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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엔 '주 2회', 끝나니 '월 1회'도 못 해…힘 빠진 민생토론회

1~3월 24차례 개최했지만, 총선 뒤 3달여 동안 2회에 그쳐…내용도 실현 가능성 적어

2024.06.28(Fri) 13:28:31

[비즈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경북 경산 영남대학교에서 올해 들어 26번째 ‘국민과 함께 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경주 소형모듈원자로(SMR) 국가산업단지 조성 추진을 약속했다. 윤 대통령이 민생토론회를 재개했지만, 총선 전과 달리 민생토론회 개최 빈도가 뚝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 20일 경북 경산시 영남대 천마아트센터에서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열린 스물 여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때문에 총선 전에 제기됐던 ‘민생토론회=총선용 정책 홍보쇼’라는 비판을 희석시키려 위해 형식적으로 재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총선 후 2차례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노동약자보호법’이나 ‘경주 SMR 국가산업단지’는 더불어민주당 도움 없이는 진행이 불가능한 데도 야당에 사전이나 사후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은 탓이다. 민주당은 SMR 기술개발 등 원전 예산을 대폭 삭감한 바 있으며, ‘노동약자보호법’비판하며 ‘일하는사람기본법’을 발의한 상태다.

 

윤 대통령은 20일 ‘동북아 첨단 제조혁신허브, 경북’을 주제로 26번째 민생토론회를 주재했다. 윤 대통령이 총선 이후 민생토론회를 개최한 것은 2번째다. 5월 14일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25번째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 주제로 연 뒤 37일 만이다. 총선 전까지 윤 대통령은 1월 4일 ‘활력 있는 민생경제’ 주제 민생토론회를 시작한 이래 3월 26일 충북 청주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 주제로 24번째 민생토론회를 열었다.

 

총선을 앞두고 82일 동안 24차례 민생토론회를 가졌으니, 1주에 2번꼴로 주재한 셈이다. 개최 지역도 서울 5회, 경기 9회, 영남 4회, 충청 3회, 인천 1회, 강원 1회, 전남 1회 등 전국을 망라했다. 야당으로부터 선거 개입이며 대통령 중립의무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총선(4월 10일) 보름 전 민생토론회는 중단하면서 총선 이후 재개할 뜻을 밝혔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뒤 민생토론회는 이전과 달리 힘이 빠진 모습이다. 민생토론회 재개 자체가 49일 만에야 이뤄졌다. 또 26번째 민생토론회는 25번째 민생토론회가 열린 뒤 37일 뒤에서야 개최됐다. 총선 전에는 1주에 2번씩 열던 민생토론회가 총선 후에는 한 달을 넘어서는 간격으로 열리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총선 전에는 민생토론회에서 나왔던 정책들의 시행을 점검하는 회의를 열었지만 총선 이후에는 이러한 회의도 갖고 있지 않다. 윤 대통령은 총선 전인 4월 2일에는 민생토론회 사회분야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4일에는 경제분야 후속조치 점검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은 당시 경제분야 후속 점검회의에서 “올해 예산으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예산 집행 속도를 높여서 집행하겠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하위 법령 개정은 상반기에 최대한 마무리하고 늦어도 올해 안에 모두 끝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반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점검회의를 개최하지 않았다. 정부는 총선 전 24차례 민생토론회에서 공매도 금지, 늘봄학교 전국 초등학교 확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조성, 가덕도 신공항건설, 산업은행 이전 등 굵직굵직한 정책 240개를 발표해 진행 상황 점검이 필수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총선에서 패배하자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려는 의지가 식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재개된 민생토론회에서 내놓은 정책들도 야당과 조율 없는 것이어서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은 총선 이후 처음 재개한 민생토론회에서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 노동약자를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책임지고 보호하겠다”며 ‘노동약자 보호법’ 제정을 약속했다. 이에 민주당은 “주 69시간 노동시간 연장을 추진하던 윤 대통령이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안을 제정하겠다니 무엇이 진의인지 모르겠다”고 날을 세웠으며 5월 31일 노동계 입장을 대거 반영한 ‘일하는사람기본법’을 발의했다.

 

또 윤 대통령은 26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경주에 3000억 원 규모의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예산에서 재대로 추진될지는 미지수다. 탈원전을 강조하는 민주당은 지난해 SMR 기술개발 예산(333억 원)을 포함한 2024년 원전 예산 1814억 원을 삭감했었다. 원전 예산은 국민의힘이 민주당이 요구한 연구·개발(R&D)과 새만금 지원, 지역화폐 예산 등 총 1조2000억 원 규모의 증액을 받아들인 뒤에야 복원됐다. 민주당 협조 없이는 SMR 국가산업단지 조성은 가시밭길을 걸을 것이 분명한 셈이다.

 

경제계 관계자는 “민생토론회가 총선 전에는 3~4일에 한 번씩 각 부처를 모아놓고 각종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던 장이었는데 총선 후에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며 “민생토론회가 진정 민생을 위한 것이었다면, 발표한 정책 추진이 제대로 되는지 점검회의를 수시로 하고, 야당에 정책에 대한 지원을 요청하는 행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승현 저널리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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