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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130억 년 전 벌어진 초거대 질량 블랙홀 충돌 현장 포착!

은하 중심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성장 미스터리에 중요한 단서 제공

2024.07.22(Mon) 16:34:21

[비즈한국] 2015년 물리학자들은 LIGO 검출기를 통해 수억 광년 거리에서 병합한 두 블랙홀의 충돌이 남긴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했다. 당시 시공간에 중력파라는 떨림을 남긴 건 각각 질량이 태양 질량의 20~30배 정도인 항성 질량 블랙홀들의 충돌이었다. 

 

그 이후로 LIGO를 비롯한 많은 중력파 검출기가 다양한 항성 질량 블랙홀들의 충돌을 포착했다. 하지만 모두 태양 질량의 수십 배밖에 안 되는 작고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들의 충돌이었다.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건 그보다 더 거대한,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다. 태양 질량의 수백만, 수십억 배에 달하는 막대한 질량을 갖고 있다. 이런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어떻게 형성됐는지, 이들이 정말 은하 충돌 과정에서 거리를 줄여가다가 결국 충돌하는 것인지 등 다양한 미스터리가 아직 풀리지 않고 남아 있다. 

 

그런데 제임스 웹이 역사상 가장 먼 우주에서 벌어진 초거대 질량 블랙홀 한 쌍의 충돌 현장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 현장은 빅뱅 이후 고작 7억 4000만 년밖에 지나지 않은 정말 어린 우주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30억 년 전이다! 이 발견은 초기 우주에서부터 은하 중심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이 어떻게 성장해왔는지에 대해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은하 중심 초거대 질량 블랙홀 주변에는 강한 중력으로 많은 물질이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아주 빠른 속도로 맴돌며 뜨겁게 달궈진다. 이를 블랙홀 주변 강착 원반이라고 한다. 강착 원반은 아주 높은 온도로 달궈질 수 있어 그 주변 수소를 아주 높은 수준으로 들뜨게 만들면서 특정한 파장에서 선명한 빛이 방출될 수 있다. 그런데 중요한 건 블랙홀 주변 강착 원반이 가만히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빠른 회전으로 인해 지구에서 관측하게 되는 강착 원반에서 세어나오는 수소 스펙트럼의 방출선은 파장이 조금 더 짧아지거나 길어지는 도플러 효과를 겪게 된다. 지구에서 봤을 때 지구에서 멀어지는 쪽으로 이동하는 원반부는 더 긴 파장으로 치우친 스펙트럼으로 관측되고, 지구로 다가오는 쪽으로 이동하는 원반부는 더 짧은 파장으로 치우친 스펙트럼으로 관측된다. 

 

만약 강착 원반이 가만히 멈춰 있었다면 딱 특정한 파장에서만 뚜렷한 신호가 나오는 뾰족한 모습의 스펙트럼으로 관측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강착 원반이 빠르게 회전하기에 그 앞뒤 파장으로 조금 넓게 퍼진 형태의 스펙트럼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현상을 스펙트럼의 선폭 증가라고 부른다. 강착 원반의 회전 속도가 더 빨라질수록 선폭 증가의 정도는 더 넓어진다.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내며 많은 물질을 집어삼키는 거대 블랙홀을 중심에 품은 활동성 은하들은 특히 아주 특징적인 형태의 스펙트럼을 보인다. 은하 중심부 블랙홀 주변 바로 근처를 에워싸고 있는 영역은 아주 빠른 속도로 회전한다. 그래서 아주 펑퍼짐하고 넓게 선폭이 증가한 형태의 스펙트럼이 관측된다. 반면 은하 중심 블랙홀에서 멀리 벗어난 영역으로 가게 되면 수소 구름들의 회전 속도가 줄어들고, 스펙트럼의 선폭이 증가하는 폭도 조금 더 얇아진다. 특히 아주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는 활동성 은하들은 선폭이 넓은 스펙트럼과 좁은 스펙트럼 두 가지를 함께 보여주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 제임스 웹 관측에서 천문학자들은 약 130억 년 전 초기 우주에 존재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주 흐릿한 원시 은하, Sz7을 포착했다. 이 은하 중심부를 제임스 웹의 분광 관측 장비 NIRSpec으로 관측했다. 특히 이번 관측에서는 단순하게 은하 전체 영역의 스펙트럼을 뭉뚱그려서 관측하는 고전적인 방식이 아니라, 은하 이미지의 각 픽셀 하나하나의 스펙트럼을 더 선명하게 구분해서 관측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러한 기술을 IFU(integrated field unit)라고 부른다. 

 

이것을 활용하면 은하 전체에서 얼마나 많은 별이 탄생하고 있는지, 얼마나 강력한 블랙홀이 활동하고 있는지를 유추하는 것을 넘어서 은하 내부 각각의 영역에서 별들이 얼마나 많이 탄생하고 있는지, 또 얼마나 강력한 블랙홀이 은하 각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더 높은 해상도로 구분해서 파악할 수 있다. 

