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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 가격 따로, 영수증 금액 따로' 영화관서 통신사 할인 받으면 생기는 일

영화인연대 '불공정 정산' 공정위 제소…영화관들 '즉각 반박' 통신사들 '선긋기'

2024.07.17(Wed) 14:34:16

[비즈한국] A 씨는 지난 6월 KT멤버십 할인을 받아 1만 1000원에 영화 원더랜드 티켓을 예매했다. 멤버십 앱 예약내역 상 1만 5000원짜리 티켓에 적용된 할인금액은 4000원이었다. 영화 시간에 맞춰 CGV 평촌점에 도착한 A 씨는 키오스크에서 영화입장권을 발급받았고 부스 직원에게 영수증을 요청했다.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A 씨의 카드에서 빠져나간 1만 1000원이 아닌 1만 500원이었다. 

같은 달 B 씨는 ​CGV 범계점을 찾았다. 1만 4000원짜리 영화티켓을 SKT 멤버십 앱에서 5500원 할인받아 8500원에 구입했다. 현장에서 티켓을 발권한 후 따로 영수증을 요청해 받았다. 영수증에 총 금액으로 표기된 금액은 7000원이었다. 

멀티플렉스 3사가 ‘불공정 정산​’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됐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영화관. ​사진=박은숙 기자


이동통신사 멤버십, 카카오톡 선물하기 등의 채널을 통해 영화 티켓을 할인 예매하면 소비자가 실제 결제한 내역과 극장에서 발급받는 영수증 금액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다른 업계에서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다. 차액은 어디로 갔을까. 

#영화인들이 극장에 차액 내역 공개 요구하는 이유는

앞서 두 사람이 받아본 영수증과 실제 지불 금액 간 차이는 그야말로 ‘깜깜이’다. 극장도 통신사도 모두 금액 차이가 어디서 발생하는지, 영수증에서 사라진 500원과 1500원은 누가 어떻게 분배했는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통신 할인 등을 받은 소비자 중 대부분은 내가 결제한 티켓 값보다 더 적은 가격이 영수증에 찍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영수증을 확인하려면 현장 직원에게 별도로 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CGV 관계자는 “통신사에서 보전 받는 부분은 정산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세부적인 내용은 통신사와의 계약과 관련돼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KT 관계자도 “멤버십 서비스를 위해 맺은 계약 상 상세한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SKT 관계자는 “5500원 할인이 적용돼 8500원으로 티켓을 구입한 건에 대해 7000원이 표기되는 것은 우리가 제공하는 프로세스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를 두고 여러 시각이 나온다. 그 중 영수증에 기입된 가격이 ‘도매대가’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마케팅비와 관련해 통신사와 극장이 내부적으로 비용 분담에 대해 협의한 기준에 따라 나눈 것으로 보고 있다. 극장이 통신사에 판매하는 영화 도매가를 그대로 영화진흥위원회 통신망에 올린 것”이라며 “차액을 통신사가 챙기거나, 영화관이 통신사를 통해 다시 돌려받거나 혹은 나눠 갖는다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데 접근할 수 있는 정보를 극장만 쥐고 있어 한정적 정보로 추측만 할 따름”이라고 설명했다. 

김범준 가톨릭대학교 회계학과 교수도 “실제 결제 금액보다 낮게 표기된 영수증 금액은 영화관이 통신사에 티켓을 판 도매가격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극장 측 불공정 정산 공정위 신고’ 관련 기자회견. 사진=영화인연대 제공


최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 조합 등 15개 단체 연합체인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와 참여연대, 민변이 함께 문제제기에 나섰다. 지난 4일 이들은 멀티플렉스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코로나 시기 티켓 가격이 세 번 인상됐지만 수익배분의 근거가 되는 객단가가 오히려 감소한 배경에 극장의 불공정 행위가 있다는 주장이다. 영화인연대는 실제 결제 내역과 상이한 영수증 역시 그 증거 중 하나로 보고 있다. 

#영화 ‘진짜 가격’ 극장·통신사만 알고 제작·배급사는 몰라

영화관들이 참여하는 한국상영발전협회는 공정위 신고가 진행된 당일 입장문을 통해 “통신 할인 및 각종 카드 할인에 따라 극장이 통신사 및 카드사로부터 보전받는 금액은 배급사와 공정하게 정산해 배분하고 있다”고 정면 반박했다. 통신사들은 영화계와 극장 간 분란에 불똥이 튈까 선을 긋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열린 관련 국회토론회에도 통신사 측 인사는 불참했다. 

의문은 남아있다. 극장이 영화진흥위원회 통신망에 등록하는 티켓 판매 가격은 현장 영수증에 기재된 금액이다. 이 금액은 영화 티켓 수익배분의 근거가 되는 객단가(티켓 평균 발권가격)와 부가가치세, 영화발전기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영화발전기금은 영진위가 운용하는 핵심자원으로 제작·창작 지원부터 부산국제영화제까지 한국 영화 산업 육성 및 발전을 위한 예산으로 쓰인다. 

최철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카드로 티켓을 예매하면 결제 시점에 그 금액으로 거래가 발생한 사실이 국세청에 통보되는데, 최종 영수증의 금액이 다르다면 의문점이 생긴다”고 짚었다. 

김범준 교수는 “사업자 입장에서 영화관 운영에 드는 고정비용을 고려했을 때 빈 좌석으로 방치할 바에는 저렴하게 판매해 이익을 창출하는 방안을 택할 수 있다”면서도 “극장이 통신사에 티켓을 싸게 파는 대신에 혜택을 받는 등 반대급부를 얻는다면 회계상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시내 CGV 상영관 풍경. 사진=박정훈 기자

 

CGV는 재무제표상 매출액 계상 기준 등에 대한 질의에 “외부 제휴사이트를 통한 예매권에 대해서는 확인이 어렵다. 제휴사로부터 보전받은 금액을 토대로 정산하고, 그 금액 수준으로 매출 인식이 된다”고 답했다.

 

영화계는 현재까지는 CGV 사례가 주로 확인됐지만 영화관 한 곳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추정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영업상 할인 정책을 어떻게 운영할지는 영화관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지만, 할인이 적용된 최종 가격이 정산의 기준이 되는 체계이기 때문에 할인 정책에 대해 배급, 제작 측과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 상세내역 공개 외에 전수조사 등 실태 파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영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운영위원은 “영화는 배급사와 제작사가 만든 상품인데도 극장과 제휴사 간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불투명하게 정산이 이뤄지고 있다. 소비자가 낸 돈과도 차이가 확인된 만큼 국회 소관위원회(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문제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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