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건설업계가 주택사업 선별 수주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하반기 대형건설사가 참여하는 정비사업 수주전이 잇따라 성사되고 있다. 위축된 수주 경기에도 공사비가 일정 수준 담보되는 정비사업장에서는 여전히 공격적인 수주 활동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마감된 서울 강남구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사업 시공자 선정 2차 입찰에는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참여해 수주전이 성사됐다. 이 사업은 지하철 3호선 매봉역 남쪽에 위치한 8개 동 620세대 규모 아파트를 7개 동 816세대으로 재건축하는 정비사업이다. 3.3㎡당 예정 공사비는 920만 원(총공사비 4295억 원) 수준.
당초 올해 4월 마감된 이 현장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은 한 차례 유찰 사태를 빚었다. 당시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DL이앤씨,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호반건설, 금호건설, 두산건설, 효성중공업, 우미건설, 대방건설, 한양 등 10개 사가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에는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하명국 도곡개포한신아파트 재건축조합 조합장은 “1차 입찰 당시 현장설명회에는 많은 건설사들이 관심을 보였지만 수주전에 대한 부담으로 눈치를 살폈던 것 같다. 아파트 입지가 워낙 좋다 보니 입찰에 참여할 건설사는 나타날 것이라고 낙관했다. 공사비는 당시나 현재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경쟁 입찰이 성사됐으니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반기 대형건설사가 참여해 수주전이 성사된 정비사업장은 또 있다. 지난달 21일 마감된 서울 용산구 남영동 업무지구 제2구역(남영2구역) 재개발사업 시공자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참여해 경쟁 입찰이 성사됐다. 이 사업은 지하철 4호선 숙대입구역과 1호선 남영역 사이에 있는 노후·불량건축물을 재정비해 공동주택 565세대와 오피스텔 80실, 업무·판매시설이 포함된 주상복합건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3.3㎡당 예정공사비는 1070만 원 수준.
올해 상반기 우리나라 시공능력 상위 10개 건설사가 시공권을 두고 수주전을 치른 정비사업장은 단 두 곳뿐이다. 포스코이앤씨가 1월 삼성물산과 경쟁해 수주한 부산 진구 촉진2-1구역 재개발사업과 현대건설이 3월 포스코이앤씨와 수주전 끝에 따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인데, 이들 모두 지난해부터 시공자 선정 입찰을 진행하던 곳이다.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가 수주한 나머지 정비사업은 모두 수의계약 형태였다. 상반기 10대 건설사를 시공사로 선정한 정비사업장 22곳 중 20곳(91%)은 수주 경쟁을 성사시키지 못하고 단독 응찰한 건설사와 수의계약 절차를 밟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과 주택법에 따라 조합 등 사업시행자는 정비사업 시공자를 경쟁 입찰로 선정해야 하지만,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에 부칠 수 있다.
올해 하반기 대형건설사 수주전이 성사된 정비사업장은 모두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 경쟁을 벌이는 남영2구역의 경우 3.3㎡당 공사비가 1000만 원에 육박한다. 조합원은 112명뿐이지만 용적률을 최대 860%까지 적용받는다. DL이앤씨와 두산건설이 뛰어든 도곡개포한신은 강남 초역세권 입지를 갖춘 데다 건설업계가 강남권 공사비 마지노선으로 꼽는 3.3㎡당 900만 원 선을 넘긴 단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사업 원가율이 오르면서 기존에 수주한 단일 현장에서 수백억 원의 손실이 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익성을 꼼꼼히 따져볼 수밖에 없다. 공사비를 충분하게 반영하는 단지로 건설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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