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이슈

'검정고무신 방지법' 재추진, 저작권 분쟁 막을 묘수 이번엔 나올까

21대 국회서 폐기된 문화산업 공정유통법, 다시 진행…중복 규제·산업 위축 우려 넘어야

2024.07.12(Fri) 17:49:48

[비즈한국]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저작권 분쟁 소식이 세간의 주목을 받은 지 4년이 지났다. 2020년 여름 검정고무신을 그린 원작자들이 출판사의 2차 저작물 관련 사업 진행에서 배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출판사와 송사를 벌이던 고(故)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등진 건 약 3년 뒤인 지난해 3월이다. 창작자 권리 보호를 위한 대책 수립의 시급성이 떠올랐고, 국회는 ‘문화산업 공정유통법(문산법)’ 입법에 속도를 냈다. 문산법은 국내 콘텐츠 산업 고성장 이면에서 발생하는 불균형을 해소한다는 취지로 여야가 합의해 소관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21대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관련 입법은 22대 국회에서 다시 한번 추진될 전망이다. 다만 기업들의 반발 근거인 중복 규제에 대한 우려는 해소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검정고무신 같은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은 어디까지 왔을까.


만화 ‘검정고무신’. 비슷한 사태의 재발을 막고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국회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사진=대원씨아이


#국회, 창작자 의견 청취 나서


최근 국회에서 콘텐츠 창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동을 걸었다.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문화산업 공정유통법(문산법) 재추진을 위해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논의 중이다. 문산법은 문화산업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불공정 거래행위 발생을 예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지식재산권 양도를 강제하는 행위, 제작 방향을 변경하고 제작인력을 지정·교체하는 행위 등 10가지 불공정 행위를 규정하고 있다. 문체부가 새 안을 마련한 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조율을 거쳐 본격적으로 입법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산업 관련 입법 활동은 이미 개시된 상태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국회 문체위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기간 내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문체부 장관이 매출액의 3%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술인에게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하거나 지연, 제한하는 등 권리침해 및 불공정행위에 실효적 제재를 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문산법은 유정주 민주당 전 의원의 발의안(2020년)​과 김 의원 발의안​(2022년)을 반영해 만든 대안(안)이었다.


‘시정명령 패싱’은 만화·웹툰 분야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지만 검정고무신 사태와 특히 밀접한 사안이다. 만화가 단체를 중심으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가 만들어진 뒤 장진혁 형설출판그룹 대표에게 공식 사과와 저작권 지분 포기를 요구했다. 특별조사를 진행한 문체부는 ‘예술인 권리보장법’을 근거로 사측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한국저작권위원회를 통해 장 대표가 검정고무신 캐릭터의 공동 저작권자로 등록된 것을 말소했다.


하지만 출판사 측은 9월 중순까지이던 기한을 넘겨 현재까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출판사는 시정명령 미이행에 부과된 과태료 250만 원만 납부한 상태다. 김 의원실은 “문산법이 21대 국회에서 임기만료로 폐기됐지만 재추진해 발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우영 작가 사후에도 유족과 출판사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형설앤은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금 7400만 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에 항소했다. 이우영 작가의 지분을 상속받은 초등학생 자녀를 포함해 유족과 법정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산업 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 현장. 사진=참여연대 제공


지난달 말 국회에서는 문화산업공정유통법 입법 토론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검정고무신의 공동 창작자이자 이우영 작가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를 포함해 웹툰·일러스트 작가, 영화 등 6개 문화산업 분야 대표가 참석했다. 토론에서는 명확하지 않은 계약 조건이나 저작권·수익 배분 구조에서 법적 보호망이 부족한 문화산업계의 현실이 지적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문체위 소속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개정안을 보완해 입법 과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제2의 문산법 추진에 부처별 입장 조율이 요구되는 만큼 강 의원실도 현재 여러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단계다.


#‘제2의 문산법’ 국회 문턱 넘으려면…


‘제2의 문산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높다. 문산법은 지난해 3월 말 문체위 전체 회의를 조건부 통과할 때부터 나온 관계 부처, 기업 측 반발을 극복하지 못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전기통신사업법’과 중복규제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 시내 서점에 진열된 만화책 코너.사진=비즈한국DB


반대하는 쪽의 핵심은 규제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논리다. 이 법안의 규제 범위에는 출판·만화와 함께 방송영상물, 음악·게임 등 관련 산업도 포함된다. 방송영상물 사업자는 이미 기존 법으로 금지행위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문화산업의 인허가권과 진흥, 예산을 쥐고 있는 문체부가 직접 규제 권한까지 갖는다면 중립성이나 공정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작사 관계자는 “보상 조건을 마련할 때도 인지도 등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데 위축될 여지가 크다. 법안이 현실을 간과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 악영향 가능성이 떠오르자 지난해 말에는 작가협회 등 창작자 측에서도 법안 재검토 촉구가 잇따랐다. 이에 새 법안은 중복 규제 가능성을 차단하고 ‘플랫폼-제작사-작가’로 이어지는 웹툰 생태계의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업계의 우려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일반적인 불공정 행위 8가지에 대해서는 하도급법에 따른 공정위 소관이고 문체부가 신고를 접수해 인지하더라도 공정위가 우선 조치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정위가 다룰 수 없는 부분을 문체부가 다시 사안을 살펴보고 진행한다. 문화산업 분야 특수한 불공정 사례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취지”이라며 “문화산업은 여러 플랫폼, 방송 등에 얽혀 있는 산업인 만큼 기존 규제에 중복되는 사업자들을 모두 빼면 법안의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핫클릭]

· '개발사업 재개하나' 롯데자산개발 '던던' 상표 출원
· 코로나 자가진단키트 'SD바이오센서' 조영식 회장, 딸에게 승계 기우나
· "출구 안 보이는데" 국회에 걸린 의료법안만 6개 '가시밭길 예고'
· 본사·스튜디오·문화시설 한 곳에…성수동 '크래프톤 타운' 들어서나
· "잊을만 하면 보안 사고" 통신 3사, 정보보호 투자 얼마나 늘렸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