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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피플] '교체설' 나온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임기 2년 공과는?

고꾸라진 제4이통사·라인 사태 '뒷짐' 책임론…단통법 폐지 등 통신비 인하 전략 결실 맺을까

2024.06.26(Wed) 17:33:21

[비즈한국] 제4이동통신사 불발과 네이버 라인야후 사태에 여의도 정치권이 가세하며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25일 22대 국회 첫 여야 완전체로 진행된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을 향해 질의가 집중됐다. 임기 2주년을 맞은 이 장관 앞에는 ICT, 과학기술 분야 주요 현안이 산적했다. 누리호 발사, 디지털 권리장전 제정 등은 고무적인 성과로 꼽힌다. 반면 연구개발(R&D) 예산 ‘큰손’ 부처의 수장이 R&D 예산 졸속 삭감에 앞장섰다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하반기 중폭 개각 전망 속 과기부 수장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 장관의 남은 역할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통신비 부담완화 방안 브리핑에 나선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사진=임준선 기자


#Character(인물) 

2022년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 명단에 오른 이종호 장관은 ‘반도체 전문가’라는 타이틀로 소개됐다. 언론은 인사청문회장에 들어서는 이 장관을 두고 ‘학자 분위기가 난다’고 묘사하거나 반도체 전문가를 넘어 ‘전도사’라고 띄우기도 했다.  

수식어처럼 이 장관은 인선 발표 전까지 평생을 연구에 몸 담았던 학자 출신이다. 1966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나 마산고등학교, 경북대학교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반도체소자 및 공정 분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원광대 전기공학부 교수,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초빙연구원, 미국 메사추세츠(MIT) 공대 마이크로시스템 기술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냈다.  

#Career(경력)

​이 장관은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던 2018년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 소장직을 맡았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연도 이 연구소에서 만들어졌다. 2021년 5월 국민의힘 입당 전 윤 대통령이 ‘대권 수업’을 받을 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연구소에 방문한 게 계기가 됐는데 이 장관이 세 시간 남짓 제반 상황 등을 ​직접 ​설명하며 특별 과외를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이 장관은 세계 최초 3차원(3D) 반도체 소자기술인 ‘벌크 핀펫(FinFET)’ 개발자로 유명하다. 핀펫 기술은 스마트폰용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등 반도체 성능과 전력 소비 효율을 높여주는 공정 기술이다. 2001년 원광대 교수 시절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개발해 반도체 분야에서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인텔이 2012년 100억 원대의 사용료를 지불하는 등 국내외 비메모리 반도체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해왔다. 반면 삼성전자의 경우 무단 도용으로 미국 법원에서 소송이 진행돼 수억 달러 규모의 배상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장관에 취임할 당시 재산은 총 160억 원으로 신고됐는데, 예금 117억이 대부분 반도체 기술 특허 수입과 관련 있다.

이 밖에도 반도체 분야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며 논문 514편을 발표하고 86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반도체 기술 분야 최고 학회에 10년 동안 국내 최다인 20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관련 기업과의 산학 연구로 우수 특허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지난 5월 22일 오후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AI 서울 정상회의 장관 세션’에 참석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오른쪽)과 미셀 더넬런 영국 과학혁신기술부 장관.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Capability(역량)

이종호 장관은 반도체 전문가답게 반도체 관련 전략에 의지가 높다. 미국과 중국 등 선도국이 고성능·저전력 AI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적으로 불리하겠다는 조바심에서다. 

이 장관은 취임 1년째에 반도체 미래기술 로드맵을 발표했다. 10년 뒤 한국이 반도체 우위기술 분야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는 선도국을 추격하는 기반을 만드는 게 목표다. 소재나 소자, 공정 원천기술 확보 등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정부가 마중물을 만드는 구상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활용이 확산하고 데이터 폭증 흐름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AI 반도체 차별화 전략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이 장관이 임기 초기 직접 아이디어를 내서 추진한 ‘마이칩 프로젝트’는 국내 환경의 장점을 잘 살린 전문 인재 양성 정책으로 평가받는다. 학부생 시기부터 직접 반도체를 설계하고 본인이 설계한 반도체를 분석할 기회를 제공해 실전에 강한 인재를 기르는 게 골자다. AI 일상화 프로젝트, 디지털 권리장전 제정 등도 이 장관의 성과로 꼽힌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동문들이 ​지난 1월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방문해 대통령 축사 중 R&D 예산 복원을 요구하며 항의하던 졸업생을 대통령경호처가 강제퇴장시킨 일에 대해 고발장을 제출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Critical(비판)

지난달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이 장관은 “예산 구조 개혁에 있어 국민, 연구 현장의 과학자들과 소통이 충분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올해 과기정통부 R&D 예산은 5조 8577억 원으로 전년 6조 6726억 원 대비 약 12% 삭감됐다. 기존 정부 안보다 6000억 원 넘게 늘어난 규모지만 정부 R&D 예산이 감소한 일 자체가 1991년 이후 처음이다. 이 장관은 당시 윤 대통령의 R&D 예산 전면 재검토 지시와 관련해 “그간 있었던 비효율적인 부분을 효율화하는 것”이라고 밝히며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향식으로 이뤄진 예산 삭감 조치에 과학기술계는 혼란에 빠졌다. 카이스트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학위 수여식에서 벌어진 ‘입틀막’ 사건 이후 대책위를 만들어 정부에 예산 삭감을 누가 주도했는지 책임을 묻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이 예산 증액을 시사한 가운데 이 장관은 “지원 방식과 제도를 투명하고 공정한 체계를 갖춰 연구자들이 R&D 효율화를 피부로 느끼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이 장관이 통신 시장 전략을 발표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는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Challenges(도전)

‘원년 멤버’ 중폭 개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교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장관이 수습 혹은 성과를 입증하기 위한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의미다. 고삐를 당기고 있는 AI기본법 제정과 단통법 폐지는 이 장관이 직접 꼽은 도전 과제다. 과기정통부는 올 초부터 통신 부담을 덜어줄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와 제4이동통신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네 번째 이통사를 준비 중이던 스테이지엑스가 재정 능력 미비로 자격 취소 통보를 받으면서 이 같은 전략에 위기가 닥쳤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일곱 번이나 고배를 마신 제4이통사 구상이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이 장관은 지난 25일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기존 이통3사가 할 수 없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28GHz 대역을 활용해 지연성을 줄이고 산업 발전을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며 제4이통사 28GHz 5G 서비스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라인야후에 대한 일본정부의 행정지도 마감 시한이 다가오면서 주무부처로서 어떤 역할을 추가로 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과방위 의원들은 네이버가 일본 총무성에 행정지도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까지 정부가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는 윤 대통령까지 나서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에 놓는다는 원칙하에 정부 차원에서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며 외교문제로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이 장관은 “정부는 네이버가 손해를 입는 것에 대해 절대적으로 반대의 입장에 있다”고 강조하며 “네이버가 부당한 조치를 받는 일이 발생했을 때 정부도 적극 개입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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