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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원 규모' 가덕도신공항 공사는 왜 자꾸 유찰되나

1차 무응찰, 2차는 현대건설 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시공 난도 대비 공사 기간 너무 짧아"

2024.06.26(Wed) 18:15:31

[비즈한국]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로 불리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이 또 한 번 유찰됐다. 이달 초 마감된 1차 입찰은 응찰자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지만, 이번 2차 입찰에는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수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하지만 두 차례 입찰에도 경쟁입찰을 성사시키지 못한 정부는 현재 수의계약을 고민하는 모습이다. 초대형 관급공사가 유찰을 빚는 배경에는 시공 난도 대비 짧은 공사 기간이 있다는 지적이다.

 

단군 이래 최대 토목 공사로 불리는 부산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또 한 번 유찰됐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부산광역시 제공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결국 2회 유찰

조달청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재공고 입찰은 24일 마감된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PQ) 신청에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단독으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유찰됐다. 앞서 지난 5일 마감된 1차 입찰에는 건설사가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었다. 이 공사 수요기관인 국토교통부는 당초 2~3개 컨소시엄이 입찰에 참여해 경쟁하는 그림을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이번에도 경쟁입찰을 성사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 컨소시엄은 총 24개사다. 현대건설(지분 33%)은 대우건설(24%)과 금호건설·​HL디앤아이한라·코오롱글로벌·동부건설·KCC건설·쌍용건설·한양·효성중공업(각 4%) 등 중견건설사, 부산·경남 지역 14개사(총 11%)와 컨소시엄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과 관련해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이번 유찰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수의계약이 가능해졌다. 국가계약법에 따라 정부가 발주하는 공사는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지만 입찰이 2회 이상 유찰되면 단독 응찰자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국토부는 현재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수의계약을 맺거나 △같은 입찰 조건으로 재공고 △입찰 조건을 변경해 신규 공고하는 방안을 두고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교통부 가덕도신공항추진단 관계자는 “재공고 입찰에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했지만 경쟁입찰을 성사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경쟁입찰을 추가로 유도할지, 사업 일정과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해 단독응찰자와 수의계약을 체결할지, 기존 입찰 내용대로 또 한 번 재공고 입찰을 낼지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 가덕도신공항 조감도. 사진=국토교통부 제공


#초대형 관급공사 유찰 이유는 ‘가혹할 정도로 짧은 공사기간

가덕도신공항은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대에 조성되는 국제공항이다. 총 666만 9000㎡ 규모 부지에는 대형 화물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3500m 활주로와 24시간 여객과 화물을 실어 나르는 터미널이 들어설 계획이다. 가덕도신공항 조성사업은 2021년 특별법 제정으로 물꼬를 튼 이후 지난해 12월 기본계획이 수립되면서 가시화됐다. 총사업비는 13조 4900억 원 수준.

가덕도신공항이 들어설 부지조성공사는 단군 이래 최대 토목공사로 불린다. 총공사비는 10조 5300억 원으로, 이전까지 최대로 꼽혔던 남양주왕숙 국도47호선 지하화 공사(1조 503억 원)보다 10배가량 ​규모가 ​크다. 정부는 가덕도신공항 공사를 부지조성공사, 건축공사, 접근도로공사, 접근철로공사로 나눠 발주할 계획인데, 부지조성공사는 이들 중 ​발주 시점이 가장 ​​빠르고 규모도 크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가 유찰을 거듭하는 원인으로는 짧은 공사기간이 꼽힌다. 이 사업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2190일(6년)이다. 설계 기간을 빼면 실제 공사기간은 5년 수준인데 공사 규모와 난도에 비해 짧다는 지적을 받는다. 앞서 정부는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경쟁 시기인 지난해 3월 가덕도신공항 공사기간을 기존 9년 8개월에서 5년으로 4년 8개월, 개항 시기를 2035년 6월에서 2029년 12월로 5년 6개월 앞당겼다.

반면 건설사 시공 위험은 크다. 공항 부지가 육지와 해상에 걸쳐 있기 때문이다. 단단한 암석이 있는 가덕도 지반과 달리 인근 바닷속 지반은 연약한 점토로 구성됐다. 지지력이 다른 두 지반을 연결하면 기초 지반이 불균등하게 내려앉는 ‘부등침하’​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건설사는 막대한 지체상금과 하자보상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당초 2022년 이 사업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공항 부지는 ​부등침하 문제 등으로​ 해상에 조성하고자 계획됐지만 2023년 공사기간을 단축하고자 육·해상 배치로 바뀌었다.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을 검토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가덕도신공항은 공사기간이 가혹할 정도로 짧다. 건설사 입장에서 공사기간은 수익성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인인데,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육지와 바다에 걸쳐 진행되는 공사이다 보니 부등침하나 기상여건 등으로 발생하는 위험 변수도 많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대형 건설사들은 공동수급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해왔다. 조달청 지침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에 공동수급체(컨소시엄)로 참여할 경우 컨소시엄에는 국토부 시공능력평가액 상위 10개 건설사가 2개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공사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는 만큼 10대건설사 두 곳이 참여하더라도 단일 건설사가 짊어지는 위험 부담이 크다고 지적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 규모가 10조 원에 달하기 때문에 10대 건설사 두 곳이 컨소시엄을 꾸리더라도 주관사가 짊어지는 공사 규모가 수조 원에 달한다. 짧은 공사기간과 높은 시공 난도를 고려하면 단일 건설사가 짊어지는 위험이 너무 크다. 그간 10대 건설사 상호 간 공동수급체 참여 제한을 3개사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차형조 기자

cha6919@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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