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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되살아난 보이저 1호, 미션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50년 전 발사, 최근 발생한 메모리 문제 원격으로 해결 '10억 년 뒤 어디에 다다르게 될까'

2024.07.01(Mon) 17:36:10

[비즈한국] 2023년 겨울, 천문학자들에게 슬픈 소식이 들려왔다. 50년 전 지구를 떠나 지금도 꿋꿋하게 태양계 바깥으로 떠나고 있는 보이저 1호에서 비정상적인 신호가 날아오기 시작했다. 보이저 탐사선은 플루토늄의 방사선 붕괴열로 전력을 얻는다. 애초에 태양계 바깥 끝없는 어둠 속으로 떠날 예정이었기 때문에 태양 빛을 받아 충전하는 방식만으로는 안정적으로 전력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세월이 오래되면서 방사성 붕괴 전지의 효율도 크게 떨어졌다. 그래서 일찍이 보이저호는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카메라와 같은 장비는 모두 꺼놓고 최소한의 장비만을 켜둔 채 항해를 이어왔다. 

 

겨우 자신의 상태를 꾸준히 모니터링하면서 지구로 데이터를 보내오던 보이저호는 작년 겨울부터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아무런 쓸모가 없는 0만 계속 이어지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이것은 보이저 안에 탑재된 컴퓨터에 무언가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했음을 의미했다. 

 

안타깝게도 이미 인간의 손을 한참 벗어난 보이저호를 고치러 떠날 수도 없다.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약 240억 km 거리에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가도 22시간이 넘게 걸린다. 실제로 지구에서 보이저로 커맨드를 보내고 다시 그 답을 받기까지 왕복으로 이틀 가까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결국 지구에서 원격으로 태양계 끝자락에 있는 고물 탐사선을 고쳐야 한다. 불가능해보이는 도전이지만, 놀랍게도 최근 천문학자들은 이 어려운 일을 해냈다! 그대로 우주 쓰레기가 돼버릴 것만 같던 보이저 1호를 다시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무려 5개월 가까운 긴 기간 이어진 고생 끝에 다시 보이저로부터 자신의 상태를 알리는 정상적인 신호가 잡히기 시작했다! 보이저 1호는 정말 죽을 듯, 죽지 않는 좀비 같은 탐사선이라 할 수 있겠다. 

 

 

보이저 1호에서 발견된 문제는 안에 탑재된 세 대의 주요 컴퓨터 중 하나인 비행 데이터 시스템(FDS, Flight Data System)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컴퓨터는 보이저에 탑재된 각종 센서를 통해 과학 정보와 공학적인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다시 지구로 보낼 수 있는 이진법 데이터로 변환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이 컴퓨터를 작동하는 코드에서 메모리 오류(Memory corruption)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서 오류가 발생했다.

 

보이저 탐사선은 아주 먼 길을 떠났기 때문에 긴 세월 동안 수집하게 될 데이터의 양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그래서 굳이 모든 여행 기간 내내 수집한 데이터를 계속 메모리에 저장할 필요가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데이터를 저장할 정도로 거대한 메모리를 싣고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보이저 탐사선에는 전원을 끄면 그 이전까지 저장된 데이터가 모두 사라지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휘발성 메모리가 탑재되어 있다. 이런 방식의 메모리를 탑재해서 우주로 날아간 최초의 탐사선이다. 탐사선에 데이터를 쌓아두지 않고 수시로 지구에 새로운 데이터를 보내면서 제한된 메모리 용량으로 최대한 버티면서 여행을 이어간다. 

