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텔링] 안티드론은 지금 '소프트킬'에서 '하드킬'로 진화 중

[비즈한국]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무인기 침범사건 등으로 드론 위협이 현실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에서도 불법·무장 드론에 대처하는 일명 ‘안티 드론’(Anti-Drone)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안티드론 산업은 전파를 사용하는 ‘소프트킬’(soft Kill)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하드킬’(Hard Kill)에 도전하는 안티드론 솔루션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다.

왜 한국 안티드론 산업의 ‘소프트킬 집중 현상’이 왜 문제일까. 소프트킬 방식의 안티드론 솔루션의 한계가 명확하고, 전시 상황에서 공격용·군용 드론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프트킬이란 비 물리적인 방법으로 적 드론을 무력화하는 전법이다. GPS와 같은 위성항법(GNSS)신호를 교란하는 GNSS 재머(Jammer)를 가장 많이 쓴다. GNSS 재머는 가짜 GPS 신호로 드론을 속이거나, GPS 신호를 차단시키는 것으로 개발이 쉽고 단순하다. 하지만 드론이 하늘 방향으로 오는 GPS 신호만 수신하거나, GPS 없이 비행 가능한 항법 장비를 달아서 간단히 회피할 수 있다.

게다가 GNSS 재머를 잘못 사용할 경우 사고 발생의 우려가 있다, 가령 비행기나 헬기에 GNSS 재머를 장착할 경우 잘못하면 헬기나 비행기의 항법장비도 같이 고장을 유발해 안티드론 임무에 투입한 재머 장착 장비까지 추락시킬 위험성이 있다.

이 외에 소프트킬과 하드킬 중간 형태인 지향성 에너지(DEW) 안티드론 시스템도 있다. 최근 우리 군이 개발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1’도 일종의 DEW 안티드론 무기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방법 역시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레이저 혹은 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드론이 추락할 때까지 레이저 빔을 조사해야 한다. 그런데 드론이 비행기처럼 이리저리 움직이며 도망치거나, 플라스틱 몸체에 금속이나 유리 코팅을 할 경우 요격이 어려워진다. 에너지를 한 점에 오랜 시간 집중해야 추락하기 때문이다.

안티드론 솔루션 중 ‘소프트킬’은 제작이 쉽고 작고 가벼운 민간 드론에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악의적으로 개조한 민수용 드론이나 전투용 드론에는 사실상 무용지물인 것이 현실이다.

‘하드킬’은 소프트킬과 달리 직접 충돌하거나 폭발력을 이용해서 드론을 타격하는 방법이다. 소형 드론을 타격하는 미사일이 몇 종류 존재하지만 미사일 명중 시 드론의 잔해나 파편으로 부수적 피해가 나올 수 있다. 또한 미사일로 드론을 격추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이에 대부분 하드킬을 하는 수단은 ‘충각(Ramming)’​으로 수행된다. 즉 드론이 직접 드론과 부딪히는 안티드론 솔루션이 바로 하드킬인 셈이다.

한국 안티드론 산업에서 하드킬은 생소한 개념이지만, 이미 세계 각국은 하드킬 안티드론 시스템에 대한 개발과 양산을 진작부터 진행해 왔다. RTX사의 ‘코요테’(Coyote®) 드론은 가장 잘 알려진 드론요격 무인기다. 외형이 미사일처럼 생겼지만 엄연한 무인비행체(UAS)다. 코요테 드론은 미 육군의 저고도 안티드론 시스템인 LIDS의 핵심 요격체계로, 능동 위상배열(AESA)레이더로 드론을 탐지하면 발사되어 직접 충돌해 요격한다. 이미 중동 지역에서 수차례 실전에서 효과를 발휘했고, 일반 미사일보다 저렴하고 안전하게 드론을 요격할 수 있다고 제작사는 주장한다.

