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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스타트업열전] '스타트업 국가' 프랑스 운명 좌우할 총선의 날

'친기업 성향' 마크롱 조기 총선 선언 후 극우정당 지지율 1위에 스타트업들 '긴장'

2024.06.26(Wed) 19:33:37

[비즈한국] “앞으로 프랑스는 스타트업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국가가 될 것이다. 프랑스는 창업가들을 위한 가장 매력적이면서도 가장 창의적인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지난 2018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컨퍼런스 ‘비바테크(Viva Technology)’에 와 자신 있게 말했다.
 
이 말은 프랑스의 스타트업 정책과 창업 생태계를 상징하는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와 함께 프랑스가 스타트업 국가로서 하나의 글로벌 브랜드로 잘 성장했음을 보여준다. 2022년 프랑스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총 16조 원이 넘어 처음으로 독일을 추월했고, 영국 다음으로 스타트업 투자 활동이 활발한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비바테크에 참석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가운데). 사진=프랑스 엘리제궁


그런데 최근 ‘스타트업 국가(Startup Nation)’ 프랑스의 정치 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 6월 9일 유럽의회 선거에서 라이벌 정당이자 극우 성향 정당 ‘국민연합당(RN)’에 참패한 마크롱 대통령은 의회를 해산하고 오는 30일 조기 총선을 치르겠다고 발표했다. 조기 총선을 통해 다시 한번 국민의 신임을 묻겠다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에 국민연합당(RN)의 원내대표 마린 르펜은 환영한다는 화답을 남겼다. 유럽의회 선거 결과로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프랑스는 2022년 6월 총선 이후 2년 만에 다시 임기 5년의 하원 의원 577명을 선출하게 되었다. 마크롱은 대통령 임기 3년을 남겨둔 데다가 프랑스 하계 올림픽이라는 세계적인 행사를 코앞에 두고, 대통령만이 행사할 수 있는 의회 해산이라는 카드를 던졌다. ​

#불안한 정치 상황에 떨고 있는 프랑스 스타트업

여론조사에 따르면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이 투표에서 다수의 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조기 총선이 발표된 지 며칠 후 새로운 좌파 연합 신인민전선(NFP)이 출범하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신인민전선은 사회당(PS), 녹색당(Europe Écologie Les Verts), 프랑스공산당(PCF)으로 구성됐다. 보통 ‘좌파’로 공식 분류하지만, 극좌파로도 간주하는 프랑스 불복운동(LFI)이 포함되어 앞으로의 정책 추진 방향에 따라 그 성향을 가늠해 보는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에서는 신인민전선(NFP) 지지율이 국민연합(RN)을 뒤이으며 마크롱 대통령 진영을 앞섰다. 총 577개 선거구에서 지역 의원을 선출하기 때문에 아직 선거 결과는 예측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황이 마크롱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의 약진에 대항해 등장한 신인민전선(NFP). 사진=신인민전선 홈페이지


국민연합(RN)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후 총선 여론조사에서도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자 프랑스 스타트업계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극우 정당은 주로 보호주의 정책으로 글로벌 투자자나 기업의 진입에 걸림돌이 되는 정책을 펼치기 때문이다. 이민 정책도 엄격해지므로 글로벌 기술 인재들이 프랑스에 정착해서 일하는 환경에 적신호가 켜진다. 

그렇다고 제2당으로 떠오르는 신인민전선(NFP)을 반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인민전선은 이미 마크롱의 경제정책을 ‘부숴버릴 것(break)’이며 특히 스타트업 친화적으로 평가받았던 몇 가지 정책을 뒤집을 것이라고 밝혔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시행된 몇 가지 세제 개혁은 마크롱 경제정책 중 바꾸어야 할 대표적인 타깃이 되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기업 부담을 줄이고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을 실시했다. 먼저 법인세를 33%에서 2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했고, 자본소득세를 30%로 단일화했다. 또 부유세를 부동산에 한정한 세제로 개편했고, 사회보장 부담금을 삭감했다. 이 같은 기업 친화적인 정책은 스타트업을 유치하기 위한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스타트업 데이터 분석 플랫폼 딜룸(Dealroom)에 따르면 프랑스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은 마크롱이 대통령이 된 뒤 5년 동안(2017~2022) 150억 달러(20조 8500억 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이전에 비해 4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극우든 극좌든 누가 돼도 최악 

극우파인 국민연합(RN)이 주요 집권당이 된다면 외국인 투자자에게 불리해져 많은 투자자들이 이탈할 것으로 예상된다. 엄격한 이민 정책이 실시되어 글로벌 인재들을 채용하기 어려워지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민연합이 지속적으로 EU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연합은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적도 있을 만큼 강력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보여왔다. 프랑스의 EU 분담금을 현 216억 유로에서 20억~30억 유로대로 대폭 삭감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연합(RN). 사진=RN 홈페이지


현재 유럽의 기술 생태계는 중국, 미국 등의 주요 경제국 사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똘똘 뭉쳐 있다. 그만큼 뒤처지지 않도록 강한 협력이 필요한 상황인데, 국민연합(RN)이 집권할 경우 유럽 기술 생태계 내부의 단절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반대편인 신인민전선(NFP)은 나을까. 프랑스 경제학자인 올리비에 블랑샤르(Olivier Blanchard) MIT 교수는 이코노미스트에 “극좌파인 신인민전선(NFP)의 세금 및 경제정책은 ‘재앙’을 초래할 것”이고 “극우파인 국민연합(RN)의 경제정책은 논리도 일관성도 없다”며 현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결국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더라도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신인민전선(NFP)은 최저임금을 14%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데 이로 인해 240억 유로의 비용이 추가 소요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 밖에 에너지 비용, 기본 식료품 비용 등 ‘생활필수품’의 가격 상승을 제한할 것이며, 마크롱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연금 개혁 중단, 부유세 재도입, 프랑스를 떠나는 사람과 기업에 ‘출국세(exit tax)’ 부과, 상속세 인상 등 대부분 기업에 충격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치적 논쟁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는 스타트업계에서도 최근 이러한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프랑스 유니콘 기업 미라클(Mirakl)의 창업자 필리프 코로(Philippe Corrot)는 최근 73명의 업계 리더들과 함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번 선거는 프랑스가 철수와 폐쇄 및 퇴보를 추구하는 세력이나, 대립과 분열 및 급진적인 경제 변화를 환영하는 세력에 의해 통치될 전례 없는 위험을 초래했다.” 어느 쪽이 우세하든 프랑스 스타트업계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프랑스 유니콘이자 전자상거래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 미라클(Mirakl) 창업자 필리프 코로. 사진=링크드인


2주 후면 프랑스 의회의 구성이 대략 결정된다. 7월 7일에 2차 투표를 마지막으로 최종 결론이 나겠지만, 이 역동적인 혼란 속에서 결과 예측은 거의 불가능하다. 좌파가 다수를 차지할까? 극우가 다수를 차지할까? 아니면 좌파, 우파, 마크롱의 정당이 연합할까? 아니면 또 다른 반전이 있을까?

프랑스의 기술 및 스타트업 생태계는 불확실성 속에서 새로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기업가 정신과 혁신을 위해서는 정치적 안정성이 담보되어야 하고, 글로벌 생태계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이번 선거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그리고 그 결과가 프랑스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필자 이은서는 한국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에서 연극을 공부했다. 예술의 도시이자 유럽 스타트업 허브인 베를린에 자리 잡고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한국과 독일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잇는 123factory를 이끌고 있다.​​​​​​​​​​​​​​​​​​​​​​​​​​​​

이은서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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