 

그런데 작년 겨울 이 메모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다. 원래 보이저 탐사선은 이런 사태를 대비해 FDS 컴퓨터가 여분까지 총 두 개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백업용 FDS는 이미 1981년에 망가졌다. 그래서 백업 컴퓨터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보이저 1호 탐사선에 탑재된 FDS 컴퓨터. 사진=JPL/NASA

 

이 난감한 사태를 해결하려면 일단 정확하게 컴퓨터 프로그램의 어느 부분에서 에러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 문제가 되는 코드의 라인을 찾아내야 한다. 끈질기게 보이저에게 커맨드를 보내면서 리드아웃 데이터를 분석한 엔지니어들은 마침내 코드의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했는지 찾아냈다. 다행히 전체 코드의 약 3%에 해당하는 메모리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것은 컴퓨터에 탑재된 칩 달랑 하나에서 문제가 벌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엔지니어들은 한 가지 묘수를 떠올렸다. 문제가 되는 칩을 건드리지 않고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존의 코드를 손보는 것이다. 즉 코드 안에서 실행 파일들의 경로를 바꿔 고장난 칩을 거치지 않고 작동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지난 4월 엔지니어들이 수정한 커맨드가 지구를 떠나 보이저 1호로 보내졌다. 그리고 며칠 뒤 드디어 보이저 컴퓨터는 다시 정상적으로 작동해 지구로 자신의 상태를 알려주는 데이터를 보내기 시작했다. 

 

코드를 업데이트하기 위해 씨름했던 지난 5개월간 보이저 탐사선으로부터 신호는 계속 날아왔다. 그것을 통해 보이저 탐사선이 전력이 아예 꺼져 죽은 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한 생사 확인일 뿐, 보이저 탐사선 내부의 상태가 어떤지 정확하게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의미한 데이터는 없었다. 그러다 5개월의 사투 끝에 드디어 보이저가 다시 자신의 비이털 시그널을 넘어 더 자세한 건강 상태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되었다. 태양계 너머 성간 우주의 경계로 진입하고 있는 먼 탐사선을 직접 건드리지도 않고 지구에서 원격으로 수리해냈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지 않은가! 

 

태양계를 감싸고 있는 혜성의 구름, 오르트 구름의 안쪽 경계까지 진입하려면 앞으로 보이저는 3000년 더 긴 항해를 이어가야 한다. 그리고 오르트 구름 바깥 경계를 벗어나기까지는 무려 7만 년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10억 년 정도 더 긴 시간이 흐른 뒤에 보이저호는 어디를 떠돌게 될까? 

 

한때 태양계 바깥에서 날아온 미지의 천체, 오우무아무아에 대해 외계인 우주선일 가능성을 진지하게 고려해 주목받은 천문학자 아비 로엡은 이 질문에 흥미로운 분석 결과를 제시한다. 우리 은하를 채우고 있는 별과 암흑 물질의 질량 분포, 태양계를 비롯한 주변 별들의 궤도를 반영해 계산해보면 10억 년 뒤 보이저호는 거의 정확하게 태양계가 있는 자리의 정반대편 위치까지 이동하게 된다. 

 

태양계를 벗어나는 보이저 1호 탐사선을 표현한 그림. 사진=NASA/JPL

 

즉 인류가 날려보낸 인공 물체가 우리 은하 원반을 가로질러 태양계로부터 은하계 반대편까지 다다르기 위해서 필요한 시간이 무려 10억 년이나 된다는 말이다! 이 정도로 먼 미래에는 이미 태양은 거대하게 부풀고 지구의 대기권과 바다는 모두 우주 공간 바깥으로 날아간 상태일 것이다. 지구에는 그 어떤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운 좋게 10억 년간 보이저가 꿋꿋하게 여행을 이어간 끝에 은하계 반대편에 살고 있는 외계 지적 문명에게 발견되어, 그들이 우리의 의도대로 보이저의 골든 레코드판을 해독해 지구를 향해 메시지를 보내더라도 그들에게 답장을 보낼 인류는 이미 사라지고 난 이후일 것이다. 

 

이러한 슬픈 계산 결과를 통해서 우리는 또 다른 슬픈 추론을 해볼 수 있다. 우리 은하 곳곳에서 적지 않은 외계 문명들이 자신들의 항성계 바깥으로 다양한 성간 탐사선을 보낸다고 생각해보자. 인류가 태양계 바깥으로 보이저를 날려보내듯이 말이다. 그리고 수억 년 가까운 긴 시간이 지난 뒤, 은하계 반대편에서 출발한 외계인들의 탐사선이 우리 태양계에 들어와 발견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 긴 시간이 지났다면 그 탐사선을 보낸 외계인들은 고향 행성에서 모두 멸종했거나, 이미 다른 행성으로 이주해 새로운 문명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10억 년 뒤 보이저호는 어디에 다다르게 될 것인가’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로엡의 진지한 답변을 보면, 우주적인 스케일을 고려했을 때 하염없이 기다리다보면 언젠가 우리 태양계로 미지의 존재가 보낸 탐사선 같은 인공 물체가 들어와 발견될 가능성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그것을 보낸 존재가 그때까지 생존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보이저호는 여전히 우리에게 우주의 광막함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나가고 있다. 

