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아모레퍼시픽과 아리따움 가맹점의 갈등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아모레퍼시픽은 전국아리따움경영주통합협의회에 공정위 신고 등을 취소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협의회 측은 공정위 신고를 취하할 계획이 없다며 7월 초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공정위 신고 취소 조건 걸고…” 가맹점주들 분노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 가맹점주 달래기에 나섰다. 아모레퍼시픽과 오랜 시간 갈등을 빚어온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가맹본사를 신고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자 가맹점주와 협의를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지난해 12월 전국아리따움경영주통합협의회는 상품 단종 및 경쟁 채널 물품 공급 등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이후 협의회는 본사에 상생 방안을 촉구하며 4월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에서 집회를 계획했다. 하지만 집회 직전 아모레퍼시픽이 ‘가맹점이 원하는 요구 조건을 알려달라’며 협상을 제안하자 집회를 취소했다.
그러나 4월부터 이어진 양측의 협의는 두 달 넘도록 결론을 내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갈등이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협의회는 4월 취소했던 집회를 7월 4일 아모레퍼시픽과 올리브영 본사 앞에서 열기로 결정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제대로 된 협상도 하지 않고 물밑에서 사전 조율하는 과정에서도 회사가 터무니없이 나와, 다시 집회 신고를 하고 날짜를 잡게 됐다”며 “현재 가맹점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 대부분 1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집회에 참석하려면 가맹점주들이 하루 영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만큼 절실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리따움 가맹점주 측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가맹점주들의 요구 조건 중 일부를 수용해주는 조건으로 공정위 신고 취소 등을 요구했다. 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이 공정위에 가맹본사를 신고한 것과 올리브영 입점 및 전용 제품 단종 등에 대해 가맹점이 문제 삼는 것을 취소하면 기초 제품을 제외한 상품군은 타사 제품 취급을 허용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가맹점이 원하는 것은 타사 제품 취급이 아니라 기존 계약대로의 제품 공급”이라고 언급했다.
한 가맹점주는 “공정위가 아모레퍼시픽의 상품 단종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는 상황이다. 공정위에서 본사에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에 본사는 타사 제품 취급을 열어주면서 가맹점 상품 단종 문제를 감추고 생색을 내려한다. 공정위에 보여주기 위한 정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아모레퍼시픽이 타사 제품 취급을 허용하면서도 상품 매입은 가맹점이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도 가맹점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한 가맹점주는 “타사 제품을 판매하게 해줄 테니 상품 매입은 협의회에서 자체적으로 하라고 한다. 가맹본사의 역할이 상품 매입 아니냐. 가맹점은 본사가 주는 제품을 열심히 판매하는 것”이라며 “상품 매입도 하지 않는 본사가 무슨 가맹 사업을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가맹점주 “상생 의지 없는 본사”, 아모레 “가맹사업 축소·철수 없다”
아모레퍼시픽과 아리따움 가맹점주의 갈등은 전용 상품 단종 문제에서 비롯됐다. 가맹점주들은 아모레퍼시픽이 아리따움 전용 상품을 계속해서 단종하며 정상적으로 상품을 공급하지 않아 가맹점의 어려움이 커졌다고 주장해왔다. 아리따움 가맹점은 상품군의 구색조차 갖추지 못한 상황이라며 본사가 가맹사업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냐고 반발해왔다.
한 가맹점주는 “화장품 매장이면 어느 정도 구색을 갖추는 게 필요하지 않나. 그런데 아리따움에는 향수나 헤어, 보디 제품과 속눈썹 등 없는 제품이 너무 많다. 매장이 텅텅 비어 있다”며 “잘 판매되던 아이오페, 라네즈, 마몽드, 한율 등의 브랜드 상품을 단종하고 에뛰드, 에스쁘아 브랜드 제품만 공급한다. 자회사 매출과 가치만 키우려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특히나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매장에서 판매율이 높던 제품을 본사가 단종한 뒤 올리브영에 공급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크다. 한 가맹점주는 “아리따움에서 잘 판매되던 제품이 갑자기 단종됐다며 공급이 안 된다. 그러고는 올리브영에서 판매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올리브영에 먼저 입점되고, 판매가 안 되는 제품만 가맹점에게 주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가맹점주도 “가맹비를 내고 수천만 원을 들여 인테리어까지 하며 가맹점을 하는 이유는 가맹점에서만 취급할 수 있는 상품이 있기 때문 아니냐. 그런데 가맹비를 낸 가맹점에는 제품을 주지 않고 경쟁사인 올리브영에만 주는 것은 문제가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맹점주들은 아리따움 가맹점이 줄폐업 하는 상황에서도 아모레퍼시픽이 상생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리따움 가맹점 수는 최근 급격히 줄고 있다. 2017년 1248개였던 것이 2021년 650개로, 지난해 9월에는 429개로 감소했다. 현재는 380여 곳만 남은 상태다.
가맹점과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아모레퍼시픽은 가맹 사업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오프라인 가맹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할 계획이 전혀 없다. 그동안 공급되지 않던 상품을 공급하거나 타사 제품을 추가로 취급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아리따움 가맹점과의 상생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는 상황이다. 현재 가맹점주들이 원하는 부분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협의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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