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국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금융당국도 다방면으로 이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은행들의 포부와 달리, 해외영업의 순이익 비중이 늘리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6월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경영 현황 및 현지화 지표 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4개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총자산은 약 2102억 달러(약 293조 원)로 전년(2031억 달러, 약 283조 원) 대비 3.5% 증가했다(현지법인·지점 기준, 사무소 제외).
특히 순이익 증가세가 눈에 띄었다.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13억 달러(약 1조 8112억 원)로 전년(9억 9100만 달러, 약 1조 3805억 원) 대비 34.3% 증가했다.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자 이익과 부실채권 매각을 통한 비이자 이익이 늘어난 덕이다.
수익성은 증가했지만 점포는 줄었다. 2023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수는 202개로, 2022년 207개 대비 감소했다(현지법인·지점에 사무소 포함). 2021년 204개와 비교해도 적다. 지점은 88개로 전년(87개) 대비 1개 늘었지만 현지법인(61개→60개)과 사무소(59개→54개) 여러 곳이 폐쇄됐다.
국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중에선 하나은행이 2023년 기준 34개로 가장 많은 해외점포를 보유했다. 그 뒤를 우리은행(29개), 신한은행(27개), 국민은행(14개) 순으로 이었다. 국민은행은 미얀마 사무소를 폐쇄하면서 사무소 없이 지점과 현지법인만 남았다.
이처럼 국내은행이 세계 각국으로 진출하면서 순이익 규모가 커졌지만, 은행의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10년 전보다 줄었다. 2013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4억 5000만 달러로, 당시 국내은행 총순이익의 12.3% 수준이었다. 2012년(6억 4000억 달러)보다 30% 가까이 감소했지만 비중은 10%를 넘겼다.
10년이 지난 2023년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당기순이익은 총순이익(21조 2000억 원) 대비 8.1%에 그쳤다. 2022년에도 비중이 6.8%에 불과했다. 해외 영업이나 투자 실적 등이 빠진 것을 감안해도 작은 수준이다.
4대 은행 중 2023년 말 기준 해외 현지법인(종속기업)의 수익성이 가장 좋았던 곳은 신한은행이다. 금감원 공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10개 해외법인은 4824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아메리카신한은행이 2022년(72억 원)에서 지난해 267억 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지만 카자흐스탄과 베트남 법인의 순이익이 증가한 덕이다.
신한은행의 뒤를 이어 해외법인 순이익 2위에 오른 곳은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의 11개 해외법인은 2023년 2279억 원의 순이익(지배기업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 말 2883억 원에서 뒷걸음질했지만 타사 대비 ‘선방’한 수치다. 3위인 하나은행은 해외법인 11개 사에서 2023년 1129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중국유한공사가 2022년 972억 원의 손실을 냈다가 2023년 49억 원의 이익을 내면서 하나은행 해외법인의 전체 실적도 전년(71억 원) 대비 개선됐다.
리딩뱅크인 국민은행은 지난해 해외법인(5개)이 234억 원의 순손실(지배기업 지분 순손익)을 내면서 4위에 머물렀다.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KB부코핀이 1733억 원의 적자를 낸 것이 컸다. 다만 2022년(2931억 원)과 비교해 적자 폭을 크게 줄였다. KB부코핀의 실적이 2022년(-5372억 원)에 비해 대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순이익이 전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미미하다. 수익성이 좋은 신한은행만 10%대를 기록했다. 적자를 낸 국민은행을 제외하고 2023년 전체 순이익 기준으로 신한은행(3조 677억 원)은 15.7%, 하나은행(3조 4766억 원)은 3.2%, 우리은행(2조 5159억 원)은 9.1%였다. 다만 공시하지 않은 지점·사무소 등의 이익까지 포함하면 비중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은행의 해외점포 수익 비중은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2017년 발표한 ‘국내 금융회사 해외 진출 지원 강화’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씨티그룹의 총수익 대비 해외점포 수익은 54%에 달했다.
다만 은행 및 지주사별로 해외 이익의 비중을 늘린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10월 글로벌 중장기 사업계획을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당기순이익 중 글로벌 비중을 25%까지 달성하겠다”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동남아 3대 법인(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육성에 집중하고, 아시아권에서 글로벌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신한금융은 2030년까지 그룹의 글로벌 이익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고 제시했고,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중장기 목표치를 40%까지 높였다.
한편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에 힘쓰고 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에 따라 올해 1월 2일부터 ‘금융회사 등의 해외 진출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개정안은 역외금융회사에 투자하거나 해외지사를 설치할 때 신고 의무를 완화하고, 금융업권법과의 중복 신고를 해소하는 것이 골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3월 폴란드에서 ‘K-금융 세일즈’에 직접 나서기도 했다.
심지영 기자
jyshim@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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