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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오로라'는 지구에 인류가 있다는 아름다운 증거

태양풍 입자가 ​​지구 자기장에 ​부딪히면서 발생, 자기장은 인류 보호하는 '보호막'

2024.06.25(Tue) 11:27:49

[비즈한국] 지난 2024년 5월 지구 전역이 오로라로 열광했다. 원래는 캐나다 옐로나이프, 아이슬란드처럼 고위도 지역에서만 겨우 볼 수 있는 오로라가 굉장히 위도가 낮은 지역에서도 꽤 선명하게 목격되었다.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과 중국과 몽골, 일본, 심지어 우리나라 강원도에서 그 어렴풋한 모습이 사진으로 기록되었다. 이 오로라 대향연은 태양이 계속해서 그 활동이 난폭해지고 있어서 일어났다. 태양 활동은 지금도 계속 난폭해지고 있으니 이번 오로라를 아쉽게 놓쳤더라도 다음 기회를 기다려볼 수 있다. 

 

태양의 난폭한 활동은 우리 하늘 위에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어주지만 마냥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자칫하면 지구의 전기 기반 인프라와 인공위성까지 큰 타격을 입는 우주적 재난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앞으로 지구는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별 걱정 없이 아름다운 오로라만 구경하면서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태양은 안과 밖으로 복잡하게 얽힌 자기장을 형성하고 있다. 태양 자체가 꾸준히 자전하면서 태양을 에워싼 자기장의 밀도는 더 촘촘해지고, 더 복잡하게 꼬여 들어가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태양 표면 바깥으로 마치 U 자 말발굽의 모양으로 자기장 다발이 나오면서 더 혼란스럽고 복잡한 형태를 갖게 된다. 원래 평화로울 때 태양은 내부의 뜨거운 물질이 밖으로 올라오고 표면에서 식은 물질이 다시 내부로 가라앉는 대류를 활발하게 한다. 그런데 태양 안과 밖으로 복잡하게 얽힌 자기장이 형성되면 대류의 흐름이 방해를 받기 시작한다. 

 

특히 자기장 다발이 표면을 가로질러 나오는 구간에서 비교적 온도가 차갑게 식은 물질이 아래로 가라앉으려고 하는 영역이 형성된다. 주변에 비해 온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훨씬 어둡게 보인다. 이를 태양 표면의 흑점이라고 부른다.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자기장이 복잡해지면 그만큼 태양 표면에 만들어지는 흑점의 수도 늘어난다.

 

태양의 활동성은 대략 11년을 주기로 변동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태양의 자기장은 11년을 주기로 북극과 남극이 뒤집힌다. 자기장 방향이 뒤집히는 과정에서 그 중간 단계일 때 태양의 전체적인 자기장 세기가 제일 약해지고, 흑점의 수도 가장 적게 줄어든다. 이때가 태양의 활동성이 가장 잠잠해지는 극소기다. 반대로 다시 태양의 자기장 방향이 한쪽 방향으로 완벽하게 정렬되면, 흑점의 수도 크게 증가하면서 태양 활동의 극대기에 접어든다. 그동안 태양을 꾸준히 모니터링한 결과, 태양 표면의 흑점의 수는 약 11년을 주기로 늘어나고 줄어드는 일정한 패턴을 반복해서 보이고 있다.

 

태양 표면 바깥으로 복잡하게 얽힌 자기장 분포를 표현한 그림. 사진=NASA

 

마침 2025년이 태양 활동의 다음 극대기다. 그래서 2024년 현재 태양은 점점 더 난폭해지고 있다. 태양 표면 바깥으로 크고 작은 자기장 다발이 둥글게 휘어 나오면서 형성된다. 그 중 일부가 태양 표면으로부터 멀리까지 뻗어나가면서 결국 자기장의 흐름이 끊어지기도 한다. 태양 표면에는 전하를 띠는 플라즈마 입자들이 많이 있다. 그래서 태양 표면 밖으로 뻗어나가는 자기장의 흐름을 따라 고에너지 입자들이 함께 끌려올라간다. 이 입자들은 태양 표면 바깥으로 멀리 뻗어나가는 자기장을 따라 태양 표면 바깥으로 빠른 속도로 분출될 수 있다. 이렇게 태양이 자신의 물질을 사방으로 토해내는 과정을 코로나 물질 분출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물질 분출이 발생하면 먼저 지구에서는 태양 표면에서 발생한 밝은 섬광을 볼 수 있다. 섬광은 빛이기 때문에 태양 표면에서 폭발이 일어나면 8분 후 지구에서 목격할 수 있다. 반면 태양이 방출한 고에너지 입자들은 빛, 광자와 달리 약간의 질량을 갖고 있다. 그래서 빛의 속도보다는 조금 느리게 날아온다.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약 2~3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지구에서 태양 폭발을 관측하고 지구에 언제쯤 피해가 닥치게 될지를 예보할 수 있다. 

