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뷔페, 패밀리 레스토랑이 ‘가성비 식당’으로 뜨고 있다. 점포 효율화로 빕스의 매장 수를 줄이던 CJ푸드빌도 신규 출점에 재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프리미엄 이미지로 외식 시장에서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인데, 가성비를 앞세운 경쟁사들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J푸드빌, 빕스로 1조 클럽 갈까
CJ푸드빌이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가 최근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4월 빕스 은평롯데점을 오픈한 데 이어, 6월 대전현대아울렛점을 열었고, 8월 경기도 동탄에 신규 매장을 출점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코로나19 기간에는 매장 효율화에 집중해왔고, 그 과정에서 프리미엄 요소를 강화하니 고객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고객들의 추가 출점 요구도 있어 올해 신규 출점에 나서게 됐다”며 “은평롯데점의 경우 전체 점포 중 매출이나 방문율 등이 최상위권 매장으로 꼽힐 정도로 반응이 좋다. 신규 매장의 성과가 긍정적인 편”이라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외식 사업 매출이 감소함에 따라 2020년부터 빕스의 신규 출점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며 빕스 매장 수도 점차 줄었다. 2015년 매장 수를 112개까지 늘렸던 빕스는 2019년에는 41개로 줄었고, 2020년에는 34개, 지난해에는 28개로 감소했다. 현재 빕스 매장 수는 29개다.
빕스는 2021년 김찬호 CJ푸드빌 대표가 수장에 오른 후부터 체질 개선에 들어갔다. 김 대표는 수익성이 낮은 매장은 과감히 폐점하면서 신규 출점 대신 매장 리뉴얼 작업에 집중했다. 소수 매장에 고급화 전략을 도입해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과 차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었다.
CJ푸드빌은 외식 사업의 성과에서 다소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CJ푸드빌은 프랜차이즈부문(뚜레쥬르)과 외식부문으로 나눠져 있는데,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72%가 프랜차이즈 부문에서 발생했다. 전체 영업이익 중 60%는 뚜레쥬르의 해외사업에서 나올 정도다.
CJ푸드빌은 올해 빕스를 중심으로 하는 외식사업을 키워 매출 1조 원대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CJ푸드빌은 2013년 처음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렸으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하면서 매출액이 줄었고, 2020년에는 6000억 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CJ푸드빌의 매출액은 8447억 원, 영업이익은 453억 원으로 집계됐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외식사업 부문에서 가장 주력하는 브랜드가 빕스다. 빕스 매장을 다른 경쟁사들처럼 공격적으로 확장해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빕스 시장 점유율은 미미, 프리미엄 틈새 수요 공략 통할까
패밀리 레스토랑이 제2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CJ푸드빌도 빕스 운영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전성기를 누렸던 패밀리 레스토랑은 2010년 경기 불황을 계기로 성장세가 꺾였다. 코로나19까지 이어지며 대부분의 브랜드가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2016년 베니건스가 국내 시장에서 철수했고, 2020년 삼양그룹이 운영하던 세븐스프링스도 영업을 종료했다. 한때 인기를 끌던 한식뷔페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2021년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던 한식뷔페 올반이 시장에서 철수했고, CJ푸드빌도 2022년 한식뷔페 계절밥상의 사업을 접었다. 남은 브랜드의 폐점도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시장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패밀리 레스토랑이 가성비 외식 장소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랜드이츠에서 운영 중인 애슐리퀸즈는 지난해 매출액이 2360억 원으로 전년(1570억 원) 대비 50.3% 증가했다. 애슐리퀸즈는 올해에만 17개의 신규 점포를 출점했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 역시 지난해 매출액이 4576억 원으로 전년(4110억 원)보다 11% 증가했다.
빕스가 신규 출점을 확대하면서 외식 시장에서는 빕스·애슐리·아웃백의 삼파전을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 대비 빕스의 시장 점유율은 아직 미미하다. 애슐리와 아웃백이 90여 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 빕스의 매장 수는 30여 개 수준이다. 매출 규모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빕스 매출액을 1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이는 애슐리(2360억 원)의 절반 수준이며, 아웃백(4576억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고물가로 외식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빕스가 내세운 프리미엄 전략이 계속 효과를 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빕스를 제외한 업계 경쟁사들은 가성비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들어간 상황이다.
애슐리퀸즈는 평일 점심 기준 성인 이용 금액이 1만 9900원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가성비 외식을 선호하는 가족 단위 고객 수요를 잡았다. 빕스의 경우 평일 런치 샐러드바 이용 금액이 3만 7900원이다. 아웃백도 기존에 고수하던 프리미엄 이미지를 버리고 최근 캐주얼 다이닝으로 리브랜딩에 나섰다. 고가의 메뉴 대신 가격 부담이 없는 파스타, 샌드위치 등의 메뉴로 2030 고객을 잡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서는 빕스가 외식 틈새시장을 노려볼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은희 소비자학과 교수는 “물가가 오르다 보니 설렁탕 한 그릇이 1만 원이 훌쩍 넘는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다 보니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며 “가성비 외식에 대한 선호도가 커졌지만 프리미엄 수요는 남아 있다. 고급스러운 식사를 찾는 소비자 사이에서는 빕스가 가성비 외식으로 느껴지는 만큼 성장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빕스가 프리미엄 전략을 갖고 있으나 호텔 뷔페처럼 가격 부담이 큰 수준은 아니다. 또한 많은 고객이 제휴 할인 혜택 등을 이용해 가격 부담을 덜고 있다”며 “최근 물가 인상 등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에서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고객 호응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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