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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의약품' 3년간 1504건인데 품질기준 '간소화'한다고?

최근 3년간 회수·폐기 의약품 88%가 '품질 문제'…GMP 적합판정 간소화 추진에 '우려'

2024.07.10(Wed) 09:43:50

[비즈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고시된 최근 3년간 의약품 회수·폐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품질 부적합 사유가 가장 많았다. △불순물 초과 검출 △허가(신고)사항 미준수 △유용성 미입증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의약품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국민 건강을 지키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식약처는 문제된 의약품을 회수·폐기한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의약품 분야 규제혁신을 위해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적합판정에 필요한 제출자료를 줄이고 유효기간 연장 절차 간소화 등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허가(신고)사항과 다르게 제조한 사실이 적발된 한국신텍스제약의 ‘온장환’. 사진=약학정보원

 

#‘품질 부적합’ 사유 가장 많아…제약사는 한국신텍스제약이 최다

 

8일 기준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안전나라에 고시된 2021년 7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최근 3년간 의약품 회수·폐기 현황을 분석한 결과, 품질 부적합으로 인한 회수·폐기가 가장 많았다. 총 1504건의 회수·폐기가 발생한 가운데 사유는 △품질 부적합(성상·관능·분진포집효율 등) 623건 △불순물 초과 검출 434건 △허가(신고)사항 미준수(제조방법 등 변경 미신고·약사법 위반 등) 265건 △유용성 미입증 90건 △시판 후 안전성 시험 중 불순물 초과 검출에 따른 영업자 회수 40건 △기타(자진회수·식품 오용 우려 등) 26건 △표시기재 오류 25건 △부작용 발생 사례 신고 1건 순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를 살펴보면 회수가 이뤄진 기업은 총 299곳이다. 이 가운데 회수 건수가 20건 이상인 곳은 7곳, 10건 이상 20건 미만인 곳은 29곳, 10건 미만인 곳은 263곳으로 집계됐다. 회수 건수 상위 5개 사는 △한국신텍스제약(197건) △경방신약(40건) △한미약품(34건) △현진제약(28건) △영풍제약(27건)이다. 한국신텍스제약은 지난 3월 허가(신고)사항과 다르게 제조하고, 완제품 품질시험 등을 미실시했다는 이유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이후 한국신텍스제약이 신청한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졌고, 현재 대법원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5곳 가운데 ​경방신약은 현진제약과 함께 한약제제를 전문으로 제조하는 기업이다. 경방신약은 두 차례에 걸쳐 제조방법 등 변경 미신고 등이 확인됐다. 한미약품은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제제, ‘아세틸-엘-카르니틴’ 제제에 대한 유용성 미입증 외에 불순물 초과 검출, 용기 불량, 이물 혼입 우려 등으로 인해 회수됐다. 가장 많았던 것은 고혈압 치료제인 로사르탄 성분 제품의 아지도 불순물 검출 우려에 따른 회수로, 22개 제품이 대상이었다. 현진제약은 회수된 28건 모두 카드뮴(중금속), 이산화황, 곰팡이독소 검출 등 품질 부적합 문제였다. 4개 제약사가 한 번에 무더기로 적발된 반면, 현진제약은 상당 기간 여러 차례 나뉘어 발각됐다. 

 

#제약사는 집행정지로 피해가는데…식약처, GMP 평가 완화 추진 논란

 

영풍제약은 27건 중 19건이 ​허가(신고)사항과 다르게 제조해 회수 대상이 됐다. 한미약품과 같은 시기 로사르탄 아지도 불순물 초과 검출 우려에 따른 회수도 4건 있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상위 10대 상장 제약사 가운데서는 한미약품이 34건으로 회수·폐기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대웅제약 18건(대웅제약 2건 + 대웅바이오 16건) △종근당 12건 △보령 10건 △동국제약 9건 △제일약품 9건 △유한양행 7건 △GC녹십자 6건(GC녹십자 4건 + GC녹십자웰빙 2건)이 뒤를 이었다. 0건인 곳도 있었다. 매출기준 7위와 8위인 HK이노엔과 JW중외제약은 이 기간 회수·폐기가 없었다. 

 

식약처는 고의적인 임의제조로 논란이 된 이른바 ‘바이넥스 사태’ 이후 GMP 특별 기획점검단 신설, 신고센터 설치·운영 등으로 의약품 점검 시스템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의약품 회수·폐기 건수는 아직 한 해 평균 501건에 달한다. 기간별로 살펴보면 2021년 7월~2022년 7월 961건, 2022년 8월~2023년 7월 269건, 2023년 8월~2024년 7월 274건이다. 2022년 큰 폭으로 줄어든 이후 유의미한 감소는 없는 상황이다. ‘2023년 식품의약품통계연보’에 따르면 의약품 제조·수입업체의 자가품질 관리불이행 건수 역시 2020년 42건, 2021년 151건, 2022년 126건으로 비슷한 흐름이다. 

 

다른 사유가 아닌 △품질 부적합 △불순물 초과 검출 △허가(신고)사항과 다르게 제조로 회수·폐기된 사례가 1504건 가운데 1322건으로 87.89%을 차지하는 점에서 생산 이전에 검증 절차를 강화하고 처벌 수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2년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 등 정부가 칼을 빼든 후에도 GMP 적합판정 취소 처분을 받은 첫 번째, 두 번째 기업인 한국휴텍스제약과 한국신텍스제약이 최근 집행정지 신청 등으로 법적 제재를 피해갔다. 이에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및 GMP 적합판정에 필요한 제출자료를 기존 11종에서 4종으로 통합·조정하고, GMP 적합판정 연장을 위한 확인·조사 체계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식약처는 8일 의약품 분야 규제혁신을 위한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총리령)과 ‘원료의약품 등록에 관한 규정’,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에 관한 규정’의 개정안을 마련해 5일 입법(행정)예고하고 9월 5일까지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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