 때 부정경쟁 행위로 여긴다”며 “화면 배열도 디자인 권리보호 대상이므로 KB증권의 WTS UI·UX가 얼마나 차별점이 있는지, 이와 얼마나 유사한지가 쟁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 변리사는 “화상 디자인은 고객을 끌어오는 데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이기 때문에 표절 시 부정경쟁 행위가 된다”며 “이전에 업계에서 유사한 디자인을 쓰지 않았다면 차별점이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업계 내 차별성을 중요하게 본 판례도 있다. 2022년 스타트업 ‘퓨처웍스’는 무신사의 리셀 플랫폼 ‘솔드아웃’이 자사 플랫폼 ‘쏠닷’을 표절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무신사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쏠닷과 솔드아웃에 일정 부분 유사성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타 쇼핑몰 앱에도 쏠닷과 비슷한 기능이 있다는 점 △퓨처웍스의 투자나 노력이 들어간 ‘성과’임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 △쏠닷 콘텐츠가 인터넷 환경에서 널리 구현된 구성이라는 점 등을 들어 표절로 보지 않았다.

 

토스증권은 ​미국의 로빈후드를 벤치마킹해 간편한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토스증권 MTS, 로빈후드 MTS.


토스증권의 MTS 출시 이후 증권가에는 MTS 간편화 바람이 불었다. 왼쪽부터 신한투자증권  ‘슈퍼SOL’, 삼성증권   ‘모니모’의 화면.


한편 이번 WTS 사건은 표절 여부를 떠나 곧장 법적 대응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눈길이 쏠린다. 금융권에서는 새로운 서비스가 나오면 경쟁사나 후발주자가 따라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하다. 그럼에도 그동안 표절 논란은 양측의 갈등에서 그친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소송으로 영업 중단이나 디자인 개편 같은 변화가 나올지 주목된다.

 

2016년 4월에는 카카오증권의 모바일 웹 화면이 네이버증권과 비슷해 논란이 일었다. 네이버는 주식 종목 페이지의 디자인 공보까지 출원한 상태였지만 법적 대응에 나서진 않았다. 

 

2018년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간에 표절 논란이 발생했다. 그해 빗썸이 거래소 앱을 개편했는데, 가상자산 거래 창을 두나무 ‘업비트’의 거래 화면과 흡사하게 바꾸면서다. 두나무는 빗썸이 앱 내 화면 구성·제공하는 정보·배치 등을 표절했다고 보고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확인 결과 실제 소송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최근에도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삼성화재를 상대로 “해외 여행보험 상품의 모바일 가입 화면이 자사 서비스를 베꼈다”고 항의했는데, 삼성화재의 대처에 따라 소송 여부를 검토한다고 밝힌 상태다.

 

일각에선 증권업계에 토스증권 MTS와 유사한 MTS가 많다는 점도 지적한다. 2021년 3월 토스증권이 출범과 함께 단순하고 직관적인 UI·UX의 MTS를 선보여 젊은 층을 끌어들이자, 증권사 사이에서 MTS 간편화 바람이 불었다. 신한금융의 통합 앱 ‘슈퍼SOL’, 삼성금융의 ‘모니모’ 등 시중의 여러 MTS의 거래창이 토스증권 MTS와 비슷하다. 토스증권 측은 “​업계에 새 기준이 됐다”​라면서도 “​MTS 관련 디자인 특허는 내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1년부터 여러 증권사가 간소화 버전의 MTS를 출시하면서 토스증권 MTS와 비슷하게 화면을 구성했다”며 “토스증권도 미국 로빈후드사의 MTS와 비슷하다는 평을 받긴 하지만, 국내에선 간편화 MTS의 표본이 된 셈이다”라고 짚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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