 

태양이 분출한 물질이 지구 자기장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극지방에서 오로라가 형성된다. 사진=ESA


태양 표면으로부터 끊어져 나온 자기장 다발과 함께 빠른 속도로 날아온 태양풍 입자들은 지구를 감싼 지구 자기장과 충돌한다. 이로 인해 지구 자기장 다발이 끊어지고, 태양풍 입자들은 지구 자기장의 흐름을 따라 자기장이 높은 밀도로 모여드는 극지방 쪽으로 모이게 된다. 이 태양풍 입자들은 높은 에너지를 머금고 있기 때문에 지구 대기권의 산소 분자들에 에너지를 전해주면서 분자를 들뜨게 만든다. 들뜬 산소 분자들은 녹색, 보라색 등 독특한 빛을 방출한다. 특히 고도 더 높이 있는 산소 분자는 보라색, 그 아래 고도가 더 낮은 산소 분자는 녹색 빛을 발한다. 극지방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수놓는 오로라의 장관은 사실 우리 지구로 쏟아지는 태양풍 입자들로부터 지구 표면을 보호하며 힘겹게 싸우고 있는 지구 자기장의 전투 흔적인 셈이다. 

 

지난 5월 첫째 주 태양 표면에서 최소 일곱 번 이상의 아주 강력한 X급 플레어가 폭발했다. 마침 이때 플레어가 향한 방향은 딱 지구가 놓인 쪽이었다. 그래서 2~3일 뒤 지구 전역에서 강력한 오로라가 목격되었다. 5월 둘째 주에는 태양 표면 곳곳에서 더 강력한 플레어가 연이어 벌어졌다. 하지만 이때는 플레어의 방향이 지구 쪽을 향하지 않아 아쉽게도 그전 주만큼 지구에 뚜렷한 오로라를 남기지는 못했다. 

 

지난번 오로라를 보지 못했다고 해서 실망하기는 아직 이르다. 2025년 극대기를 향해 태양은 지금도 계속 난폭해지는 중이다. 앞으로 약 1년 동안 더 많은 플레어를 태양계 공간 사방으로 꾸준히 토해낼 것이다. 언젠가 태양 표면으로 분출된 플레어의 방향이 딱 지구를 향하게 된다면 지구 전역의 하늘이 아름다운 오로라로 뒤덮이는 순간을 또 만끽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몽골에 설치된 한국천문연구원의 우주물체 감시 망원경에 포착된 오로라. 사진=KASI


하지만 태양풍과 플레어는 마냥 아름다운 우주쇼로만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 심한 경우 인류의 인프라를 망가뜨리고 원시 시대로 되돌리는 끔찍한 우주적 재난을 일으킬 수 있다. 땅 위에 설치된 전신주나 심지어 땅 밑에 깔린 각종 케이블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기록을 보면 태양 폭발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사례가 종종 나온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 하나가 1859년 9월에 기록된 캐링턴 사건이다. 

 

1859년 9월 1일 태양 표면에서 오늘날 기준 대략 X50 규모의 아주 강력한 플레어가 벌어졌다. 다음 날 태양풍 입자들이 지구에 쏟아지면서 막대한 피해가 이어졌다. 유럽과 미국 대륙 전역에 깔린 전기 인프라가 망가졌다. 이때도 저위도 지역까지 오로라가 관측되었는데, 심지어 거의 적도에 가까운 쿠바, 콜롬비아 같은 지역에서도 오로라가 관측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다행히 당시는 인류가 지금보다 전기에 덜 의존적이었기에 보고된 피해가 적었던 편이었다.

