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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의대생 학부모 카페 '의학모'에 오가는 말말말

"왜 기사화하냐" 언론 보도 이후 예민한 반응…단순 의견 공유 넘어 적극적 여론 조성 움직임 감지

2024.06.26(Wed) 17:48:11

[비즈한국] 최근 의대생 학부모가 모인 인터넷 카페 ‘의학모’에서 한 회원이 “아직 때는 무르익지 않았다. 최소한 병원 하나라도 무너져야 한다”고 주장해 질타를 받았다. 이 회원은 “아이들이 버리는 시간이 아까운가. 달리 생각하면 지금 아이들이 손해 본 시간을 보상도 못 받고 평생을 나라의 의료노예로 살겠다며 숙이고 들어갈 수는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부모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뤘다.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학부모들의 개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른 ‘의학모’에서는 어떤 글이 오가는지 들여다봤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사진=최준필 기자

 

#회원 2800여 명, 읍소와 격앙 동시에

 

의학모는 ‘의대생 학부모 모임’의 줄임말로, 전공의 집단사직 직전인 2월 18일 개설됐다. 카페 설명에는 ‘의대생, 전공의 자녀를 든든하게 지원하려는 학부모 모임’이라고 적혀 있다. 25일 오전 기준 카페 회원은 2821명, 전체 게시글은 4447개에 달한다. 학생증 또는 합격증 등을 촬영해 인증을 받은 △의대생 △전공의 △학부모 등에만 정회원 자격이 주어진다. △의사 △의사 가족 △언론인 등은 특별회원으로 구분된다. 게시판은 정회원이 아닌 이들에게도 공개된 ‘오픈 게시판’과 정회원 전용 게시판이 있다. 이 밖에 ‘열심회원 전용’, ‘지역별 모임’ 게시판 등이 운영된다. 

 

정회원이 아니어도 접근이 가능한 오픈 게시판은 전공의 집단사직이 한 달이 되던 3월 24일을 기점으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의대 정원 증원, 필수의료정책패키지에 대한 단순 의견 공유 등이 주를 이뤘다면, 이후에는 의료계 인사의 입장문, 현안 토론회 발제문, 각 학교 비대위 보도자료 등이 공유됐다. 여론조사와 국민청원 등을 참여하도록 독려하거나, 기사를 올리며 포털에 댓글을 작성하고 다른 카페에도 게시하라는 글도 여럿 올라왔다. 

 

일반인도 볼 수 있는 게시판인 만큼 본인들의 입장을 읍소하는 내용 등도 확인된다. ‘의대생 학부모는 왜 그럴까 하시는 분들께’, ‘비대위 교수님들과 정부에게’, ‘기자님들께 묻고 싶네요’ 같은 게시글들이다. 한 회원은 ‘의대생 학부모는 왜 그럴까 하시는 분들께’라는 글에서 “우리 아이 스카이를 보다 쉽게 들어가게 하고 싶다는 부모 마음 이해한다. 그런데 지금 상황으로 증원된다면 다시 고민해야 한다. 초등학교 교실이 30명 정원인데 준비도 없이 120명을 넣겠다고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당장 내년도 신입생들부터 패닉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카페에 올린 글이 기사화되는 것에 불편함을 내비치는 글도 있다. ‘기자님들께 묻고 싶네요’라는 글에서 작성자는 “의학모는 염전 노예로 살기 싫다며 병원을 박차고 나온 젊은 의사 부모들 그리고 자신들의 꿈을 펼치기 전에 이미 포기자가 되어 학교를 등진 의대생 등이 모인 곳”이라며 “자식을 향한 애끓은 심정을 우리들끼리 공유하며 마음을 달래는 이곳까지 몰래 쳐들어와 공식적이지 않은 사적인 학부모들 대화까지 기사화해야 했나. 무능하고 사악한 정부는 지금도 아무 죄 없는 젊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죽창으로 찌르는데 언론은 이제 자식 걱정에 피눈물 나는 학부모까지 죄인으로 만들어야 속이 시원했나”라고 묻는다. 

