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신임 금융위원장 후보자로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내정했다. 자연스레 금융감독원장 자리도 조만간 인사가 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당초 함께 교체하는 안도 거론됐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옮겨갈 자리가 아직 확정이 나지 않으면서 조금 미뤄진 것이라는 설명이 지배적이다. 당초에는 대통령실에 ‘수석급’으로 합류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대통령실 내부에서 반대 목소리가 상당해 이번 인사에 포함되지 못했다는 후문이 돈다.
#‘정통 금융정책통’ 금융위원장 임명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 금융위원장에 71년생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을 내정했다. 김병환 내정자는 윤 대통령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함께한 경제정책통으로 꼽힌다. 경제 관련 대선공약을 구현하고, 초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까지 맡았다. 김병환 내정자는 서울대 경제학과 90학번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서울대 경제학과 91학번)의 한 학번 선배다.
금융권에서는 이복현 금감원장의 교체 가능성을 다음 차례로 주목한다. 당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금융위원장과 함께 교체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의 다음 보직이 결정되지 않은 탓에 이번 교체 대상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특히 이 금감원장이 대통령실 합류를 희망했지만, 이를 놓고 대통령실 주변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여럿 나왔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4월 총선 이후 이복현 금감원장의 대통령실 합류설이 불거졌다. 당시 신설을 추진하던 민정수석 자리를 놓고 이복현 원장이 ‘희망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 이복현 원장이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갑자기 휴가를 내면서 대통령실 합류설이 확산됐다. 다만 4월 18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간담회에 참석해 기자들이 ‘대통령실 및 내각 합류설’에 대해 질의하자 “오늘은 자본시장 관련된 좋은 말을 듣는 자리여서 다른 이야기를 하면 좀 (적절치 않다). 이해해달라. 죄송하다”면서도 말을 아낀 바 있다. 전후로 이 원장은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 후 3개월 동안 교체를 염두에 두고 대통령실과 이복현 금감원장이 꾸준히 소통을 했지만, 이후 보직을 확정짓지 못해 이복현 원장이 잔류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번 인사에 정통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가고 싶어했던 자리는 장관급인 금감원장 다음으로 가기에 누가 봐도 ‘좋다’는 자리였지만 대통령실 안팎에서 이복현 금감원장을 불편해하는 목소리들이 있어 보류됐다”며 “금감원에 잔류하게 됐지만 그렇게 오래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금융위-금감원 역할, 다시 예전으로?
금융당국은 금감원장 교체가 이뤄지면, 금감원의 존재감이 더 컸던 최근 분위기가 바뀔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이복현 금감원장을 수식하는 단어는 ‘강한 존재감’이다. 금감원 설립 이래 첫 검사 출신이자 1972년생 역대 최연소 금감원장으로, 카카오 관련 수사 주도 등 금감원의 권한과 역할을 역대급으로 키웠다. 홍콩 ELS 관련 유례없는 대규모 투자자 손실 사태를 수습하고,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험 조기 차단 과정에서 금감원의 주도적인 역할을 보여줬다.
특히 금융위원장보다 금감원장이 더 두드러지는 기이한 현상도 적지 않았다. 공매도 여부와 시기를 놓고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이 다른 소리를 낸 최근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융정책의 기조를 잡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공매도 재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얘기를 했는데, 이복현 금감원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르면 6월 중 공매도를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것. ‘누가 금융당국 정책 결정자냐, 금융감독원이 금융위원회보다 위에 있냐’는 말들이 나온 대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있기에 가능했지만, 거꾸로 ‘커진 금감원’이 금융위원장, 금감원장 교체 후 다시 변화의 시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앞선 금융당국 관계자는 “역대급 존재감의 이복현 금감원장을 윤석열 대통령은 신임했지만, 정통 금융관료들을 중심으로는 ‘너무 터프하다’는 평이 나왔고, 일련의 과정에서 업무가 늘어나 과부하에 걸린 금감원 직원들 가운데 그만두는 사람이 늘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왔다”며 “내년 6월까지 임기가 1년 정도 남았지만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울 것으로 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복현 원장 후임 인사에 따라 과거의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로 돌아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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