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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태양의 '고향'은 어디인가

우리 은하 성단의 고향은 찾았지만 태양은 여전히 미스터리…생명 탄생의 기원 밝힐 '열쇠'

2024.07.15(Mon) 17:11:16

[비즈한국] 황소자리 플레이아데스 성단은 맨눈으로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성단이다. 갓 태어난 뜨겁고 푸른 별들이 모인 산개성단 플레이아데스는 맨눈으로 보면 밝게 빛나는 별 여섯 개 정도가 옹기종기 함께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까지 우리 은하에서 이러한 산개성단만 1000개 넘게 발견되었다. 발견된 수만 이 정도일 뿐 천문학자들은 아마 만 개 가까운 산개성단이 우리 은하 원반을 떠돌고 있을 것이라 추정한다. 

 

보통 별들은 혼자서 탄생하지 않는다. 거대한 분자 구름이 한꺼번에 수축하면서 그 일대에서 수백 수천 개의 동갑내기 별들이 함께 탄생한다. 오늘날 관측되는 성단이 바로 이렇게 만들어진다. 얼핏 생각하면 현재 우리 은하를 채운 수많은 성단은 모두 제각각 존재하던 수천 개의 가스 구름 속에서 태어난 별개의 존재로 보인다. 

 

그런데 최근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 성단들의 숨겨진 출생의 비밀을 밝혀냈다. 우리 은하를 떠도는 이 수많은 성단이 사실은 모두 같은 곳에서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원래는 모두 같은 자리에서 함께 태어난 집성촌 별들이었으나, 수억 년 동안 별들의 궤도가 이곳저곳으로 흐트러지면서 지금은 멀리 떨어져 전혀 상관없는 별개의 성단처럼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유럽우주국(ESA)의 가이아 위성은 우리 은하 속 수십억 개에 달하는 별들의 정밀한 공간 분포 지도를 그린다. 이 숫자는 우리 은하를 채운 모든 별의 약 1%에 달한다. 그리고 각 별의 세밀한 위치 변화를 비교해 우리 은하 공간 속을 얼마나 빠르게 어떤 방향으로 떠돌고 있는지 그 움직임도 추적한다. 가이아 위성으로 완성된 초정밀 우리 은하 지도를 통해 천문학자들은 수억 년 전 과거부터 수억 년 뒤 미래까지,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위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분석에서 천문학자들은 태양계를 중심으로 주변 3000광년 이내에 분포하는 비교적 가까운 성단들의 분포 지도를 파악했다. 이 범위에 들어오는 성단의 수는 272개다. 그리고 약 3억 년 전부터 각각의 성단이 어느 위치에서 탄생해 지금 자리까지 이동해왔는지 그 과정을 추적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272개 성단 중 57%에 달하는 155개 성단이 태어난 위치가 단 세 곳으로 수렴했다! 겨우 세 개의 거대 분자 구름 속에서 탄생한 이웃 성단들이 3억 년 동안 조금씩 궤도가 흐트러지고 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지금은 태양계를 중심으로 3000광년 거리 이곳저곳에 흩어져 분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성단의 고향 세 곳을 기준으로 천문학자들은 콜린더 135 그룹, 페르세우스자리 알파 그룹, 메시에 6 그룹으로 성단을 분류했다. 남쪽 하늘 고물자리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콜린더 135 성단 부근 가스 구름 속에서 반죽된 가족 성단들로는 NGC 2547, IC 2395 등이 있다. 페르세우스자리 알파 별 부근 가스 구름 속에서 함께 태어난 가족 성단으로는 IC 4665, IC 2602 등이 있다. 메시에 6 성단과 함께 같은 고향에서 탄생한 가족 성단으로는 NGC 3228, IC 2391, 트럼플러 10, NGC 2451A 등이 있다. 이렇게 태어난 성단들은 현재 지구의 밤하늘에서 봤을 때, 황소자리 인근과 전갈자리-센타우루스자리 방향을 따라 분포하는 성단들을 구성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에서 분석한 세 가지의 주요 성단 탄생 영역과 각 영역에서 탄생한 성단을 나타낸 그림.

 

지금으로부터 약 6억 년 전 가장 먼저 페르세우스자리 알파 그룹과 메시에 6 그룹에서 성단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뒤, 지금으로부터 4억 500만 년 전에는 콜린더 135 그룹의 성단들도 하나둘 탄생하기 시작했다. 맨 처음 존재한 각각의 원시 가스 구름 영역은 그리 거대하지 않았다. 콜린더 135 그룹 영역의 너비는 약 160광년, 페르세우스자리 알파 그룹 영역은 약 290광년, 메시에 6 그룹의 영역은 250광년 정도 너비에 걸쳐 분포했다. 각 탄생지를 중심으로 200광년도 안 되는 비좁은 영역에서 옹기종기 모여 살던 성단들은 서서히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도는 각자의 궤도를 따라 움직이면서 그 분포가 흩어졌다. 그리고 현재 3000광년 너비의 넓은 범위에 걸쳐 성단들이 흩어지게 되었다. 

 

각 성단이 탄생하는 순서와 연이은 초신성 폭발로 인해 로컬 버블이 형성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


성단들은 우리 은하 원반을 따라 크게 궤도를 그리면서 조금씩 그 사이가 멀어졌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각각의 성단에서는 총 200개 가까운 초신성 폭발이 벌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신성 폭발이 사방으로 남긴 충격파의 흔적은 우리 태양계 주변 우주 공간을 에워싸고 있던 성간 물질을 바깥으로 불어냈다. 그리고 우리 태양계를 중심으로 주변에 성간 물질의 밀도가 비교적 적게 관측되는 일종의 거대한 거품 영역을 만들었다. 이것이 현재 전파 관측을 통해 관측되는 우리 태양계를 중심으로 한 둥근 땅콩 모양의 텅 빈 영역, 로컬 버블로 추정된다. 

