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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더 나은 21세기를 위한 성찰 '20세기 경제사'

전례 없는 풍요의 세기, 20세기의 성공과 실패를 경제사 중심으로 엮어내

2024.07.17(Wed) 19:10:49

[비즈한국] 한반도 곳곳에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다. 이젠 누구도 이 비가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 위기는 ‘풍요의 세기’ 20세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세기는 여러 모로 놀라운 시대였다. 기술의 발전과 그에 따른 경제 성장은 눈부셨다. 브래드퍼드 들롱이 쓴 ‘20세기 경제사’는 경제사를 중심으로 20세기 역사를 개괄한다. 20세기라는 거대하고 복잡한 시대를 700쪽짜리 단행본 한 권에 담아냈다. 

 

저자 들롱은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로 버클리 경제학과를 대공황 연구의 메카로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하버드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클린턴 행정부에서 재무부 차관보로 일했다. ​

 

20세기 경제사

: 우리는 유토피아로 가고 있는가

 

브래드퍼드 들롱 지음 홍기빈 옮김 김두얼 감수, 생각의힘

726쪽, 3만 7800원

 

저자는 1870년부터 2010년까지 140년을 ‘장기(long) 20세기’로 정의한다. 1870년 무렵 세계화, 기업 연구소, 근대적 대기업이 등장하면서 인류는 농경생활 이래 처음으로 지독한 빈곤에서 벗어났다. 저자는 이 시기가 인류 역사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친 세기였다고 말한다. 인류의 물질적 빈곤을 종식했고, 경제적인 측면이 처음으로 역사의 가장 중요한 주제가 됐다. 

 

세계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일러 1870년부터 1914년 사이에 이미 세계 인구 열네 명 중 한 명, 즉 1억 명이 다른 대륙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 배경에는 통신과 운송수단의 발전이 자리했다. 2차 세계대전의 영웅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 인도의 비폭력 평화주의자 간디, 중국의 실용주의 지도자 덩샤오핑도 다른 나라로의 이주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다. 세계화 추세로 가장 두드러진 장기 수혜를 입은 나라가 바로 20세기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이다.

 

이처럼 저자는 개개의 인물과 사건을 거대한 변화와 연결짓는다. ​니콜라 테슬라와 에디슨을 통해 기업 연구소가 기술 발전에 미친 영향을 이야기하고, 하이에크와 폴라니, 케인스를 통해 시장주의가 사회민주주의를 받아들여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때로는 현미경을 때로는 망원경을 들이대어 미시와 거시, 우연과 필연을 솜씨 좋게 엮어낸다. 700쪽이라는 적지 않은 분량이 술술 읽히는 이유다. 

 

2010년 세계 평균 1인당 소득은 1870년의 8.8배에 이르렀다. 하루에 대략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최극빈층’은 1870년에는 세계 인구의 무려 70%에 달했지만, 오늘날에는 9%가 채 안 된다. 그 9%마저도 대다수가 공공의료와 이동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린다. 일부 국가에서는 1인당 소득이 1870년에 비해 20배 이상 증가했다. 이 번영은 앞으로 몇 세기 동안 지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인류는 유토피아 혹은 그 언저리 어디쯤에는 닿은 것이 아닌가. ​

 

20세기에 우리는 전례 없는 경제적 풍요를 경험했지만, 기후변화와 불평등이라는 문제에 직면했다. 사진=pixabay

 

“저자는 1870년에 시작되어 2010년에 끝난 경이적인 경제 발전의 시기, 즉 ‘장기 20세기’에 대한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시한다. 전례 없는 물질적 풍요가 찾아왔고, 이전 세대라면 이러한 풍요로움이 유토피아를 보장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물질적 진보의 시대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차별과 불화로 끝났다. 이 특별한 시기의 성공과 실패를 이 정도의 통찰력으로 설명한 책은 찾아볼 수 없다.”

 

이 책을 추천한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칼럼니스트 마틴 울프의 말처럼 우리는 지난 세기에 전례 없는 풍요를 경험했지만, 결코 유토피아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리는 20세기로부터 무엇을 배웠나. 21세기에는 유토피아에 가 닿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slouch toward utopia’, 즉 유토피아를 향해 웅크리며 나아간다고 지었다. 웅크리면서라도 나아가는 것이 뒤로 물러서거나 가만히 서 있는 것보다 낫다는 ‘희망’을 담았다. 그 희망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지난 세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앞서야 한다. 그것을 잊는다면 우리가 도달할 곳은 ‘디스토피아’일지도 모른다.​ 

김남희 기자

namhee@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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