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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곰팡이에 날파리까지…" 위생 사각지대 '무인판매점' 실태

지자체 점검 직후에도 기본 지침조차 '미준수'…허점 악용한 무등록·무신고 사례도

2024.07.23(Tue) 18:00:24

[비즈한국]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늘어난 무인 판매점의 위생관리 수준을 개선하려는 대책이 매해 마련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즈한국은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무인 판매점 여러 곳의 위생상태를 직접 살폈다. 그 결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판매 무인매장 위생관리 지침’을 지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더불어 늘어나는 꼼수 영업이 새로운 문제로 떠올랐다. 

 

서울의 한 무인 카페 및 라면 판매점 내부. 이 매장은 음료 판매기를 운영함에도 영업 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진=김초영 기자

 

#무인 판매점 4곳 중 위생지침 준수는 ‘0’

 

22일 오후 서울의 한 무인 판매점. 음료 판매기 1대와 라면 판매기 3대 주변이 날파리로 드글댔다. 평소 날파리가 문제였는지 살충제도 선반 위에 자리했다. 라면 판매기 오른편에는 사용한 라면 용기와 컵이 별도의 가림막 없이 쌓여 악취를 뿜어댔다. 냉장고 안에는 콩나물, 어묵, 떡국 떡 등이 진열됐는데, 콩나물은 색이 검게 변했고 어묵에는 곰팡이가 펴 있었다. 봉지에 적힌 유통기한을 확인하니 각각 1일, 9일이 지났다. 가장 위 칸에 있는 뜯지 않은 어묵 3봉지도 모두 유통기한을 넘겼다. 

 

또 다른 서울의 무인판매점. 음료 판매기 아래 선반과 카페트는 음료 흔적으로 지저분했고, 천장 모서리에서는 거미줄 여러 개가 드리워 있었다. 판매점 내부에 위치한 포충기에는 벌레 사체가 그대로 방치된 채였다. 주문한 에이드가 나와 뚜껑을 닫으려 보니 날벌레 두 마리가 음료 위에 떠 있었다. 카드 결제 후 불과 3분이 지났을 뿐이니, 날벌레는 음료 판매기 내부에서 들어갔을 가능성이 다분했다. 이에 대해 문의하자 관리자는 “한여름 날씨로 인해 음료를 받은 후 날파리가 꼬였을 것”이라고 해명했고, 음료는 환불해줬다. 

 

서울의 한 무인 카페에서 받은 음료에 날파리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방문한 무인판매점 4곳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발행한 ‘식품 판매 무인매장 위생관리 지침’을 모두 지키지 않았다. 판매점들은 유통기한 준수 등 식품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식품위생법 내용 외에도 지침상 매일 위생 상태와 고장 여부를 점검하고 점검표에 기록 후 이를 비치해야 한다. 또 판매기에 영업신고번호와 일련관리번호를 표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지침을 지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시럽을 사용하는 경우 손소독제를 비치하고, 해충 유입 방지를 위해 출입문 상단에 에어커튼을 설치하는 등 ‘권장사항’을 지키는 곳 역시 전무했다. 

 

#자유업, 영업신고 대상서 제외…꼼수 영업도 활발

 

무인 판매점은 주로 오전에 한 번, 오후에 한 번 관리한다. 평일에는 점주가 직접, 주말에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직원이 상주하는 일반 판매점과 청결 부분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관리는 업주 개개인의 양심에 맡긴다 하더라도, 유통기한이나 식약처 지침 등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점은 평소에 위생 관리에 얼마나 소홀한지 짐작할 수 있다. 더욱이 기자가 방문한 기간은 관할 지자체가 15~19일​까지 5일간 ‘3차 배달전문 음식점 및 무인판매점 점검’을 마친 직후였다. 지자제 점검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무인 판매점 냉장고 안에 있는 어묵에 곰팡이가 피어 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현행법상 가공식품을 진열하고 무인판매하거나, 손님이 직접 물을 부어 라면을 끓여먹는 형태의 영업은 ‘자유업종’에 해당해 영업신고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나라에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이나 무인 편의점 상호를 검색해보면 검색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된 무인 라면 판매점도 상호가 검색되지 않았다. 영업신고를 하지 않으니 판매점 파악도 어려운데, 문제가 있더라도 손님이 신고하거나 지자체가 점검해 확인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러한 허점을 악용한 무등록·무신고 사례도 빈번하다. 앞서의 무인 라면 판매점도 음료 판매기를 운영하고 있어 ‘식품자동판매기업’으로 영업신고를 해야 하지만, 등록되지 않았다. 식약처는 자동판매기와 함께 △서빙 등 접객행위 △디저트 분할 판매 △종업원과 로봇장비가 함께 조리하는 경우 등에 해당하면 ‘휴게음식점’으로 분류하고, 위 행위가 없는 경우 ‘식품자동판매기영업’로 분류하고 있다. 무인 라면 판매점의 경우 영업신고를 하지 않아도 되니 이를 틈타 음료 판매기도 신고 없이 운영한 것이다. 

 

꼼수영업의 형태는 다양하다. 이 판매점은 ‘영업자가 작업장에서 직접 준비해 놓은(손질까지 다 해놓은 상태)’ 양념이나 토핑 등을 더해 먹으면 ‘휴게음식영업’에 해당돼 규제를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썼다. 콩나물과 어묵 등 토핑들을 손질하지 않고 그대로 냉장고에 보관하면서 인근에 가위를 비치해 손님이 직접 손질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식약처는 올해부터 무인 판매점의 위생과 안전관리 강화에 나섰다. 연 1회로 운영되던 점검을 연 4회로 늘리고, 지난 5월에는 취급업소별 지도·점검 사항을 규정하는 위생지침을 마련했다. 영업신고 대상 외의 무인 판매점에도 위생적 취급 여부 등을 점검하겠다고 했지만 아직 뾰족한 수는 내놓지 않았다. 늘어나는 무등록·무신고 사례를 막고 영업자의 능동적인 모니터링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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