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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초기 우주에 초신성 폭발이 이렇게나 많았다고!

제임스 웹 통해 100억 년 전 초신성 80개 발견, 전 우주에 42억 개 추정…'현대 우주론' 재검토로 이어질 예정

2024.07.08(Mon) 09:52:50

[비즈한국] 초신성 폭발은 우주에서 별 하나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토해내는 가장 강력한 현상 중 하나다. 고작 별 하나의 폭발이지만 가장 밝은 순간에는 무려 별이 수억 개가 모여 있는 은하 하나에 맞먹을 정도로 밝다. 그래서 초신성은 아주 먼 거리의 우주까지 거리를 재고, 우주의 스케일을 알게 해주는 중요한 척도로 쓰인다. 

 

특히 초신성은 130억 년 전, 빅뱅 직후 초기 우주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다. 초기 우주의 상태가 지금과 비슷했는지, 많이 달랐는지, 또 우주의 팽창이 과거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초신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초기 우주의 초신성을 관측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밝은 초신성이라 하더라도 끝없이 펼쳐지는 우주의 스케일에 비할 바가 안 된다. 초신성도 너무 거리가 멀어지면 그 모습을 점점 포착하기 어려워진다. 그간의 관측에서는 초기 우주에서 초신성을 충분히 포착하지 못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초신성 폭발의 빈도가 더 잦았는지, 아니면 더 적었는지에 대해서 아직 확실한 결론이 나지 않았다. 약 100억 년 전의 우주까지는 과거로 갈수록 별 탄생도 활발했고, 초신성 폭발도 더 빈번하게 벌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른 과거로 가게 되면 초신성 폭발의 순간이 잘 발견되지 않는다. 이것이 정말 초기 우주에서 초신성 폭발이 드물어서인지, 아니면 실제로는 폭발이 잦았지만 거리가 너무 먼 과거의 우주라서 관측이 안 된 건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적외선으로 우주를 관측하는 제임스 웹이 우주 초기 초신성 폭발의 빈 공백을 채우는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 제임스 웹의 새로운 관측 결과를 분석한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초기 우주에서 그간 예상했던 수준의 거의 10배를 넘는 아주 많은 초신성 폭발의 순간이 포착된 것을 확인했다! 

 

 

이번에 제임스 웹 관측하기 전까지, 가장 먼 우주에서 초신성이 포착된 사례는 지금으로부터 약 100억 년 전, 우주 나이가 33억 년 정도였던 순간의 모습을 간직한 초신성이다. 현재 우주 나이의 겨우 25%밖에 안 되는 세월을 살았을 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그보다 앞선, 우주 역사의 극초반기 4분의 1 기간에는 초신성 폭발의 모습을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말 이 시기에도 초신성이 빈번하게 터졌는지, 이때 존재한 초신성들이 오늘날 우리 주변에서 터지는 지금의 초신성과 얼마나 다른지, 혹은 비슷한지를 이해하려면 더 이른 시점에 존재한 초신성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제임스 웹의 고분해능 관측을 통해서 먼 초기 우주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JADES(JWST Advanced Deep Extragalactic Survey) 관측을 진행한다. 그리고 이번 분석을 통해 그 사진 속에서 우주 나이가 20억 살도 채 되지 않은 이른 시점에 일어난 초신성 폭발까지 발견했다. 이것은 기존 기록에서 무려 10억 년을 순식간에 거슬러 올라가는 엄청난 차이다. 

 

천문학자들은 한꺼번에 많은 초신성 후보들을 골라내기 위해 아주 효율적인 전략을 썼다. 제임스 웹으로 같은 영역의 하늘을 1년 간격으로 촬영한 다음, 1년 전후로 갑작스러운 밝기 변화를 보이는 은하를 찾아냈다. 1년 뒤에 촬영한 사진에서 1년 전에 같은 영역을 촬영한 사진 데이터를 빼준다. 별다른 밝기 변화 없이 계속 비슷한 밝기로 빛나고 있던 별과 은하들은 거의 깔끔하게 사라진다. 하지만 1년 사이에 무언가 갑작스러운 폭발이 벌어지면서 확연한 밝기 차이가 발생한 곳이 있다면, 그 영역은 말끔하게 지워지지 않고 무언가 작은 얼룩이 남게 된다. 이런 분석을 통해 제임스 웹이 2022년과 2023년에 촬영한 JADES의 사진 속에서 무려 80개의 초신성을 찾아냈다! 대부분 지금으로부터 100억 년도 전인 아주 이른 시기의 우주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JADES 관측 이미지를 분석해서 확인된 초신성들의 위치가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NASA, ESA, CSA, STScI, Christa DeCoursey(University of Arizona), JADES Collaboration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분석에서 사용된 이미지가 담고 있는 전체 영역은 실제 하늘에서 겨우 쭉 뻗은 팔 끝에 놓인 작은 모래알 하나로 가릴 수 있는 아주 작은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모래알 하나로 겨우 가릴 좁은 면적의 하늘에서 제임스 웹은 초기 우주의 초신성 80개를 찾아냈다. 이와 같은 빈도로 우리 머리 위 둥근 하늘 전역에 초기 우주의 초신성이 고르게 분포한다고 가정한다면, 사실상 100억 년 전의 초기 우주에는 거의 42억 개의 초신성이 숨어 있을 것이란 엄청난 기대를 할 수 있다. 