 

하지만 인류의 인프라가 각종 전자 기기에서 우주의 인공위성에 이르기까지 반도체, 전자 기기에 점점 더 의존적으로 변화하면서 태양 폭발에도 더 취약해지고 있다. 2012년 7월에는 정말 아슬아슬한 사건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강력한 태양 플레어로 기록된 폭발이 당시 벌어졌다. 순식간에 태양 표면 바깥으로 수십억 톤에 달하는 태양풍 입자들이 빠른 속도로 방출되어 우주 공간으로 쏟아져 나왔다. 

 

정말 다행히도 당시 플레어는 지구를 향하지 않았다. 만약 이 플레어가 지구를 향했다면 지구에 깔려 있는 각종 전자 기기 인프라와 인공위성들은 막대한 피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순식간에 지구 전역의 대도시에서 블랙아웃(정전) 사태가 벌어지고, 거대 기업들의 데이터 센터도 예상치 못한 데이터 손실과 버그 등 막대한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인공위성도 태양풍에 굉장히 민감하다. 단순히 인공위성에 탑재된 반도체가 망가지는 문제를 넘어 태양풍 입자들이 인공위성의 속도와 궤도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지구 대기권에 살짝 걸쳐서 지구 주변을 맴도는 많은 저궤도 위성들은 계속해서 지구 대기로 인한 마찰을 받는다. 그 결과 조금씩 속도가 늦어지고 궤도가 낮아진다. 국제우주정거장, 허블 우주 망원경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태양 폭발로 인해 빠른 속도로 날아온 태양풍 입자들이 인공위성의 속도를 더 늦추는 또 다른 마찰력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허블 우주 망원경의 경우 거대한 태양 폭발이 벌어질 때마다 궤도 속도가 느려지는 정도가 두 배 더 증가한다. 

 

오로라는 지구에 쏟아지는 위험한 태양풍으로부터 지구 표면을 보호해주는 지구 자기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놀라운 증거다. 만약 수 광년 먼 거리에서도 이 오로라 빛을 감지할 수 있다면 지구에 자기장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지구에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도 이 자기장 덕분이다. 

 

지금까지 인류가 발견한 대부분의 외계행성은 태양에 비해 훨씬 작고 어두운 적색왜성 주변 외계행성이 많다. 적색왜성은 태양에 비해 어둡기 때문에 그 주변 행성의 표면에 액체 물이 존재할 만큼 적당한 온도가 유지되려면 별과 행성의 거리가 꽤 가까워야 한다. 그렇게 되면 행성의 온도 자체는 적당할지 모르지만 별 표면에서 터지는 플레어에 취약해진다. 따라서 이런 외계행성에서 생명체를 기대하려면 항성 폭발, 플레어로부터 행성을 지켜주는 자기장이 꼭 필요할 수 있다.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에서 자기장의 존재를 입증하는 오로라 빛을 관측하려는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물론 지금의 관측 기술로는 지구처럼 작은 암석 행성 주변을 에워싼 희미한 오로라를 검증하는 건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만약 중심 별에 바짝 붙어 도는 뜨거운 목성형 타입의 외계행성이라면 지구의 오로라에 비해 100~1000배 더 밝은 오로라 빛을 방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행성의 극지방뿐 아니라 적도 지역에 이르기까지 넓은 영역에 걸쳐 빛을 낼 것이다. 이 모습은 별 앞을 가리고 지나가는 행성의 어두운 밤 부분을 관측할 때 더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관측을 통해서 이제 천문학자들은 물과 온도라는 단순하고 고전적인 관점을 넘어 자기장이라는 더 세부적인 관점에 이르기까지 지구와 유사한 외계행성,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더 높은 환경을 찾는 탐색을 이어가게 될 것이다. 

 

많은 이들이 죽기 전 꼭 한 번은 봐야 한다며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로 꼽는 오로라. 그 모습은 바로 우리 지구에서 이토록 아름다운 생명체가 살아가고 있음을, 그리고 그것이 지구를 감싼 자기장 덕분에 가능했음을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일 것이다. 

 

참고

https://www.swpc.noaa.gov/products/aurora-30-minute-forecast

https://www.swpc.noaa.gov/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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