 

로컬 버블 인근에서는 또 다른 거대한 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 충격파에 불려나간 듯, 성간 물질의 밀도가 높게 형성된 둥근 벽과 같은 구조가 존재하는데, 이것을 거대 벽 GSH 238+00+09라고 부른다. 이번 분석에 따르면 우리 태양계 주변 로컬 버블을 만들었던 200여개 가까운 초신성 폭발이 이 거대 벽도 함께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석에서 추적한 각 성단의 위치 변화 과정은 3D 모델로 아주 자세히 구현했다. 

https://cswigg.github.io/cam_website/swiggum_2024_interactive/fig2_interactive.html

https://cswigg.github.io/cam_website/swiggum_2024_interactive/fig1_interactive.html

 

위 링크를 통해 직접 다양한 방향으로 시점을 바꿔가면서,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우리 태양계 주변 성단들의 분포가 어떻게 달라져왔는지를 비교해볼 수 있다. 겨우 세 곳밖에 안되는 제한된 탄생지에서 만들어진 별들이 지금은 마치 서로 상관없는 존재인 듯이 멀찍이 떨어져 사방에 흩어진 과정을 직접 확인해본다면, 우리 은하가 얼마나 역동적인 세계인지를 새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태양계 주변 성단들의 역동적인 역사를 추적하다보면, 유독 더 흥미롭게 느껴지는 사실이 있다. 우리 태양은 주변에 다른 별 무리 없이 홀로 외롭게 우주 공간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굉장히 이상하다. 우리 태양도 오래전 다른 별들과 함께 거대한 가스 구름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한꺼번에 태어난 수많은 별들 중 하나였을 확률이 높다. 그랬다면 당연히 우리 태양 주변에도 비슷한 장소에서 비슷한 시기에 함께 탄생한 이웃 별들이 아주 많이 존재했어야 한다. 즉 우리 태양도 어떤 성단에 소속되어 있어야 자연스럽다. 그런데 우리 태양은 어떤 성단에도 소속되지 않은 홀로 우주를 떠도는 ‘유아독존’ 별이다. 

 

태양과 함께 같은 고향에서 탄생했을지 모르는, 태양의 잃어버린 형제 별들을 찾는 노력은 지금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별의 출신 성분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별의 대기를 구성하는 화학 성분의 조성을 비교하는 것이다. 우리 태양의 화학 조성과 아주 비슷한 조성을 가진 별이 주변에서 발견된다면, 오래전 같은 가스 구름 속에서 비슷한 재료를 뭉쳐서 탄생한 형제 별일 확률이 높다고 추정할 수 있다. 

 

지금까지 태양의 잃어버린 형제로 추정되는 별이 수십 개 발견되었다. 그 중에는 헤라클레스자리 방향으로 약 110광년 떨어진 별 HD 162826가 있다. 이 별은 우리 태양보다 질량이 약 15% 더 무거운, 태양의 무거운 형제쯤 되는 별이다. 더 최근에는 공작자리 방향으로 약 185 광년 떨어진 별 HD 186302도 태양의 또 다른 잃어버린 형제 별로 추정된다는 관측이 발표됐다. 하지만 이 별의 궤도는 현재 태양이 우리 은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궤도에서 크게 벗어났기 때문에, 역학적인 역사를 봤을 때 우리 태양의 형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반론도 있다. 한때는 메시에 67 성단이 오래전 우리 태양이 탄생한 고향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최근 정밀한 관측이 이어지면서 그 가능성은 크게 줄어들었다. 

 

태양이 지금처럼 홀로 우주를 떠도는 방랑자로 가출하기 전 대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는 아쉽게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전히 천문학자들은 태양의 진짜 고향을 추적하고 있다. 대체 우리 태양은 어쩌다 이런 외톨이 신세가 된 것일까? 그리고 왜 이 질문이 중요한 것일까?

 

태양의 정확한 고향 성단을 추적하는 것은 단순히 태양의 출생 비밀을 넘어서 우리 지구, 생명체의 기원에 예상치 못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 어쩌면 우리 태양처럼 성단에 속하지 않은 별이어야 그 주변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을 안정적으로 더 오랜 시간 거느릴 수 있는게 아닐까? 즉 태양의 외로운 현실이 오히려 태양 곁에 지구라는 아름다운 생명의 보고가 존재할 수 있게 한, 예상치 못한 행운이었던 것은 아닐까? 더 나아가, 오래전 태양이 탄생한 고향 성단 곳곳에서 생명 물질이 만들어졌고, 우리 지구로 그 생명 물질이 전달되면서 지금의 지구가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즉, 태양이 태어난 고향 성단을 찾게 되면, 그곳에서 우리는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더 쉽게 찾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우리 은하를 채운 수많은 성단이 태어난 고향이 겨우 두세 곳으로 수렴한다면, 우리 태양도 그 중 한 곳에서 함께 태어난 별은 아니었을까? 우리 은하의 탄생 과정을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되면서, 언젠가 우리 태양, 그리고 생명의 탄생 순간까지 추적할 수 있게 되는, 태양의 출생의 비밀까지 모두 밝혀지게 되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참고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496-9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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