 

제임스 웹 관측을 통해 포착된 Zs7 은하. 사진=ESA/Webb, NASA, CSA, J. Dunlop, H. Übler, R. Maiolino, et. al

 

천문학자들은 Zs7 은하 중심부에서 넓은 선폭과 좁은 선폭 두 가지를 모두 보이는 뚜렷한 스펙트럼의 형태를 확인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러한 스펙트럼 형태는 딱 한 곳에서만 관측되지 않았다. 은하 중심부 부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떨어진 두 지점에서도 관측됐다! 사진 속 은하 중심보다 약간 오른쪽 위에 위치한 자리에서는 뚜렷하게 넓은 선폭과 좁은 선폭 두 가지 형태의 수소 스펙트럼을 보이는 데이터가 확인된다. 반면 사진 속 은하 정중앙에서는 좁은 선폭 형태를 갖는 수소 스펙트럼만 확인된다. 

 

Zs7 은하에서 포착된 두 개의 블랙홀 위치를 표시한 그림.

 

이를 근거로 천문학자들은 이 은하 중심부에 적어도 두 개 이상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공존하는 것으로 추론했다. 하나는 은하 중심부에, 또 다른 하나는 은하 중심부에서 살짝 벗어난 위치에 있다. 특히 넓은 선폭과 좁은 선폭의 스펙트럼을 모두 보이는 은하 관측 데이터를 활용해서 이 은하 중심 블랙홀의 질량을 유추할 수 있는데, 천문학자들은 은하 중심에서 살짝 벗어난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질량이 태양 질량의 약 5000만배 수준일 것이라 유추했다. 이것은 태양 질량의 약 400만 배 수준인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보다 거의 10배 이상 더 무거운 수준이다! 우주의 나이가 겨우 7억 년밖에 되지 않은 극초기의 우주에 이미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보다 훨씬 무거운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우주에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이렇게 거대한 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가까운 거리에 모여 있는 것은 초기 우주에서 두 은하가 충돌하고, 그로 인해 각 은하가 품고 있던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병합하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물론 초거대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과 병합 과정에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비밀이 많다. 훨씬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에 비해, 초거대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 과정의 결말은 아직 확실치 않다. 수초거대 질량 블랙홀 두 개가  광년 이내로 가까이 접근하면 더 이상 서로의 궤도가 줄어들지 않고 그대로 안정적인 궤도를 유지하며 끝내 병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의 ‘최후의 파섹 문제(final parsec problem)’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연 이런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육중한 블랙홀들이 서로 병합하면서 덩치를 키우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LISA 우주 중력파 검출기의 모습을 표현한 그림. 사진=University of Florida


2015년 첫 관측 이후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 전역 곳곳에 설치한 중력파 검출기로 수억 광년 먼 거리에서 충돌하는 비교적 가벼운 항성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을 감지하고 있다. 그 충돌이 남긴 시공간의 떨림이 수억 년을 날아와 지구 주변을 지나가는 순간, 시공간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통해 중력파의 존재를 검증하고 있다. 바다 위에 낚싯대를 띄워놓고 흔들리기만을 기다리는 강태공의 마음과 비슷할 것이다. 이제는 고전적인 전자기파, 빛뿐 아니라 중력파라는 새로운 파장의 종류를 통해서까지 우주를 관측하는 새로운 시대를 만끽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한계가 있다. 지구 위에 설치할 수 있는 중력파 그물, 낚시대의 크기는 결국 지구보다 클 수 없다. 더 먼 우주에서 퍼져오는 더 미미한 시공간의 떨림을 감지하려면 지구 크기보다 더 거대한 규모의 중력파 그물이 필요하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다가오는 2035년 아예 지구를 벗어나 태양 주변 궤도를 편대 비행하는 탐사선으로 중력파를 검출하는 우주 중력파 검출기 LISA 미션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LISA의 기술적 가능성을 점검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사전 작업, LISA 패스파인더가 부분적으로 성공적인 결과를 보여주면서 계획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중이다. 

 

이 미션이 진행된다면 비교적 가까운 우주에서 벌어지는 항성 질량 블랙홀들의 충돌뿐 아니라, 아주 먼 과거 초기 우주에 존재하던 초거대 질량 블랙홀끼리의 충돌이 남긴 수십억 년 전 중력파 흔적까지 감지하는 시대에 접어들 수 있다. 더 민감한 중력파 검출기로 느끼게 될 우주는 과연 또 얼마나 출렁거리고 있을까? 이미 우주는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크고 작은 블랙홀들의 충돌로 인해 시공간이 통째로 복잡하게 요동치고 있다. 다만 그 떨림이 너무 미미해서 우리에겐 그저 우주의 시공간이 잔잔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곧 더 민감한 떨림을 감지할 수 있는 낚시대를 띄워놓고 우주를 느끼게 된다면 더 이상 우주는 그저 고요하고 잔잔한 세계가 아니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과연 초기 우주에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은하 중심에 살고 있는 육중한 초거대 질량 블랙홀들이 어떻게 지금의 거대한 덩치를 갖게 되었는지, 과연 이들의 충돌과 병합의 결말은 어떻게 끝나게 되는건지, 아직 풀리지 않은 이 많은 질문에 대한 단서를 새롭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

https://academic.oup.com/mnras/article/531/1/355/7671512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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