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어느 날 방울토마토 모종을 얻었다. 식물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분갈이를 하는 것도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둘까 하다가 새로운 화분에 다시 심어주고 물도 주며 꽃이 피기를 기다렸다. 식물 키우기에 능숙하지 않았는데도 방울토마토 줄기는 쑥쑥 자랐다. 열매가 아직 태어나기도 전이지만, 내다팔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면적에서 키웠다면 투자 가치가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마음도 치유하고, 돈도 벌자는 생각에 식테크(植tech)를 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한다. 식테크는 식물과 재테크의 합성어로, 식물을 키워 분양해서 수익을 내는 것을 말한다. 물론, 방울토마토와 같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식물로 수익을 내는 것은 아니다. 흔히 잘 구할 수 없는 희귀종이 거래된다. 수입하기 쉽지 않은 열대 희귀 관엽 식물을 사서 기른 후 잎이나 줄기를 하나씩 떼서 파는 것인데, 주로 온도와 습도에 예민한 식물들이기 때문에 오히려 값어치가 올라간다. 대표적인 희귀종으로는 몬스테라 알보, 필로덴드론, 앤슈리엄 등이 있다. 수백만 원부터 수억 원에도 한때 팔렸다고 한다.
물론,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관엽식물을 줄기나 가지를 잘라 만든 삽수 형태로 거래하면 불법이다. ‘종자산업법’에 따르면 종자업을 등록하지 않은 개인이 종자나 묘목을 거래하지 못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식테크는 물론,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파생되는 시장의 규모도 커지고 있다. 반려식물 브랜드와 스마트 식물재배기 등이 출시되는 등 실내 농업시장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실내 농업시장 규모는 2021년 1,200억 원에서 2026년 1조 7,500억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식물 재배기 렌털 서비스를 하고 있는 교원 웰스에 따르면 올해 1∼4월 식물재배기 판매량이 지난해 동기 대비 27% 늘었다. 교원 웰스는 “온화해진 날씨에 실내 꽃 재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물가로 채소류와 화훼류 가격이 상승하며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도 실적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식물뿐만 아니라 관상용 새우나 파충류 같은 동물을 키우거나 위스키, 올드카 등을 수집하는 등 취미가 재테크가 되는 경우는 이밖에도 많다. 이와 같은 재테크의 공통점은 희소가치와 보관 상태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희소가치가 있더라도 보관 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격이 떨어지고, 보관 상태가 좋더라도 희소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이 내려간다. 수익이 언제 날 수 있을지, 원하는 때에 수익을 낼 수 있을지 모르는 게 ‘취미 재테크’다. 물론, 소장 가치가 높고 마니아층이 탄탄한 종목이라면 취미를 즐기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 취미가 좋아서 시작했다가 관련 지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전문가적인 단계의 경지까지 오른 사람들이다.
과거 우표 수집에 열을 올린 적이 있다. 우리나라 우표뿐만 아니라 해외에 나가면 해외 우표를 수집해 수집책에 모아놨다. 우표에 그려진 그림을 보면 그 나라의 인물은 물론, 역사와 문화를 알 수 있다. 우표가 특이하거나 귀할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그러나 발행 물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값어치도 내려간다. 수집책 속 우표의 값어치를 알 수 없어도 한 번씩 수집책을 꺼내 보면 우표를 구매할 당시의 마음가짐, 그 나라와 시대의 분위기까지도 느껴진다. “우표에서 얻은 지식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다”고 했다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전 대통령의 말이 이해가 간다.
최근 신한은행의 ‘2024년 보통사람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활동자의 16.9%는 본업 외 부업을 병행하는 N잡러라고 한다. 부업을 하는 이유는 생활비, 노후 대비 등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컸는데, 10명 중 4명 정도는 비경제적인 이유로 부업을 병행했다. 창업이나 이직, 역량 강화 등을 위해 부업을 했다. 즉, 부업이 단순한 부가 수입을 넘어 역량 강화나 창업을 위한 디딤돌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이다. 좋아서 즐기다 보니, 성공하게 됐다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가장 쉽게 돈을 버는 방법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김세아 금융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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