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구독 서비스의 다크패턴(눈속임 상술)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다수의 플랫폼이 반복적인 정기결제에 대해 제대로 안내를 하지 않다 보니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는 다크패턴 피해 방지를 위해 내년부터 구독 서비스의 다크패턴 규제에 나서기로 했는데, 정기결제 사전 고지 의무는 빠져 있어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광고 문자는 매일 보내면서’ 사전 고지 없는 정기결제, 소비자들 환불 받느라 곤혹
김 아무개 씨는 얼마 전 카드 이용 내역서를 확인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주 이용하지 않는 카드에서 20만 원에 가까운 금액이 결제됐기 때문이다. 내역을 들여다보니 지난해 이용했던 A 온라인 강의 플랫폼의 연간 구독권 결제 문자였다. A 업체는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강의 플랫폼이다. 연간 구독권 구매 이용자는 사이트 내 5000여 개 강의를 자유롭게 수강할 수 있어 코로나19 때부터 인기를 끌었다.
그는 “1년 전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이용할 때 연간 구독권을 구매했다. 그때 사이트에 카드를 등록하도록 돼 있었다. 최초 결제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자동으로 결제됐다. 매년 결제가 반복되는지 몰랐다”며 “잘 사용하지 않는 카드였는데 우연히 내역서를 살펴보다가 결제 내역을 찾았고 겨우 환불을 받았다. 카드 사용 내역을 제대로 보지 않았다면 모른 채 지나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연간 구독권을 구매하면 매년 자동 결제가 이뤄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A 플랫폼에 회원가입 해보니 연간 구독권 혜택 등은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었으나, 구독권이 만료되는 시점에 재결제가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안내 문구는 눈에 잘 띄지 않게 표시돼있었다.
이 아무개 씨 역시 김 씨와 같은 온라인 강의 플랫폼을 이용했다가 자동 결제된 연회비를 환불 받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A 플랫폼에서 SNS로 광고 안내가 주기적으로 온다. 하지만 자동결제 전에는 결제가 이뤄질 것이라는 안내라던가, 결제 후 재구독이 신청되었다는 알림 등이 오지 않았다”며 “자동 결제된 후에도 마치 이용 중이지 않은 것처럼 할인 안내 프로모션을 보내오니 결제가 됐을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이메일 등을 통한 결제 안내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온라인상에서는 A 플랫폼의 정기결제 취소 관련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사용자들도 모르게 결제된 연간구독권에 대한 불만과 취소·환불 절차 등이 공유되고 있다. 김 씨는 “개인 블로그에 자동 결제 처리에 대한 불만을 썼더니, 비슷한 일을 겪었다는 사람들이 줄줄이 댓글을 남겼다.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일을 많이 겪는 것 같다”고 전했다. 비즈한국은 A 업체에 연간구독권 자동 결제 방식에 대해 문의했으나, 업체는 이에 대해 답변하지 않았다.
#정부 다크패턴 규제 들어갔지만 정기결제 고지 의무는 없어 “정기결제 규정 필요해”
구독경제 확대로 인한 눈속임 결제 등이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한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초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18일 공정위는 전자상거래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8월 27일까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관계부처 등의 의견 수렴 후 입법절차를 거쳐 하반기 중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번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숨은 갱신, 취소·탈퇴 방해, 반복간섭 등 온라인 거래에서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한 유형에 대한 규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 조항 위반 시에는 영업정지 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기결제의 경우 증액 또는 무료 서비스의 유료 전환 시 소비자의 사전 동의가 의무화된다. 정기결제 대금 증액은 30일 전, 유료 전환의 경우 14일 전에 소비자에게 알릴 의무가 생긴다.
반면 처음 정기결제로 지불한 금액과 동일한 액수로 재결제를 진행할 경우, 고객에게 결제 안내를 하지 않아도 해당 업체에 별다른 불이익이 없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회비 등에 대해서도 보통 매년 동의를 하지는 않는다. 처음에 정기결제에 한 번 동의를 했다면 고객이 본인 의사에 따라 중간에 탈퇴도 할 수 있다 보니 재결제에 대한 고지 의무 등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은 구독 서비스 플랫폼들이 재결제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부분을 악용해 ‘도둑결제’를 일삼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소비자는 “상품 광고 등은 문자, SNS를 통해 수시로 알림을 보내면서 정작 중요한 결제에 대한 알림은 제대로 하지 않는 의도가 불순하다”며 “본인이 재결제를 했는지도 모르고 지내는 소비자도 많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들이 많다. 재결제되기 전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소비자들이 재결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하고 인지하게끔 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모른 채 결제가 진행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규정도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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