미국에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새로운 방위산업체인 안두릴 인더스트리즈(Anduril Industries, Inc.)도 하드킬 드론 요격체계를 제작해 성능을 실증했다. 앤빌-M(Anvil-M)은 드론요격을 위해서 특별히 개조된 요격드론이다. 안두릴이 제작한 안티드론 탐지시스템과 통합돼 자동으로 드론을 요격한다. 미사일이나 기관포로 드론을 요격하는 것과, ‘드론요격드론’이 다른 점은 바로 부수 피해를 줄인다는 것이다. 엔빌의 경우 적 드론으로 의심될 경우 우선 발사 후 적 드론에 접근해 따라붙은 후 사용자가 드론 공격을 결정하는 순간 가까이에서 바로 충돌해 적 무인기를 무력화시킨다. 명중 직전까지 적을 식별하고 공격 여부를 선택하기 때문에 부수 피해도 줄이고, 실수로 아군을 공격하는 일도 없앨 수 있다.

미국의 하드킬 안티드론 시스템에 도전중인 국내 회사로 가장 먼저 언급할만한 곳은 니어스랩(Nearthlab)이다. 산업용 드론 제작업체인 니어스랩은 안티드론 탐지 레이더 제작업체인 토리스 스퀘어(Tori’s square)와 협업한 하드킬 안티드론 솔루션을 지난 3월 부산에서 열린 ‘드론쇼 코리아 2024’에서 선보였다. 드론 요격을 위해 특별히 설계된 직충돌형 고속 드론으로 적 드론을 요격한다. 이 직충돌형 드론의 경우 250km의 속도를 위해 마치 미사일처럼 설계된 동체에 4기의 모터와 프로펠러를 장착했고, 내부에 장착한 FPV드론 카메라로 드론을 추적해 파괴할 수 있다. 현재 니어스랩은 상공에서 정지한 DJI팬텀(Phantom) 급 무인기를 요격하는 시연을 성공했다.

경운대 교수 창업 기업인 유에이엠테크(UAMtech) 역시 하드킬 안티드론 시스템을 내놓았다. 지난 17일 열린 ‘2024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에서 처음 공개한 ‘비격’ 급기동 비행탄이 그것이다. 비격은 니어스랩이 만든 직충돌 무인기와 비슷하게, 4기의 모터와 프로펠러로 추진하며 속도 역시 230~250km로 비슷하다. 

니어스랩과 두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 번째 특징은 4개의 꼬리날개로 기민하게 움직여 급기동하는 드론을 더 잘 요격할 수 있도록 기동성이 크게 향상 된 것이다. 실제로 현장에서 유에이엠테크는 비행 중인 무인표적기를 비격이 급기동후 이동하는 표적을 추적해 파괴한 영상을 공개했다. 제자리에 서 있는 멀티콥터형 드론을 요격한 니어스랩보다 한 단계 앞선 성과를 보여준 것이다.

두 번째 특징은 비격이 ‘드론 속의 드론’으로 임무에 투입된다는 것이다. 비격은 유에이엠테크가 개발한 ‘코브라-2’ 드론에 2 기가 장착돼 운용될 예정이다. 코브라-2는 수직이착륙형 무인기로 대한항공과 공동연구한 KUS-VX 축소모형을 개량한 것이다. 이 드론은 BAE 호주지사에서 개발한 스트릭스(Strix)드론과 모양은 유사하지만, 독자적인 비행제어 시스템과 개량된 항공역학적 설계로 더 높은 성능을 발휘할 수 있다.

유에엠테크는 코브라-2 드론에 비격 드론을 장착한 다음, 마치 전투기가 미사일을 장착하고 비행하는 것처럼 드론 요격임무에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드론 속에 드론을 장착하는 하드킬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시도되는 것으로, 지상에서 하드킬 드론을 발사할 때 보다 요격 드론의 사거리가 늘어나고, 요격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장점이 있다.

현 시점에서 한국의 안티드론업계에 하드킬 솔루션을 제시한 것은 두 회사가 유일하지만, 이미 경쟁구도가 시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프트킬 안티드론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전파를 사용하는 안티드론 시스템은 법적 문제도 있고, 잘못 사용할 경우 드론 재머를 장착한 차량이나 헬기의 전자장비까지 고장내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시작 단계인 한국의 안티드론 산업이 ‘하드킬’과 ‘소프트킬’ 능력을 모두 갖추고, 업계 당사자들끼리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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