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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한약사가 솔직히 털어놓은 양약-한약 갈등의 진짜 원인

명확한 규정 없다보니 힘겨루기 양상 이어져…장기적으로 한약-양약 일원화 될 것

2024.06.28(Fri) 16:00:53

[비즈한국] 의약품 판매를 둘러싼 약사-한약사 갈등은 해묵은 문제다. 현행법에서 한약제제에 대한 구분 없이, ​의약품을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만 분류하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계부처인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다툼만 되풀이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한약사계는 이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얘기를 들었다. 

 

서울의 한 약국 앞에 ‘한약사는 약사가 아닙니다’라는 내용의 포스터가 붙어있다. 사진=김초영 기자

 

#“​​약사들도 한약제제 다뤄…교육과정 다른 것은 맞아”

 

한약사 A 씨(38)는 최근 약사-한약사 대립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인물 중 한 명이다. A 씨는 “약사 단체의 시위는 정부가 나서게끔 하려는 가공의 공격”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A 씨는 “이대로 가면 현행 유지에 그칠 것 같으니 보여주기식 행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기성 약사분들은 ‘한약사’가 만들어질 당시 이에 일조한 당사자들이다. 한약사에 불만을 가지면 안 된다”고 말했다. A 씨는 “한약사들도 이해를 해보려고 했지만 좋게 해결하려고 하면 (약사계에서) 더 심하게 나오더라. 이제는 끝장을 보자는 식으로 돼 버렸다”며 바뀐 분위기를 전했다. 

 

약사계는 한약사의 일반의약품 판매를 두고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다.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만 다뤄야 한다는 것. 이에 대해 A 씨는 “이해는 가지만 이미 약사계도 임시조항에 근거해 한약제제를 다루고 있다”며 반발했다. A 씨는 “한약사는 한약과 한약제제 전문가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모든 것을 약사의 권한으로 하고 싶어하는 것으로도 보인다”며 “한약사가 없을 때 한시적으로 약사들이 한약제제를 취급할 수 있게 했는데, 약사들도 그것을 근거로 계속해서 한약제제 취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한약제제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교육과정’도 약사계가 내세우는 부분이다. 약사계는 “한약사와는 전혀 다른 교육과정을 받는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A 씨는 “약사만큼 배우지는 않는다”고 인정했다. A 씨는 “약물치료학을 통해 기초적인 부분을 배우기는 한다. 약대에서는 약물치료학을 최소 3년은 배우고 실무실습도 이뤄진다”며 “한약사회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실습을 한 학기 늘리고 의약품 교육과정을 심화하는 방식을 논의 중이다. 서울대에서 가장 먼저 한약-양약 통합 6년제 수업을 시작했는데 만족도가 높아 다른 학교도 따라한 것으로 안다. 결국 한약-양약은 일원화가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약사단체 영업 방해 심각, 증거 수집 나설 것”

 

A 씨는 한약사로서 겪는 어려움도 토로했다. A 씨는 “한약사를 하다 약사 면허를 취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분들이 약사계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많이 한다. 처음에는 이해가 안 갔지만 보상 심리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A 씨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고 약사가 됐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보니 한약사가 잘되는 것을 못 보는 것 같다. 염탐도 자주 오는데 티가 다 난다”며 “사실 약국은 위치가 전부다. 약을 정말 잘 짓는 곳이 있으면 산꼭대기에 있어도 손님이 찾겠지만 99%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약사회의 영업 방해를 두고는 “아마 전국적으로 협조 요청이 들어갔을 것이다. 제약사들만 더 편해졌고, 약사들도 그것을 바라는 것”이라고 짚었다. A 씨는 “이제 제약사들은 한약사가 ‘왜 거래 승인이 나지 않나요’라고 물어도 ‘약사회에서 시켰다’고 말할 명분이 생겼다. 일부러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수면 위로 계속 끌어 올리는 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제약사로부터 거래가 어렵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고 말했다. 

 

일반의약품을 판매하는 서울의 한 한약국으로 탕전실(좌측)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진=김초영 기자

 

A 씨는 “대형 제약사도 그렇지만 중소 제약사의 경우 지역 약사회 눈치를 엄청 본다. 이전에는 제약사도 약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나온 것도 없는데 괜히 핑계 댔다가 곤란해 질 수 있겠다는 입장이었다면, 지금은 ‘뉴스를 보면 아시겠지만 지금 전국적으로 약사회에서 방해를 하고 있습니다’는 식으로 거절할 수 있게 됐다. 한약사회 측에서는 이런 부분들에 대해 증거를 수집해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의약품 취급 이유? “경제적인 이유 크다”

 

문제가 되는 ‘일반의약품’을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 씨는 “경제적인 부분”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A 씨는 “임대료의 경우 단순히 평수에 비례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예를 들어 매장 면적이 10평에서 20평으로 늘어나면 임대료는 4배까지도 뛰는 등 기하급수적으로 오른다. 지금 있는 탕전실도 굉장히 협소하다. 탕전실 내에 배수시설도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추가로 5~10평 정도를 할애해야 한다. 비용이 만만치 않다. 저 조그만 공간도 700만 원이나 들었다”고 말했다. 

 

A 씨는 “약 하나 짓고 나면 원칙상 탕전기를 세척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탕전기를 돌려야 하는데 손님이 오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면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또 수지타산이 안 맞다. 보통 하루에 주문이 4개 정도 있고, 지금 같은 비수기에는 1개다. 이런 식이다 보니 탕전기를 더 놓고 규모를 키우자니 손님이 없을까 부담이 되고, 평생 한약만 공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아 의약품을 같이 다루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A 씨는 약사와의 갈등이 어떻게 마무리될지에는 “일원화밖에 답이 없다”고 말했다. A 씨는 “약사와 한약사 간 직능을 구분 지으려면 한약제제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지만 예전에 천연물 신약 카테고리와 마찬가지로 구분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정부에서도 복잡한 문제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 같다. 약사회에서도 마땅한 방법이 없어 시위를 하거나 의약품 공급을 방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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