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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법 시행에 원화거래소 '부익부 빈익빈' 우려 나오는 까닭

1위 업비트만 흑자, 고팍스·코빗는 직원도 100명 미만…사업자 책임 커져 '버틸 수 있을까'

2024.07.18(Thu) 14:06:45

[비즈한국] 7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이 시행된다. 가상자산 시장은 그동안 자금세탁 방지에 초점을 맞춘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특금법)’에 따랐는데, 이용자 보호와 사업자 감독을 규정한 가상자산법이 시행되면서 사업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 커졌다. 업계에선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으로 인한 시장의 개화를 기대하지만, 침체기를 거치며 어려워진 사업자들이 버틸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7월 19일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를 보호하고 사업자가 금융당국의 관리 및 감독 하에 들어가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된다. 사진=박정훈 기자

 

금융당국은 가산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법률 정비를 마무리했다. 이용자 예치금 관리 등의 세부 사항을 담은 ‘가상자산법 시행령’은 6월 25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고, 7월 10일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업 감독규정’과 ‘가상자산시장 조사 업무규정’의 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 거래소, 지갑·보관 업자 등의 사업자는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다.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은 업계의 염원이지만, 동시에 사업자가 지켜야 할 의무와 책임이 늘어난다. 가상자산 사업자는 해킹·전산장애 등의 사고에 책임지기 위해 보험 가입, 준비금 적립 등을 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에게 이자와 같은 예치금 이용료를 지급하고, 사고를 대비해 이용자 가상자산과 동종·동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특히 거래소는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불공정 행위를 막기 위해 이상 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결과를 금융당국에 알려야 한다.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상 거래를 감시하는 조직·내규를 갖추고, 적출하기 위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대부분의 거래소가 요건을 갖춘 상태지만, 인력이나 자금이 부족한 사업자에게는 각종 규제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가상자산 시장은 약 2년의 ‘크립토 윈터(침체기)’를 지나면서 사업자 간의 빈부 격차가 심해진 상태다. 정치권에서도 독과점 구조로 인해 생길 문제를 주시하고 있다. 민병덕 의원실​(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거래소와 연계한 은행 중 1위 사업자인 업비트와 손잡은 케이뱅크의 경우 수수료 점유율이 70%에 달한다. 민 의원은 “국내 가상자산 거래 시장은 세계 10위권인데 특정 기업의 독주가 계속되는 독특한 현상이 이어진다”며 “이로 인한 상장 시장 및 코인 가격 왜곡, 코인 투자자 보호 미흡, 수수료 인하 위주의 경쟁 등이 우려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5개 원화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국민연금 가입자 현황을 살핀 결과, 중소형 업체는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5곳 중 2곳에서 직원이 100명을 넘지 못했다. 특히 업계 1위와 나머지 거래소 간의 격차는 좁히기 어려운 수준으로 벌어졌다.

 



2022~2024년(매년 5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자 수를 집계해보니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의 직원 수는 2022년 107명, 2023년 96명에서 올해 55명으로 감소했다. 1년 사이 직원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 고팍스에 이어 인력이 급감한 곳은 코빗이다. 코빗은 2022년과 2023년 119명을 유지했으나 올해 들어 96명으로 전년 대비 19% 감소했다.

 

이는 업계 전수조사의 평균과는 차이가 나는 결과다. 2023년 하반기 기준 가상자산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화·코인 마켓을 포함한 국내 22개 거래소의 종사자 수는 총 1665명으로, 원화 거래소의 평균 직원 수는 271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현황과 차이가 큰 ‘평균의 함정’인 셈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 CEO들이 7월 7일 금융감독원장-가상자산 사업자 CEO 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왼쪽부터 이재원 빗썸코리아 대표, 이석우 두나무 대표, 차명훈 코인원 대표, 오세진 코빗 대표, 조영중 스트리미 대표. 사진=연합뉴스


두 거래소의 위기는 실적에도 드러난다. 코빗의 영업수익은 2021년 226억 원에서 2022년 43억 원, 2023년 17억 원까지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1년 27억 원에서 2022년 358억 원으로 늘었다가 2023년 269억 원으로 줄었다. 스트리미의 영업수익은 2021년 315억 원에서 2022년 16억 원으로 95% 급감했다 2023년 31억 원으로 조금 회복했다. 영업이익은 2021년 136억 원에서 2022년 -765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다만 2023년에는 -169억 원으로 손실을 줄였다.

 

스트리미의 경우 글로벌 거래소 FTX 파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고팍스는 가상자산 예치서비스 ‘고파이’를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해외 운용사 ‘제네시스 글로벌 캐피털’에 맡겼는데, 제네시스가 이를 FTX에 맡겼다가 2021년 11월 거래소가 파산하면서 회수가 어려워졌다. 제네시스마저 파산하면서 고팍스는 투자금 상환의 책임을 안게 됐다. 중국계 거래소 바이낸스가 고팍스를 인수하면서 투자금을 일부 상환했지만, 600억 원대의 미지급금이 남았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바이낸스의 최대주주 등극에 따른 가상자산사업자(VASP) 변경 신고를 1년 넘게 승인하지 않아 추가 상환이 어려워졌다. 이 같은 상황 속에 회사는 비용 절감에 나섰고 일부 직원은 자발적으로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하위 사업자가 위기에 몰린 반면 상위 사업자는 오히려 몸집을 키웠다. 1위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22년 5월 465명에서 2023년 5월 555명, 2024년 5월에는 602명으로 집계됐다. 두나무는 5개 원화거래소 중 유일하게 손실을 내지 않았다. 두나무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8101억 원에서 2023년 6409억 원으로 소폭 줄었지만 흑자를 유지했다. 특히 순이익은 1308억 원에서 8050억 원으로 늘었다.

 

2~3위 사업자도 시장 성장에 대비해 조직 규모를 늘려왔다. 빗썸코리아는 직원을 2022년 341명, 2023년 368명에서 올해 400명까지 늘렸다. 그 뒤를 이어 코인원이 2022년 154명, 2023년 189명, 지난 5월 210명을 기록했다. 양사는 꾸준히 인력을 충원했지만 적자는 피하지 못했다. 2023년 빗썸코리아는 149억 원, 코인원은 23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선 제도권 진입이 당장은 부담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형 거래소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은 아직 개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이용자의 신뢰를 얻으면 시장 자체가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면서 “​기존 금융권마저 가상자산을 받아들이는 추세인 만큼, 너무 규제만 강화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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