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기업들은 때론 돈만 가지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을 한다. 그 속에 숨어 있는 법이나 제도를 알면 더욱 자세한 내막을 이해할 수 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비즈니스 법률(알쓸비법)’은 비즈니스 흐름의 이해를 돕는 실마리를 소개한다.
대체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때는 관할 관청으로부터 사전에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사업을 원만히 계속 영위하려면 주무 부서와 우호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수백 년간 중앙집권적인 구조를 유지해 관 중심의 사고가 뿌리 깊다. 그래서인지 인허가를 먼저 받은 후에야 정상적인 사업이 가능하다고 여겨진다. 다시 말해 관이 허락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없다. 금지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과는 정반대다.
이러한 이유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제품·서비스 개발에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서울 광화문이나 세종시 관가에 서성이는 경우가 허다하고, 사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관 출신의 인사를 영입하는 사례가 많다. 문제는 허가를 제때 받기 어렵다는 점인데, 변호사는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상담할 때 변호사는 “아무리 그래도 허가는 받고 시작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하고, 사업가는 “허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사업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고 답하는 답답한 대화가 반복되곤 한다.
신사업으로 관의 허가를 받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사업가가 법령에서 요구하는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지 않아서일 수 있고, 사업가가 생각하는 사업이 법령이나 관행에 배치되어서일 수도 있으며, 주무 부서의 담당자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잣대를 제시해서일 수도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공공성에 대한 우려, 새로운 사업에 대한 막연한 염려로 관료 조직에서 새로운 허가를 내주는 것 자체에 소극적이라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를 들어본다. 유흥업소 허가 대상 업종에는 1종·2종·3종 등이 있고, 이러한 업종마다 영위할 수 있는 범위에 차이가 있다. 그래서 3종(노래연습장) 영업허가를 받은 후 1종(유흥주점)에 해당하는 업종을 영위하는 것은 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데, 요식업계 사장님들과 대화해보면 위와 같은 문제로 형사처벌이 부과된 사례가 생각보다 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종 허가를 받아 1종으로 영업하면 되는데, 왜 굳이 다른 업종으로 허가를 받아서 형사처벌을 받는 것일까? 1종의 경우 조세부담이 더 크므로, 조세 포탈 목적에서 다른 업종으로 허가를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본질적인 이유는 일종의 총량규제로서 국가가 1종 허가의 수를 관리하기 때문이다.
총량규제의 필요성은 직관적으로 이해된다. 1종 업종이 지나치게 많아질 경우, 교육적 측면이나 도시 미관 측면에서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1종 업종의 개업은 대부분 신규 허가를 받아서 새로 영업을 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허가(업소)를 양수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업을 영위하는데 관련 인허가를 받는 것이 필수적인 이른바 규제 산업의 경우, 인허가를 양도·양수하는 사례가 많고, 인허가를 거래하는 시장이 형성된 경우가 많다. 인허가는 보통 민원인·신청인의 주관적 특성을 감안해 부여하는 것이므로 인허가를 거래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이고, 따라서 인허가 양수도를 드러내놓고 말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를 만나서 대화하다 보면, 직업적으로 인허가를 받아 놓는 사람,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 인허가가 필요한 사람, 이러한 사람을 이어주는 사람 등이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를 들어 회사의 상호·임원·주소 등이 변경된 경우 지분비율, 주주 구성원이 변경됐음을 추측할 수 있다(즉, 회사가 팔렸음을 추측할 수 있다). 목적과 동기는 인허가 양수도일 가능성이 높아, 이러한 이유에서 일부 업종의 정보지에는 상호·임원·주소 등 변경 내역을 꼼꼼히 기록해 두기도 하고, 이러한 사실(변경 이력)을 숨기기 위해 기존의 법인등기부를 폐쇄하고 새로운 주소지에 새로운 등기부를 개설함으로써 변경 이력이 법인등기부에 표시되지 않도록 하는 곳도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허가의 가격, 즉 대가다. 그러나 인허가 양수도는 수면 밑에서 이뤄져 공식 가격은 없고, 다수의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고 적정한 가격이라고 여겨지는 금액인 시가로 결정하게 된다.
변호사 입장에서 볼 때 인허가 양수도는 상당히 위험한 거래이자 분쟁을 내재한 거래다. 주무관청이 인허가 양수도를 파악한 경우 양수한 사업자의 자격·설비 등의 미흡을 이유로 인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인허가 거래가 위험한 가장 큰 이유는 인허가 양수도는 전적으로 양도인의 선의에 기댄 거래라는 점이다. 양수인(투자자)은 업계 현황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인허가를 양수한 이후에도 양도인에게 인허가 관리를 맡기게 되는데, 이는 회사의 핵심 자산을 신뢰할 수 없는 제삼자에게 맡기는 꼴이 된다.
양도인은 해당 인허가의 요건이나 취소사유를 가장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양도인은 마음만 먹으면 민원·제보로 인허가를 취소시킬 수 있고, 이 때문에 양수인은 양도인에게 끌려다니기 마련이다. 만약 양도인이 컨설팅 명목으로 매월 일정 금액을 요구하는 경우 양수인은 이를 거절하기가 어렵다.
또한 양도인은 같은 포맷의 신청서, 양식, 사업구조를 활용해 다수의 인허가를 받는데, 이러한 사람으로부터 인허가를 양수 받을 경우 영업 비밀을 보호 받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된다. 양도인은 회사를 설립하고 인허가를 받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다. 그 정보로는 회사 계좌의 공인인증서, 전산 접속 아이디, 비밀번호 등이 해당한다. 기존 직원에 대해 지배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따라서 양도인은 자신이 양도한 회사의 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고, 이를 이용해 회사는 물론 업계도 장악할 수 있다.
관할 관청이 원하는 바를 잘 파악해 다수의 인허가를 받고, 이를 투자자에게 양도해 대가를 얻으며, 양도 이후에도 관리 명목으로 수수료를 수취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 통달하면서 주무 부서 및 업계 관계자와 좋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래도 이러한 사람은 업계에서 입지적인 인물이다. 일을 너무 열심히 해도 문제였을까, 인허가 양수도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분쟁이 생기곤 한다. 이런 분쟁은 대부분 한 때 사업상 긴밀한 파트너였던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해서, 옆에서 지켜볼 때 안타까울 때가 많다.
정양훈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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