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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든 개업변호사들 "국선이라도…"

1인당 월평균 수임 1건대로 하락…개업 대신 로펌 입사가 '문화'로

2024.07.15(Mon) 11:11:23

[비즈한국] 사법고시에 합격한 40대 초반의 A 변호사는 서울 강남에 개업을 했다. 여러 변호사가 함께 운영 비용을 지불하는 로펌 사무실을 선택했는데, 매달 발생하는 고정 비용은 300만~400만 원 정도. 사법고시 출신이라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우지만 막상 사건을 수임하기는 쉽지 않다. 로톡 등 각종 플랫폼을 쓰지 않으려다 보니 사무실 운영 비용을 보존하기도 쉽지 않을 때가 있다. 

 

자연스레 A 변호사는 1년여 전부터 ‘국선 변호사’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사선을 하면서 국선  사건도 맡는 변호사들은 사건당 55만 원을 받는다. 사건의 난이도가 제각각이어서, 받는 돈에 비해 들이는 시간이 많을 때도 있지만, 월 3~4건만 맡아도 적지 않은 돈이 되어 사무실을 운영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게 A 변호사의 판단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 모습. ​로스쿨 도입 이후 변호사들이 늘고 1인당 수임 건수가 급감해 ‘변호사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말이 나온다. 사진=최준필 기자

 

#‘1인당 월평균 사건 1.1건’의 의미

 

변호사 시장에서 ‘변호사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하소연이 늘어나고 있다. 부족한 사무실 운영 비용을 충당하려고 국선 사건을 수임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공공연한 이야기다.

 

개업변호사 기준, 변호사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는 2021년 1.1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2013년 2.05건을 고려할 때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만큼 변호사 수가 늘어난 탓이기도 하다. 2013년 1만 6000여 명이던 변호사는 현재 3만 4000여 명으로 늘어났다. 2~3년 지나면 4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사 업계에서 조만간 1인당 월평균 수임 건수가 1건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월 수임 건수가 1건 수준이라는 것은 의미가 크다. 통상적으로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 비용은 500만 원 내외에서 시작한다. 이 돈만으로는 사무실·직원(둘 다 공동으로 경비를 부담하는 모델을 가정할 때) 경비 등을 쓰면 거의 남는 게 없다. 성공 보수를 받을 수도 있지만, 거꾸로 변호사 비용을 제대로 다 받지 못하는 게 보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는 변호사들이 많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변호사가 전문직이라고 하지만, 로스쿨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사건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배출되는 변호사들이 더 많은 게 결국 문제가 되고 있다”며 “최근 변호사들의 각종 불법이 논란이 되는 것 역시 숫자가 늘어난 탓에 먹고살기 힘들어져 불법적인 유혹에 빠지는 것 아니겠냐”고 우려했다.

 

#소형 로펌에 입사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 ‘보편적’

 

물론 대형 로펌은 개인변호사들 시장과 다르게 여전히 잘나간다. 연 매출 3000억 원이 넘는 로펌 빅5(김앤장·광장·태평양·율촌·세종)의 경우 일명 신입 ‘어쏘’ 변호사들의 소득이 1억 원에 육박한다. 사건마다 다르지만, 성공 보수 등을 잘 받았을 경우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변호사 업계에서는 개업 대신 3~4명 규모의 소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 사진=pixabay

 

이 때문에 ‘좋은 대우’를 받기 위해 커리어를 쌓는 게 변호사 업계의 보편적인 문화가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개업 대신 3~4명 규모의 소형 로펌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대형 로펌으로 이직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검사장 출신의 소형 로펌 대표 변호사는 “이제는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어린 친구들이 전관들이 근무하는 로펌에 들어와 경험을 쌓은 뒤 이를 바탕으로 대형 로펌의 경력 변호사 채용 때 지원해 옮기는 게 보편화됐더라”며 “좋은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우리도 월 500만 원 이상을 기본급으로 보장하는데 이런 소형 로펌에도 100명이 넘는 인재들이 지원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로펌에 있는 어쏘 변호사들도 다들 좋은 대학과 로스쿨을 졸업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앞선 A 변호사는 “국선 변호사 사건을 맡으려고 하는 이들 중에서는 거꾸로 판사나 검사 경력 채용이 뜨면 지원하자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고 “개업해서 먹고사는 게 갈수록 어려워지는 게 변호사 시장”이라고 귀띔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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