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상화폐 시장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오는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것. 그동안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투자자들을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들에게 더 높은 의무를 요구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9월에는 3년 만기의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 라이선스 심사도 있다. 올 하반기, 가상화폐 거래소들 중 일부는 문을 닫는 ‘가상화폐 발(發) 대란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가상자산법’ 투자자 보호에 초점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25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서울청사에서 5대 원화 가상자산 거래소 대표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는 두나무(업비트) 이석우 대표, 빗썸 이재원 대표, 코인원 차명훈 대표, 코빗 오세진 대표, 스트리미(고팍스) 조영중 대표와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공동협의체(DAXA) 부회장이 참석했는데, 김주현 위원장은 “거래지원 기준 등 투명한 자율규제 질서를 확립하고 이상 거래 감시·보고 등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 정책을 전담할 가상자산과도 25일 신설했다. 김 위원장은 “새로운 기술의 잠재적 가능성을 열어두되 적절한 규제를 통해 위험을 완화하고 이용자를 보호하는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며 “금융당국도 글로벌 동향에 맞춰 명확하고 합리적인 가상자산시장 규율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19일 시행되는 가상자산법은 가상화폐 관련 사업자 대한 규제는 물론 불법 행위들을 규제해 투자자를 보호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선 가상화폐 발행사들은 3개월마다 상장유지 심사를 받아야 한다. 발행 주체의 신뢰성, 이용자 보호장치, 기술·보안, 법규 준수 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소명해야 한다. 코인 발행사가 중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거나 보안사고 발생 시 원인을 제대로 소명하지 못하면 상장이 폐지될 수 있다.
가상화폐가 ‘주식’처럼 보호를 받게 된 점도 특징이다.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예치금 이자’를 받을 수 있고, 급격한 가격 변동이나 거래량 증가 등 시세조정 행위는 처벌 대상이 된다. 특히 그동안 만연하게 이뤄졌던 코인 발행사들의 상장 직후 자전거래(스스로 팔고 사는 행위를 해서 시세를 올리는 것)도 명백하게 처벌 대상이 된다. 과징금은 물론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불공정거래행위를 한 사업자에겐 1년 이상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5배 상당 벌금이 부과되고 상장폐지도 가능하다.
가상화폐 거래소들도 이 같은 행위들을 들여다보면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금융당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가상자산법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주요 거래소 대표들을 소집해 ‘당부’를 한 것도 가상화폐 거래소의 역할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나온다.
FIU(금융정보분석원)에서 가상화폐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한 법조인은 “다음달부터 이뤄지는 가상자산법 시행으로 거래소들이나 발생사들 중 일부는 과거처럼 만연하게 운영 시 형사처벌과 함께 문을 닫게 될 수도 있게 됐다”며 “특히 그동안 이뤄졌던 시세조정 행위가 모두 형사처벌 대상이 됐는데 거래소들 중 일부가 발행사들과 손잡고 시세조정에 함께 참여해왔던 만큼 투자자들의 보호 장치가 생긴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9~10월에 거래소 라이선스 갱신…얼마나 살아남을까
오는 9~10월에는 가상자산사업자(VASP) 라이선스 갱신도 이뤄진다. 지난 2021년 9월 금융당국은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3년 기한의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갱신이 올해 9월 중 이뤄지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위한 가이드라인도 조만간 공개할 계획이다.
기존 신고제 운영과정에서 발견된 보완 필요사항을 개선하기 위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감독 규정 개정안과 갱신 신고 가이드라인을 공개하는 것인데, 금융당국은 3년 동안 발생한 문제들을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대주주 적격성도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때문에 적지 않은 가상화폐 거래소 사업자들이 갱신 대신 영업 중단을 선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뉴스를 꼼꼼히 챙겨봐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금융감독원이 현장 점검을 한 결과, 현재 영업종료 및 중단 중인 10개 가상자산사업자의 대부분이 권고사항을 이행하는 데 미흡했다.
FIU 흐름에 정통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3년 사이 변화에 대비하지 못한 거래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대형 거래소 4~5곳만 결국 살아남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올해 라이선스 갱신을 앞두고 거래소 먹튀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거래소 리스크 문제를 잘 챙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해인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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