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전체메뉴
HOME > Target@Biz > 비즈

쿠팡 "프레시백 회수 강화"에 기사들 불만 나오는 까닭

수수료 100원, 도입 당시의 10분의 1…기사들 "부가업무 늘어 배송구역 줄일 수밖에, 단가 올려야"

2024.06.26(Wed) 16:07:09

[비즈한국] 쿠팡이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 강화에 들어간다.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던 프레시백 미회수 사진 촬영 방식을 6월 27일부터 전국적으로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쿠팡은 프레시백 회수 작업을 하는 기사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사진 촬영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인데, 기사들 사이에서는 프레시백 회수에 대한 단가 조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쿠팡이 신선식품 배송 시 사용하는 프레시백 회수와 관련해 배송 기사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수거되지 않은 프레시백을 ​주민들이 ​따로 모아둔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사진 촬영 방식, 테스트 후 전국 도입 결정

 

쿠팡이 27일부터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을 강화한다. 기사가 회수지를 방문했는데 프레시백이 없어 수거하지 못한 미회수건의 경우 사진을 찍어 올리면 실제 회수된 건과 동일하게 회수 수행률에 반영하는 것이다. 그동안은 배송 기사가 프레시백을 회수하기 위해 방문했더라도 프레시백이 없으면 회수 수행률에 반영되지 않았다.

 

쿠팡은 이 시스템을 이달 초부터 서울, 경기, 충청 등 10개 캠프에 우선 도입해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배송 기사 사이에서 긍정적 반응이 나옴에 따라 전국 도입까지 결정했다고 한다.

 

그간 쿠팡 고객 사이에서는 프레시백 회수를 두고 불만이 컸다. 프레시백 수거를 신청해도 빨리 회수해가지 않는다는 것. 한 고객은 “며칠을 ​내놔도 가져가지 않으면서 저녁이 되면 ‘프레시백을 집 앞에 내놔달라’는 메시지만 반복해서 받았다”며 “프레시백 회수가 안 돼 종이 상자를 쓰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고객도 “지인들에게 ‘프레시백을 넓게 펼쳐 놓으면 가져간다’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집 앞에 펼쳐 놓자니 자리를 많이 차지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쿠팡 배송 기사들은 프레시백 수거가 업무 부담이 큰 반면 수수료는 개당 100~200원에 불과하다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프레시백 회수가 지연된 것은 기사들이 프레시백 회수 작업을 꺼리기 때문이다. 한 기사는 “회수만 한다고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다. 회수한 후 택배차 안에 다른 배송물건들과 섞이지 않게 정리해둬야 하고, 배송이 끝나면 쿠팡 캠프로 돌아가 반납해야 한다. 반납할 때는 프레시백을 모두 펼쳐 안에 있는 내용물을 분리하고 아이스팩도 따로 담아 처리한다. 펼쳐진 프레시백은 별도의 반납장소에 두는 것까지 해야 작업이 모두 끝난다”고 말했다.

 

번거로운 작업이 이어지지만 수수료는 터무니없이 낮다. 통상 프레시백 회수는 ‘일반’과 ‘단독’으로 나뉜다. ‘일반’의 경우 다른 쿠팡 상품을 배송하면서 그 집에 있는 프레시백을 회수하는 것이고, ‘단독’은 배송과 상관없이 프레시백만을 회수하기 위해 방문하는 방식이다. 일반 회수의 경우 프레시백 개당 회수 수수료가 100원, 단독은 2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쿠팡이 프레시백을 도입한 2020년만 해도 회수 단가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다. 한 배송 기사는 “2021년까지도 회수 한 건당 100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프로모션이 있을 때는 프레시백 개당 2000원을 받은 적도 있다”며 “하지만 100원, 200원씩 단가가 서서히 낮아지더니 지금의 금액으로 고정된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배송 캠프에 수거된 프레시백의 모습. 사진=독자 제공

 

#기사들 “업무 부담 늘어나는데 수수료부터 정상화해야”

 

일부 기사들 사이에서는 프레시백 미회수 사진 촬영 방식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미회수건 사진 촬영이 현재는 일반 회수 건에만 적용될 예정으로 알려졌지만, 향후 단독 건에도 적용될 것을 걱정해서다.

 

한 배송 기사는 “쿠팡 기사로 근무한 지 5년이 됐다. 쿠팡은 항상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때 시범 테스트 후 전국 도입을 하고, 그 후에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했다. 많은 기사들이 당장은 일반 건에만 적용되는 미회수 사진 촬영이 조만간 단독 건으로도 확대될 것이라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주어진 근무 시간 내 현재의 업무량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나 최근에는 프레시백을 사용하는 쿠팡의 신선식품 주문량이 늘어남에 따라 기사들에게 할당되는 프레시백 회수 건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한 기사는 “예전에는 회수 건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크게 늘어났다. 할당되는 회수 업무량이 배송에 차질을 줄 정도”라며 “본래의 업무인 배송보다 프레시백 회수가 건수가 더 많을 때도 있다”고 푸념했다.

 

배송 기사들에 따르면 쿠팡은 각 영업소에 프레시백 회수율을 90% 수준으로 요구하고 있다. 할당된 프레시백 회수 건의 90%를 충족해야 한다는 것. 기존에는 이 비율에 맞춰 자율적으로 처리했지만, 방식이 바뀌면 할당받은 곳은 회수하지 못할 경우 모두 사진으로 찍어 올려야 해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 한 배송기사는 “일반과 단독을 합산해 회수율을 계산하는 만큼 굳이 단독 건을 회수하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다는 것이 쿠팡의 입장이다. 하지만 회수율 90%를 맞추려면 어쩔 수 없이 단독 건까지 처리해야 한다”며 “회수율을 지키지 못하면 경고 처리를 받고, 경고 후 개선되지 않으면 계약이 해지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들은 쿠팡이 프레시백 회수 시스템을 강화하기 전에 프레시백 회수 수수료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기사는 “업무 시간 내 많은 양의 프레시백을 회수하면서 배송까지 마치려면 담당 구역을 줄일 수밖에 없다. 이는 수입 감소로 이어진다”며 “프레시백 회수 물량 과다로 배송 구역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는 만큼, 프레시백 회수 단가를 일반 배송단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것이 열악해지는 근무환경에 놓인 기사들의 고충을 덜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한국은 이와 관련해 쿠팡 측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핫클릭]

· KT, P2P 그리드 서비스 '제어' 두고 '사적 제재' 논란 시끌
· 배달앱 시장에 hy까지 도전, 존재감 약한 신한 '땡겨요' 앞날은?
· '와인앤모어' 줄이고 '뷰티'로…신세계L&B '방향 전환' 성공할까
· [단독] "아모레 제품을 왜 올리브영에만…" 아리따움 가맹점 단체행동 재개
· 신세계 물량 품은 CJ대한통운 '주7일 배송' 가나


<저작권자 ⓒ 비즈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