 

#논란 후 언론에 ‘민감’

 

게시판에는 언론통제를 의심하는 글과 함께 기자들에 대한 비판도 여럿 올라온다. 한 회원이 “기자들 왜 이러나”는 내용을 글을 올리자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인에게) 계란말이를 만들어주면서 언론인 해외연수를 160명으로 늘린다고 했다더라”라는 댓글이 달렸고, 이후 다른 게시글에서는 “복붙(복사, 붙여넣기) 잘하는 기자들은 이런 기사 퍼 나르지 않고 뭐 하고 있나. 160명씩이나 해외연수 보낸다더니 벌써 짐 싼 걸까요?”라는 비꼬는 댓글이 달렸다. 

 

의대생 학부모 모임인 ‘의학모’는 25일 오전 기준 2821명의 회원이 가입했다. 사진=네이버 카페 ‘의학모’

 

대통령실의 언론 통제를 의심하기도 한다. 한 회원이 포털에 기사 페이지가 없는 언론사의 기사를 공유하자 “이 기사는 네이버 기사가 없다. 지금 언론 통제를 하고 있다는 듯하다. 아무리 용산에서 애써도 때가 되면 막을 수 없을 것이다”이라는 내용의 댓글이 올라왔다. 기존에도 포털에 기사를 제공하지 않는 언론사임에도 정부에서 포털 기사를 막았다고 오해를 한 것이다. 이들은 “(언론사명) (기자 이름) 기레기는 이런 중요한 기사나 올려라”, “이런 글들이 포털 메인에 안 올라가는 것 너무 화가 난다, 언론 통제하는 거 아닌가” 등의 댓글도 작성했다. 

 

​‘​​병원이 망해야 한다’​는 게시글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에는 부쩍 언론에 민감해졌다. 26일부터 오픈 게시판에는 “외부 공개용 게시판입니다. 댓글 시 불필요한 오해가 없도록 주의 바랍니다”는 내용의 문구가 뜨고 있다. 한 게시글에서는 도 넘은 여러 기사 댓글들을 공유하며 “대중이라는 것들이 지금 이리 미쳐 날뛰고 아이들을 협박하는데 ‘병원 망해야 한다’는 한마디로 우리가 지금 욕을 먹는 거냐” 등 다소 격앙된 글도 올라왔다. 

 

#갈등 장기화에 걱정 커진 학부모들 ‘행동’ 나설까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환승센터 주변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동안 의료계 인사들은 단체 메신저, 유튜브 커뮤니티 등을 의견 공유의 창구로 활용해왔다. 반면 전공의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들은 주로 메디스태프 등을 통해 익명으로 의견을 공유하는 식에 그쳤다. 의대생의 경우 3월 집회, 이달 개최된 총궐기에 학부모가 참여하자 ‘이례적’이라는 말이 나왔다. 폐쇄적인 집단이다 보니 직접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데다, 전공의들이 이번 의정 갈등의 당사자임에도 의협을 중심으로 상황이 돌아가며 부모의 걱정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학부모는 게시글에서 “의대생들은 전공의 선배들만 보고 있는데 버티기로 나가는 것인가. 협상은 일체 불가한 것인지, 이 긴 터널과 같은 시간이 올해는 마무리될지 불안하다”라며 걱정을 드러냈다. 이 글에는 “원점 재논의가 되어야 한다. 전공의들은 단체 투표로 의견 결정한다고 했으니 믿자”, “원점 재논의를 하더라도 대화에 참여하고 의견은 계속 내야 한다” 등 여러 의견이 달렸다. 

 

일부 의대에는 비공식적인 학부모 모임이 있다. 학교 차원에서 자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고, 학부모들이 자체적으로 나서기도 한다. 학년별로 단체 메신저 방이 있어 각종 정보를 공유하거나 동의 등을 받는다고 한다. 이렇다 보니 의학모를 단체 메신저 방의 연장선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의학모가 의정 갈등 해결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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