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타이레놀 대란 그 후…" 공급 재개된 부족 의약품 16%에 불과

약가 인상은 단기적 처방…생산시설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 소홀 지적

2024.07.19(Fri) 16:34:05

[비즈한국] 최근 3년 사이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가운데 공급 재개된 비율이 1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고 약가 인상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가운데, 원료·필수의약품 생산시설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진 지 3년이 지난 가운데, 정부가 약가 인상 등 단기적인 해결책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약국 내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김초영 기자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매해 평균 ‘181개’

 

공급중단·부족을 겪는 의약품의 수는 줄어들기는 커녕 갈수록 늘고 있다. 19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고시된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을 연도별로 분류한 결과 공급중단·부족 의약품은 △2019년 110개 △2020년 157개 △2021년 180개 △2022년 231개 △2023년 230개 △2024년 161개로,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불거진 2020년 큰 증가 폭을 보인 후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일선 약국에서도 체감하고 있다. 대한약사회가 지난해 12월 전국 개국약사 회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약국당 수급 불안정 의약품 품목 수가 11개 이상이라고 답변한 수는 전체 응답의 37%로 집계됐다. 7~10개와 3~6개라고 답변한 수는 각각 30%였다. 응답자의 97%가 적어도 3개 이상의 품목에 대해 수급 불안정을 경험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균등 공급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슈다페드(비강 질환 치료제) 31% △이모튼(류마티스 관절염·골관절염 치료제) 21% △듀락칸이지(변비 치료제) 13% △툴로부테롤 패치1mg(기관지 천식 치료제) 8% △아세트아미노펜 325mg(중추성 진통제) 7% △브로나제장용정(소염효소제) 5% 등을 꼽았다. 슈다페드의 경우 직전에 균등 공급이 이뤄졌음에도 1순위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약국 내부에 상품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김초영 기자

 

필수의약품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보건당국은 보건의료상 필수적이나 시장 기능만으로는 안정적인 공급이 어려운 의약품에 대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하고 공급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19일 기준 456개의 품목이 국가필수의약품으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 따르면 허가가 없거나 국내에 미유통되는 품목이 절반에 달한다. 지난해 공급중단이 보고된 의약품의 4분의 1은 국가필수의약품에 해당한다. 

 

#민관협의체, 약가 인상에 초점…생산시설 확보 등은 아직

 

그렇다면 공급중단·부족 의약품의 공급 재개는 얼마나 진행되고 있을까?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대한약사회, 한국병원약사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등 7개 ‘현장 수급모니터링 센터’를 운영하며 매달 공급 재개된 품목을 공지한다.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현황’과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공급재개 품목’을 비교 분석한 결과 16%만이 공급 재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2022~2024년 사이 공급중단·부족 의약품은 622개이며, 이 가운데 16.23%인 101개 품목에 대해서만 공급이 재개됐다. 

 

이른바 ‘타이레놀 대란’ 이후 정부는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 3월 민관협의체를 꾸렸다.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의약품유통협회 등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증산조건부 약가 인상 협상을 논의하는 등 ‘낮은 채산성’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중점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앞서의 통계에서 드러나듯 협의체가 운영된 지난해에도 공급중단·부족 의약품 숫자는 줄지 않았다. 올해도 7월까지의 추이가 12월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보다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약가 인상 등 단기적인 해결 방안 외에 원료의약품 및 필수의약품의 생산시설 확보 등 제조역량을 강화해 근본적인 안정 공급을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발간한 ‘글로벌 이슈 파노라마 제8호’에 따르면,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가 지난해 공급중단보고 의약품을 모니터링한 결과 공급중단·부족 사유는 △국내외 제조원 문제 105건(24.3%) △수요 증가 92건(21.3%) △채산성 문제 64건(14.8%) △원료 공급 불안 63건(14.6%) △행정상 문제 57건(13.2%) 등의 순으로 보고됐다. 채산성 문제와 수요 증가를 제외한 ‘제조원 문제’와 ‘원료 공급 불안’이 30%를 차지한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야당과 여당 모두 필수의약품 공급 안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은 필수‧퇴장방지의약품 생산시설에 대한 지원 및 비축 확대, 공공제약사‧의약품 유통공사 설립 등을 통한 수급불안정 해소를, 국민의힘은 공급관리위원회 설치 등 약사법 개정, 필수 백신원료·의약품 국산화 및 자급화 기술개발 지원 등을 발표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관련해 발의된 법안으로는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2일 대표 발의한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유일하다. 개정안에는 공급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수급 불안정 의약품에 대해 긴급 생산 및 수입 명령을 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핫클릭]

· '신청된 줄도 몰랐는데' 은밀한 정기결제, 규제도 없어 난감
· 국내 1위 채권추심업체 고려신용정보, 경영권 승계 관련 '남매 분쟁' 조짐 왜?
· [대기업 총수 자택 공시가격⑧] 서초동 재건축 빌라부터 대학로 공연장 건물까지
· 'K팝 성지 대결' 카카오는 성공하고 CJ는 실패한 결정적 장면
· 5개월 남은 대한약사회장 선거, 벌써부터 혼탁 과열 조짐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