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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쓰는 인공지능 '슈퍼로이어' 직접 써보니…

허위 정보 보여주는 '환각현상' 최소화 방점…"도구로서의 가치, 검증은 법률 전문가 몫"

2024.07.09(Tue) 17:50:26

[비즈한국] 리걸테크(법률·정보기술)가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만났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국내 최초 AI 법률비서 ‘슈퍼로이어’를 출시했다. 로톡이 일반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법률 서비스의 장벽을 낮췄다면 슈퍼로이어는 철저히 법률가의 업무를 보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판례 정리부터 특정 사건을 기반으로 한 질의응답, 법률서면 초안 작성까지 대화형 질문으로 가능하다.  

 

법률 서비스 플랫폼 ‘로톡’ 운영사 로앤컴퍼니가 국내 최초 대화형 AI 법률비서 서비스를 선보였다. 사진=강은경 기자


#변호인 최후 변론도 써주는 AI 법률비서 출시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범에 속아 세입자에게 중요사항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면 법 위반이야?” 슈퍼로이어에 질문했다.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범에 속아 부동산 임대계약을 체결하면서 세입자에게 주택임대차보호법상 확정일자 정보제공 요청권, 임대인의 체납·국세·지방세 열람신청권 등을 설명하지 않은 것은 공인중개사법 제25조의3 위반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인중개사가 전세사기범에 속아 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고의가 아닌 과실로 설명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세입자에게 실제 손해가 발생했는지 여부도 고려돼야 할 것입니다.” 

 

슈퍼로이어는 1분여 만에 이 같은 답변을 내놨다. 추가로 공인중개사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국세징수법 등 근거 조항을 설명하고 여기에 하이퍼링크를 달아 제시했다. 링크를 누르면 자사 법률 검색 사이트를 통해 관련 법안 설명창이 열려 세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로앤컴퍼니는 9일 생성형AI 기반 법률비서 챗봇 슈퍼로이어 출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시연회를 열었다. 특정 사례를 검색하거나, 검사의 반대 신문을 예측해볼 수 있고 형사소송에서 변호인의 최후 변론이나 피고인의 최후 진술도 작성해준다. 고소장 초안 작성을 부탁하며 피해자의 심적 고통까지 언급해달라는 조건을 붙이면 노년의 피해자가 처한 경제 상황도 고려한 결과물을 보여준다. 

 

로앤컴퍼니​가 9일 법률비서 챗봇 슈퍼로이어 출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연회를 했다. 왼쪽부터 정재성 로앤컴퍼니 부대표, 엄보운 이사, 김본환 대표, 안기순 법률AI소장, 이상후 AI팀장. 사진=로앤컴퍼니 제공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전면전을 벌였던 로톡과 달리 슈퍼로이어는 업계와의 충돌 가능성이 낮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슈퍼로이어는 법률가만 이용할 수 있는 전문 구독 서비스다. 엄보운 로앤컴퍼니 이사는 “변호사의 업무 효율을 올리는 도구로 사용하는 서비스”라며 “법령이나 변협 내부 규정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각 최소화​에 주안점…부작용 없을까

 

슈퍼로이어에는 생성형AI의 최대 난제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을 방지하는 장치가 적극 활용됐다. 환각은 AI가 생성한 정보에 허위 또는 날조된 정보가 포함되는 현상이다. 챗GPT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는 답을 내놓거나, 어딘가 어색한 형태의 왜곡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게 환각의 영향이다. 개발을 총괄한 안기순 로앤컴퍼니 법률AI 연구소장은 “법률 데이터에 근거한 답변 제공을 통해서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답변에 포함된 판례나 법령 같은 경우에는 하이퍼링크로 내용을 즉시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며 “슈퍼로이어 서비스와 관련해 출원한 세 개의 특허 중 하나는 데이터에 부합하는 링크만 걸도록 하는 내용으로 환각을 줄이는 기술적인 방안을 고민해왔다”고 강조했다.

 

슈퍼로이어는 “차량 급발진 사고에서 제조사 책임이 중점적으로 다뤄진 판례를 보여달라”는 질문에도 하이퍼링크가 연결된 과거 판결문과 함께 “설계상 결함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대체설계의 가능성과 경제성, 위험 회피 가능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안내했다. 

 

슈퍼로이어를 활용한 법률 정보 검색 사례. 사진=강은경 기자


슈퍼로이어는 지난 1일 공식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1254명의 변호사 이용자를 확보했다. 로앤컴퍼니는 대규모 법률문서 요약 및 분석, 법률 리서치 등 방대한 자료 검토 업무 등 저연차 변호사 담당 업무 등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약 범죄에서 무죄를 받거나 형이 감경된 사례’를 특정해 검색하거나 ‘마약 투약 건에서 가장 많이 선고된 형량과 형량별 선고 비중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도 25초(빠른 버전)에서 1분 30초(정확한 버전) 정도가 소요됐다. 

 

다만 AI 비서에 의존하는 ‘게으른 법률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간이 많이 걸리면서도 민감하지 않은 업무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 전문성과 효율이 올라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지만 반대로 변호사가 AI가 만든 서면을 리뷰하고 편집하는 작업을 소홀히 할 경우 발생할 부작용도 있다는 것이다.

 

로앤컴퍼니 측은 ‘AI 어시스턴트’라는 서비스 정체성에 맞게 변호사 이용자의 적극적인 확인과 검토, 재편집을 전제로 슈퍼로이어의 잠재가치를 설명했다. 하지만 미처 통제하지 못한 환각 현상에 따라 오류가 있는 판례가 제시될 가능성과 이 경우 개발사의 책임 문제가 나올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해 안 소장은 “오픈AI의 챗GPT나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그럴듯하게 법원 사건번호까지 언급하지만 인용된 판례의 99.9%가 가짜 판례다. 법률가에게 도구로 제공하고 법률 전문가가 스스로 판단해서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 문제는 여기서 논의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로앤컴퍼니 측은 새로 발생하는 신규 판례와 제·개정안은 지속적으로 추가해 업데이트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헌법재판소가 형법의 ‘친족상도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는데, 9일 오전에는 이 판단이 적용되지 않다가 오후에 관련 내용이 등록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로앤컴퍼니는 국내 최다 판례 데이터 460만여 건을 확보하고 있다. 로앤컴퍼니 관계자는 비즈한국에 “자사가 판례를 구매해 서비스에 등록했다. 판례는 최소 2일에 1회씩 선별해 등록하며 예산 내에서 가능한 많은 판례들을 등록하고 슈퍼로이어가 학습하게끔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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