 

지난 9일 NASA 제트 추진 연구소의 전임 소장 에드 스톤이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태양계 밖으로 떠나가는 보이저 탐사선 프로젝트를 맡은 과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태양이 토해내는 태양풍 입자들과 태양계를 둘러싼 성간 입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특히 방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래서 보이저 탐사선뿐 아니라 수성 궤도보다 훨씬 안쪽까지, 태양 표면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는 미션으로 유명한 파커 솔라 프로브 미션에도 참여했다. 흥미롭게도 스톤은 태양에 가장 가까이 접근한 탐사선, 그리고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벗어난 탐사선 둘 모두를 맡은 유일한 과학자로 남게 되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NASA JPL의 전임 소장 에드 스톤. 사진=NASA/JPL


스톤은 1972년부터 은퇴한 2022년까지 NASA에서 근무했다. 특히 그가 근무를 시작한 시기에 태양계 행성들은 아주 절묘한 위치에 있었다. 행성들의 중력을 잘 활용한다면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까지 훨씬 적은 연료로 빠르게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는 최적의 코스를 짤 기회였다. 거의 180년에 한 번 찾아오는 아주 드문 기회였다. 그래서 그의 팀은 태양계 밖으로 떠나는 인류 역사상 가장 먼 탐사 미션을 준비했다. 그렇게 1977년 연달아 두 대의 보이저 탐사선이 지구를 떠났다.

 

보이저 1호는 목성과 토성을 스쳐지난 뒤 토성 주변을 맴도는 타이탄을 살펴보고 그대로 태양계 위쪽으로 벗어났다. 보이저 2호는 목성과 토성뿐 아니라, 최초로 천왕성과 해왕성 근처까지 지나갔다. 그 뒤 보이저 1호와 반대로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어 태양계를 벗어났다. 스톤은 30대의 젊은 나이에 보이저 미션을 기획했고, 무려 50년 가까운 긴 세월 자신이 만든 탐사선이 천천히 태양계 바깥 깊은 어둠 속으로 떠나가는 여정을 계속 지켜봤다. 반 세기라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이 직접 보낸 탐사선이 계속 떠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기분은 어땠을까. 

 

보이저 미션은 단순한 태양계 탐사 미션이 아니다. 그리고 오래전에 종료된 역사 속의 미션도 아니다. 탐사선을 기획하고, 설계하고, 발사한 모든 연구자들과 함께 나이를 먹고 있는 아직도 진행 중인 미션이다. 너무 긴 세월이 흐른 탓에 이제는 자신이 떠나보낸 탐사선보다 먼저 지구를 떠나 우주의 별이 되는 과학자들도 생긴다. 

 

몇 년 전부터 보이저 탐사선에서는 크고 작은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죽어가던 탐사선을 용케 되살려 겨우 연명하고는 있지만, 신호가 완전히 끊겨 지구에 어떤 메시지도 보내지 못할 날이 이제는 정말 머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슬픈 날이 오더라도 보이저 미션은 종료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비록 지구에서는 보이저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어떤 우주를 바라보고 있는지, 더 이상 근황을 알 수는 없겠지만 어둠 속을 떠도는 보이저는 계속 가던 길을 하염없이 떠날 테니 말이다. 두 대의 보이저호가 지구를 떠나던 순간, 어쩌면 인류는 앞으로도 영원히 끝나지 않을 미션을 시작했는지 모른다. 

 

참고https://www.jpl.nasa.gov/news/nasas-voyager-1-resumes-sending-engineering-updates-to-earth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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