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신임 대한약사회장 선거가 5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관리규정 위반 의심 사례가 확인되고 있다. 선거 때마다 후보들이 ‘경고’ 처분을 받는 일이 반복되는 터라, 약사회가 선거관리규정을 적극적으로 집행하지 않아 후보들이 일탈에 무감각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 약대 동문회, 중립의무 어기고 또 모여 후보 논의
약사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앙대 약대 동문회 일부 고문들이 대한약사회장 선거 후보 단일화 등을 논의했다. 중앙대 약대 출신 후보로는 박영달 경기도약사회장과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이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선배이자 현 회장인 최광훈 후보를 지지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동문회가 선거 시작 전에 이같이 개입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 등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5월에는 성균관대 약대 동문회 정기총회에서 ‘성균관대 약대 발전위원회’가 김종환 전 서울시약사회장을 후보자로 추천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대한약사회는 동문회의 선거 개입을 엄격하게 막고 있다. 대한약사회 및 지부장 선거관리규정에 따르면 본회, 지부, 분회, 동문회, 학회, 의약품정책연구소, 약학정보원, 기타 선거관리위원회가 지정하는 단체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추대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대한약사회는 회의를 통해 선거 중립의무 단체도 지정한다. 중앙대 약대는 약사 사회에서도 규모가 큰 조직으로 꼽힌다.
동문 개개인의 후보 지지 등은 문제될 것이 없지만, 동문회 차원에서 누구를 후보로 선출할지 등을 논의하는 것은 선거 개입이라는 게 대한약사회 측의 입장이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예를 들어 ‘누구누구를 묶어서 후보를 조정하자’ 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다. 게시판에 의견을 올리는 게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는 이 후보를 중점적으로 밉시다’ 같은 행동을 못 하게끔 중립의무를 지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 집행부 비판하며 슬쩍 후보 홍보?
그런가 하면 다른 선거 중립의무 단체인 한국약사학술경영연구소는 유튜브를 통해 의도적으로 한 후보를 비방해 다른 후보를 홍보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단체는 지난 선거에서도 중립의무 위반으로 경고를 받은 전례가 있다. 연구소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 정보란에는 “약에 대한 정보를 쉽게 알려드리고,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에 대한 학술정보, 선택가이드팁 등을 소개하고자 한다”고 적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약품, 건강 영상과 함께 간호법, 한약사, 품절약 등 약사 사회 주요 현안도 함께 다룬다. 뉴스 형식으로 제작된 영상에서는 관계부처 및 대한약사회의 대응과 대한약사회를 향한 비판이 주를 이룬다. 최근 3주 사이 올라온 관련 영상만 6개인데, 대부분 특정 후보를 홍보하는 듯한 구성을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일부 영상은 영상 말미에 특정 후보가 속한 지부가 발표한 성명서나 후보의 목소리를 담았다. 해당 후보는 한약사와의 직능 문제 등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다 보니 현재 대한약사회를 향한 비난이 많아, 다른 후보인 최광훈 현 대한약사회장을 간접적으로 비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에는 해당 지부가 진행한 주요 추진사항 및 간담회만을 내용으로 하는 영상 또한 게시됐다.
중앙선관위 측은 이 채널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해당 채널은 지난 선거에서도 특정 후보의 지지를 암시하거나 선동하는 듯한 영상으로 주의를 받았다. 중립의무 단체인데, 특정 후보를 강하게 지원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최근 선관위 내부에서 나왔다. 근거를 가지고 얘기할 수밖에 없고, 아마 논의 과정에서 주의 등 조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수사권 없어 처분 어려워…위반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
선거관리규정이 있음에도 선거 때마다 후보나 단체가 ‘경고’ 처분을 받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규정 위반 행위가 너무 빈번하다 보니 각 캠프에서 “상대 후보 캠프도 하는데 우리도 해야 하지 않나”라는 판단이 앞선다는 전언이다. 2021년도에 치러진 40대 회장 선거에서도 모든 후보가 경고를 한 번 이상씩 받았다. 최광훈 후보는 중앙선관위의 요청에도 선거 중립의무자와 동행하고, 규정상 금지된 SNS 선거운동 등을 전개했다. 김대업 후보는 단체 대화방에서 후보자 기호와 성명을 언급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두 후보 모두 ‘경고’와 후보자 기탁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범칙금 처분을 받았다.
단체의 일탈도 있었다. 앞서 논란이 된 중앙대 약대는 지난 선거에서도 동문 간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해 경고 처분을 받았다. 당시 중앙선관위는 “과열, 혼탁 선거 방지를 위해 약대 동문회장 및 선거중립 의무단체를 대상으로 중립의무를 준수할 수 있도록 공문을 발송해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거나 추대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전영구 선관위원은 중립의무자임에도 출신대학 동문으로 구성된 단체 대화방에서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글을 게시한 사실 확인돼 중립의무 위반으로 처분이 의결됐다.
이를 두고 후보들이 ‘경고 조치’에 무감각해진 데다 제대로 처벌도 안 돼 경각심을 갖기 어려운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동문 선거’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 대한약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선거에서도 한 후보에게 경고 3회가 내려졌지만 피선거권 박탈까지 이뤄지지는 않았다. 당시 이 후보는 “3차 경고에 대한 어떤 연락이나 서류, 소명절차도 받지 못했다. 규정에 따르면 경고 조치 시 당사자에게 반드시 서면 통보하도록 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사회가 수사권이 없는 상태에서 그 사람 혹은 단체가 관여했는지 안 했는지를 알기는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무조건 세 번 됐다고 쳐내기가 되게 조심스러웠던 것”이라며 “같은 약사 사회 안에 있는 구성원들이다 보니 서로를 인정하거나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고, 규정을 적용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외부에서는) 선거 질서가 문란해졌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번에는 선관위 결정을 무시하는 전례가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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