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의정갈등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보건의료정책실장 자리가 두 번이나 교체됐다. 임인택 전 실장에 이어 전병왕 전 실장, 지난달 27일부로 정윤순 사회복지정책실장이 보건의료정책실장으로 임명됐다. 정윤순 실장은 그간 건강보험정책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 등 요직을 맡으며 다양한 정책을 추진해 왔다. 전병왕 전 실장의 명예퇴직을 두고 의료계의 시선이 곱지 않은 가운데 정윤순 실장이 의정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Character(인물)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1969년생으로, 올해 56세다. 경상북도 김천에서 태어나 김천고(35회)를 졸업한 TK(대구경북)다. 고려대학교 무역학과(87학번)을 졸업했고, 행정고시 39회로 관가에 들어왔다. 전병왕 전 실장(행시 38회)과는 한 기수 차이다. 정 실장은 보건복지부 내에서 평가가 좋아 인사 시즌마다 승진 대상으로 거론되며, 전형적인 관료 스타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실장은 현 정부 들어 승승장구하며 주목받고 있다. 교류 형식으로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에 파견 중이던 정 실장은 2022년 8월 건강보험정책국장으로 발탁되며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건강보험정책국장은 복지부 내에서도 요직인 빅4에 해당한다. 빅4로는 복지정책관, 연금정책국장, 보건의료정책관, 건강보험정책국장이 있다. 이후 1년여 만인 지난해 9월에는 당초 하마평에 오르던 인구정책실장보다 더 높은 서열인 사회복지정책실장으로 승진했다.
#Career(경력)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질병정책과와 기초의료보장과를 거쳐 의료제도과장, 의료자원과장, 국제협력담당관, 주 유럽연합대사관 파견, 노인정책과장, 인구정책총괄과장, 보건의료정책과장, 보험정책과장, 첨단의료지원관,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기획조정부장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건강보험정책국장, 사회복지정책실장으로 활약했다.
정윤순 실장은 의료자원과장 재임 당시 의료기관 통합평가체계 및 인증제 도입을 주도했다. 기존에 의료기관평가 외에 이뤄지던 응급의료기관평가, 지방의료원평가, 한방의료기관평가, 치과의료기관평가, 암검진의료기관평가 등을 일원화한 통합평가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중복평가로 인해 병원에서 진료활동 외에 업무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었다. 이밖에 의료기관의 강제평가 방식을 인증제로 전환하는 과정도 이끌었다.
첨단의료지원관 시기에는 정부가 발표한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2021~2025)에 발맞춰 사업을 추진했다.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기본계획은 첨단재생의료 발전을 위해 매년 1000억원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입하고, 국가 차원에서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윤순 실장은 첨단재생의료실시기관 지정 사업 등에 참여했다.
#Capability(역량)
정윤순 실장은 과거 의정갈등을 한번 겪어본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에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정윤순 실장은 2016년 11월부터 2019년 2월까지 보건의료정책과장으로서 의정 공동합의문이 나오기까지 정부 측 인사로 함께하며 합의를 주도했다. 2018년 최대집 당시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취임한 후 의정간 논의를 다시 시작하고 의정협의체를 꾸리기로 협의가 이뤄졌고, 4개월 여만인 9월 문재인 케어(필수의료 중심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를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이 발표됐다.
공동합의문에는 △정부와 의료계는 국민건강을 위하여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을 의정간 충분히 논의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 △현재의 저수가에 따른 문제점에 대해 상호 공감하고, 의-정 상호 간에 진정성을 바탕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를 10월 25일 개최되는 의정협의체 회의를 통해 진행해 나갈 것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위해 교육상담, 심층진찰 확대, 의뢰-회송사업 활성화 등 의료계 의견을 수렴하여 추진해 나갈 것 △무면허 의료행위 근절에 공동으로 노력하고 의료인의 자율규제 환경을 조성해 나갈 것 등 4개 사안이 담겼다.
#Critical(비판)
정윤순 실장은 2024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수가협상을 앞두고 재정운영위원회 위원 선정 과정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을 배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정윤순 건강보험정책국장은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이 아니”라며 “회계장부 제출 등 관련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기관에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산하라고 해도 노동부에 회계자료를 낸 노조는 재정위 위원 추천 공문을 발송했다”고 해명했다. 결국 회계장부를 제출하지 않은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직전인 사회복지정책실장 시절에는 24개 시나리오가 담긴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으로 비판을 받았다. 정부의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보험료 인상률 등 구체적인 숫자가 빠졌고, 세대별 보험료 차등 인상을 두고도 전문가 사이에서는 실현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당시 복지부 측은 “그동안 개혁 과정을 보면 정부가 보험료율이나 소득대체율 수준을 제시하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을 해왔는데, 제대로 성공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는 것보다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지만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Challenges(도전)
정윤순 실장 전임인 전병왕 전 실장의 명예퇴직을 바라보는 의료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전 전 실장의 명예퇴직은 지난달 26일 청문회에서 갑작스레 공개됐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말을 끝으로 명예퇴직을 하는 것이 사실이냐.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전 전 실장은 “명예퇴직 신청이 6월 말까지 가능하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답했다. 해당 발언 이후 의료계에서는 “일을 저질러 놓고 책임도 안 지고 도망가냐”, “전공의들은 사직도 안 받아주면서 본인은 명예퇴직하는 것이냐”, “복지부에 명예퇴직 금지명령 내려야 한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보건의료정책 계획 수립 및 보건의료인력 수급, 의료분쟁 조정, 의료기관 평가, 한의약 관련 정책 등 보건의료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간호법, 의대정원 증원 등 굵직한 사안이 발생하며 2년여 사이 두 번의 교체가 이뤄졌다. 임인택 실장의 대기발령 조치로 4개월간 공석이 이어지는 등의 일도 있었다. 전병왕 전 실장은 보건복지부 장차관보다 실무적인 업무를 더 맡아왔고, 중대본 브리핑 등도 담당해왔다. 의료계가 의정갈등 이후 복지부 장차관과 보건의료정책실장의 입을 주목해온 만큼 정윤순 실장은 의료계의 편견을 걷어치우고 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재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는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사회적 합의체인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지금이라도 참여해 합리적인 정책 제안해달라”고 호소했다. 정부가 각 수련병원에 전공의 결원을 확정해 통보해 달라고 밝힌 시한인 15일에도 복귀 의사를 밝힌 전공의는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빅5 병원’인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수련병원들은 사직 의사를 알려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지만 응답률 자체가 미비한 상황이다.
김초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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