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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P2P 그리드 서비스 '제어' 두고 '사적 제재' 논란 시끌

이용자 PC에 '고의 장애 유발' 의혹, KT는 부인…"기술적 조치 무엇인지가 관건"

2024.06.25(Tue) 17:33:57

[비즈한국] KT가 또다시 ‘망 중립성’ 논쟁 중심에 놓였다. 경찰이 P2P(개인 간 정보 공유) 그리드 프로그램 이용자 PC에 통신 장애를 일으켰다는 혐의로 KT를 수사 중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KT는 2010년대 초반부터 여러 업계와 관련 논쟁을 이어왔다. 2013년에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허용 문제를 두고 공방했고, 2년 뒤에는 웹하드 사업자들과 법정 다툼을 벌였다. 이번에는 P2P 그리드를 이용한 일부 KT 고객들이 실제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KT는 변칙성이 인정된 그리드 프로그램에 대한 제어 방식이었다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끝나지 않은 KT와 웹하드 업계의 갈등을 어떻게 봐야 할까. 

 

KT가 P2P 그리드 서비스에 자체적으로 제재를 가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위치한 KT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웹하드에 ‘자체 제재’ 또, KT는 “법리적 견해 차” 주장

 

KT가 P2P 그리드 서비스에 자의적으로 제재를 가했다는 의혹이 재차 불거졌다. 2019년 KT가 이와 유사한 사례로 웹하드 업체와 벌인 망 중립성 소송에서 최종 승소한 지 약 5년 만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현재 KT를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혐의로 수사 중이다. KT는 지난 2020년 그리드 프로그램 사용자들의 통신에 고의로 장애를 일으켜 이용자들이 웹하드 서비스와 관련해 오류를 겪게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일부 이용자는 PC가 정상 작동하지 않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른바 ‘악성코드’ 논란이다.

 

P2P 그리드는 이용자의 PC와 인터넷 회선 ‘기부’ 효과를 기반으로 한 기법이다. 웹하드 업체들은 서버 증설과 각종 시스템 관리에 들어가는 돈을 절감하기 위해 그리드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의 PC에 설치해 자사 서버처럼 활용하고 있다.

 

통신망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대용량 파일을 빠르게 내려받을 수 있는 사업 모델은 웹하드 업계의 핵심 전략이다. 이용자가 파일 다운로드를 위해 특정 웹하드 업체의 프로그램을 설치할 때 이 그리드 프로그램이 함께 깔린다. 예를 들어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용자 A 씨가 미국의 웹하드 서버에서 영상을 다운받은 상태일 때, 용산구의 다른 이용자가 이 영상을 원할 경우 일단 A 씨의 컴퓨터에서 끌어다가 내려받게 하는 식이다. A 씨가 웹하드 프로그램을 완전 종료하면 파일은 미국 서버에서 다운로드 된다.

 

KT는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다만 ‘장애를 일으키지 않았다’는 해명보다는 ‘정당한 트래픽 관리’라는 반박에 가깝다. KT 관계자는 “제어 방식에 대한 법리적인 견해차가 있는 사안으로 수사기관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

 

#웹하드 단속이 ‘고객 보호 조치’?

 

그리드 서비스에 대한 KT의 자체 제재는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할 수 있는 합당한 대응 조치일까. 웹하드가 변칙적인 사업 모델 기반으로 운영되는 데다 불법 콘텐츠 유통의 온상으로 지목돼왔다는 사실은 KT에게는 유리한 지점이다. KT는 승리로 끝난 지난 소송 결과를 근거 삼아 웹하드 서버에 대한 제재를 진행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KT는 과거 망 중립성 위반을 문제 삼은 웹하드 업체들과의 소송전에서 승소한 바 있다. 사진=비즈한국DB


KT와 웹하드 업체의 앞선 논쟁은 2015년 KT가 P2P 그리드 기술을 제공하는 한 업체의 서버를 인터넷에서 차단하는 사건이 발단이 됐다. 이 업체의 기술을 사용하는 P2P 업체들 역시 서비스에 지장을 받았는데 웹하드와 시민단체가 “KT가 망중립성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문제제기에 나섰다. 망 중립성은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때 모든 사용자의 접속과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당시 KT는 웹하드 사업자들이 P2P 그리드 서비스로 고객 PC에 담긴 파일 목록을 가져가는 건 유사 해킹 행위에 해당된다는 입장이었지만 시민단체들은 KT가 인터넷 사업자 중 유일하게 이를 차단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9개 웹하드 업체가 KT를 상대로 제기한 인터넷 망 중립성 위반 금지 소송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2019년 재판부가 KT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마무리됐다. 웹하드 업체가 KT를 두고 P2P 기술을 사용한 사업자들 중 네이버, 카카오, 아프리카TV 등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 제공 사업자는 차단하지 않으면서 웹하드 업체만 차별했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 소송 결과는 망사용에 대한 일종의 판례로 인식되고 있다는 게 업계의 말이다. 당시 재판부는 “KT의 차단 조치는 ISP로서 책임을 면하거나 고객 보호 의무를 다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며 “전체 이용자를 위한 트래픽 관리 및 합리적 비용 배분을 목적으로 한 정당한 조치이고 위법하다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고 결론 냈다.

 

#요금 낸 이용자도 직접 피해…‘사적 제재’ 오명 벗을 여지는

 

KT를 비롯한 통신사들은 인터넷 망 구축부터 관리에 많은 비용을 들인다. 망을 통해 오가는 데이터양이 많을수록 비용과 인력도 증가한다.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을 때 사용되는 P2P 서비스는 통신사에게는 자사에 숟가락만 얹고 사업을 하는 눈엣가시같은 존재다.  

 

하지만 ‘사적 제재’와 닮은 대응 방식을 두고는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용자 PC와 그리드 서비스에 대해 적용된 KT의 구체적인 조치 방법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정상적인 영업을 보호하기 위해 방해 요소를 억제했다고 주장하겠지만, 이용자의 PC, 데이터 등에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기술적으로 어떻게 접근했는지가 가장 중요할 것”이라며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합법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2015년 사건과는 피해를 입은 주체가 다르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례에서는 망 사용료를 내는 KT 고객들이 직접 피해를 입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망 법상 누구든 정당한 사유 없이는 불법 프로그램을 설치해서는 안 된다. 김영규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서버로 흘러가는 망을 자른 과거 사례와 달리, 정당한 이용자에게 들어가는 망에 대해 조치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KT가 자체적으로 이용자의 권리를 침해한 부분과 관련해 문제의 소지가 있을 것 같다”며 “불법 콘텐츠 등에 대한 차단 조치를 할 의무가 있으나 공신력 있는 국가 권력에 따른 기준이 분명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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