 

이번에 확인한 초신성 80개는 대부분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단일 별이 내부의 핵융합을 마치고 중력 붕괴하면서 만들어지는 핵 붕괴 방식의 Type II 초신성으로 보인다. 천문학자들이 더 관심을 갖는 초신성은 사실 다른 방식이다. 이미 진화를 다 마친 백색왜성이 곁에 있는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빼앗아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질량이 무거워지는 순간 한계를 버티지 못하고 맞이하는 방식의 Type Ia 초신성이다. 

 

천문학자들이 이런 방식의 초신성에 더 주목하는 이유는 현재까지의 주류 우주론에서는 Type Ia 초신성이 폭발하는 순간의 최대 밝기가 대부분 비슷할 것이라 추정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근거로 Type Ia 초신성을 먼 우주까지의 거리를 재는 우주 팽창의 표준 잣대로 쓰고 있다. 먼 과거 우주에 비해 지금의 우주로 오면서 우주의 팽창률이 더 빨라졌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결국 201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까지 이어진 우주의 가속 팽창도 바로 20세기 후반 이 Type Ia 초신성 관측을 통해 제기된 가설이다. 

 

1년 사이 밝기 변화를 비교해서 확인된 각 은하 속 초신성 섬광의 모습이 화살표로 표시되어 있다. 사진=NASA, ESA, CSA, STScI, Christa DeCoursey(University of Arizona), JADES Collaboration

 

아쉽게도 이번 관측에서 확인된 Type Ia 초신성은 단 하나뿐이다. 이 초신성은 우주의 나이가 겨우 23억 년 정도였을 때 존재했다. 이전까지 가장 먼 우주에서 발견된 Type Ia 초신성의 기록은 우주 나이가 34억 년 정도였을 때 존재했던 초신성이다. 가장 먼 초기 우주에서 Type Ia 초신성을 찾아내겠다는 우주 레이스의 기록도, 비록 하나뿐이지만 이번 관측을 통해 10억 년 정도 훌쩍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이번 관측을 통해 먼 초기 우주에서 초신성 폭발을 찾아내는 초신성 사냥꾼으로서의 제임스 웹의 가능성도 확인되었다. 제임스 웹이 이미 잘 해내고 있는 또 다른 방식의 관측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이번의 대기록을 또 다시 앞서는 더 먼 우주에서의 초신성 폭발도 포착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바로 거대한 은하단 주변 우주 시공간이 왜곡되면서 더 먼 우주의 빛이 왜곡되고 더 밝게 증폭되어 관측되는 중력의 신기루, 중력 렌즈 현상을 함께 활용하는 것이다. 

 

중력 렌즈 현상은 제임스 웹이 발사되기 전, 이미 허블 우주 망원경 시대부터 먼 우주의 별과 은하를 관측할 때 많이 사용한 방식이다. 왜곡된 시공간을 따라 여러 방향으로 날아간 먼 우주의 빛이 다시 지구 쪽으로 한데 모이면서 실제보다 더 밝게 증폭되어 보이는 효과를 만들어낸다. 이를 잘 활용하면 원래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거의 관측하지 못할 어두운 천체의 모습을 실제보다 더 밝게 관측할 수 있다. 실제로 제임스 웹도 그간 많은 관측을 통해 다양한 중력 렌즈 이미지를 확인했고, 그 속에서 초기 우주에 존재한 것으로 보이는 개개의 별과 성단의 허상까지 확인했다. 

 

중력 렌즈의 마법은 초기 우주의 초신성 폭발을 사냥할 때도 활용할 수 있다. 운 좋게 초신성 폭발이 벌어졌던 먼 원시 은하의 빛이 중력 렌즈를 거치면서 지구의 하늘에서 더 밝게 증폭되어 보이는 효과를 얻게 된다면, 원래는 너무 멀어서 볼 수 없었을 그 초신성 폭발의 섬광을 우리는 훨씬 더 밝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해서 실제로는 그 초신성 섬광이 우주의 나이가 어느 정도로 어렸던 시점에 날아온 빛인지를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관측을 통해 천문학자들은 Type Ia 초신성에 대한 기존 모델을 바탕으로 쌓아온 현대 우주론을 다시 재검토할 계획이다. 이미 적지 않은 천문학자들은 더 정교해지는 다양한 별 진화 모델과 초신성 폭발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초기 우주와 지금의 우주에서 Type Ia 초신성이 폭발하는 메커니즘이 살짝 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그리고 우주 가속 팽창과 암흑 에너지의 가장 직접적인 관측 증거로 제기돼온 초기 우주 초신성에 대한 분석을 두고 우주의 가속 팽창 가설이 아닌 개선된 항성 진화 모델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주장도 한다. 물론 이 논쟁에 명확하게 종지부를 찍으려면 앞으로 초기 우주에서 더 많은 초신성 폭발을 잡아내야 한다. 

 

그나마 가장 밝은 섬광을 남기는 현상이기에, 그나마 이 초신성을 활용해서 먼 초기 우주의 모습을 바라봤다. 하지만 가장 밝은 초신성의 섬광마저 흐릿하고 어둡게 만들어버릴 정도로 우주는 대책 없이 거대하다. 안타깝게도 먼 우주의 모습을 분석할 수단은 초신성 폭발이 거의 유일하다. 더 획기적인 수단을 찾아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앞으로도 먼 우주에서 터지는 희미한 초신성 폭발의 흔적을 추적해야 할 것이다. 

 

참고

https://webbtelescope.org/contents/news-releases/2024/news-2024-122?fbclid=IwZXh0bgNhZW0CMTAAAR3u8LqQtLh9uOZQz40GvLsAa_Ma-rR0RZ2G2jLxP5IAIY2NumN6hIMaizs_aem_U_SLx3ISgdQNS1UwNgFX6w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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