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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와이너리] 서른살 꿈돌이의 영원한 모험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평화와 번영을 상징…신비로운 이미지 유지하며 통일된 비주얼 가져야 '롱런'

2024.06.20(Thu) 10:20:04

[비즈한국] 지난 6월 17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앞 광장에는 거대한 꿈돌이와 꿈순이 한 쌍, 그리고 그 가족으로 이루어진 조형물이 등장했다. 대전광역시가 캐릭터 ‘꿈돌이’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확장하여 만든 꿈씨 패밀리가 서울을 방문했다는 콘셉트로 진행된 ‘꿈씨 패밀리 서울나들이’ 지역 콘텐츠 홍보 행사였다. 1993년 8월, 대전에서 개최된 국제공인 세계박람회(엑스포)를 위해 만들어진 캐릭터 꿈돌이는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평화와 번영의 상징으로,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박람회의 이미지를 아기 우주요정(혹은 도깨비)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꿈돌이는 1993년 대전엑스포를 위해 탄생한 캐릭터로, 과학기술을 통한 인류 평화와 번영을 상징하며 큰 인기를 얻었지만, 엑스포 이후 무관심 속에 잊혀졌다가 2020년 카카오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재조명되었다. 시청 서울광장에 전시된 꿈씨패밀리 조형물. 사진=서울시 제공

 

1988년 서울올림픽 마스코트 호돌이에 이어 디자인파크 대표 김현의 작품이 또 한번 선정되었다. 1989년 8월, 기본형이 확정되었고, 이름은 1990년 가을 시민 투표를 거쳐 ‘꿈돌이’로 정해졌다. 노란 외형, 뾰족한 귀, 모서리를 굴린 삼각형 머리에 팔 대신 긴 발을 지닌 꿈돌이는 누구도 보지 못했고, 아무도 표현한 적 없던 ‘우주에서 온 아기요정’을 어떻게 그려낼지 고민한 결과물이다. 꿈돌이와 그 짝인 꿈순이는 포스터, 애니메이션, 입장권 등의 각종 서식류와 조형물을 통해 엑스포 기간 동안 종횡무진 활약하며 박람회장을 다녀간 사람들의 머릿속에 깊이 각인됐다. 꿈돌이 통장과 게임이 출시되는 등 대전을 넘어 전국구급 인지도를 지닌 캐릭터로 활약했다.

 

그러나 한여름밤의 꿈은 짧았다. 대전엑스포가 끝난 후 ‘포스트 엑스포’ 전략의 부재와 함께 꿈돌이의 운명도 무관심 속으로 빠져들었다. 2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공식적인 언급이나 사용은 거의 없었으며, 거꾸로 뒤집힌 채 폐기, 방치된 대형 꿈돌이 조형물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카카오TV의 예능 프로그램 ‘내 꿈은 라이언’​ 출연을 계기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꿈돌이는 이제 대전광역시를 대표할 만한 캐릭터로 거듭났다. 다소 늦은 감은 있으나, 내 꿈은 라이언 종영 후 카카오톡 이모티콘 출시, 꿈돌이 홍보관 개관, 시 차원에서 구상된 ‘대전 꿈씨’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대전에 문화콘텐츠가 부족하다는 세간의 인식과 최근 불고 있는 1990년대 문화를 다시 찾는 레트로 열풍도 꿈돌이의 리부트를 돕고 있다.

 

93년 발표된 오리지널 꿈돌이 캐릭터. 사진=엑스포과학공원 홈페이지

 

아쉬운 점이라면 형태의 통일성 부재를 꼽을 수 있다. 그런 혼선은 1993년 당시 이미 존재했다. 디자인파크에서 서정적인 터치로 직접 그려낸 오리지널(기본형+응용형 18종)의 비례가 가장 아름다웠지만, 입과 손이 없어 의사 전달과 동작 표현에 제한이 있다는 피드백에 따라 입과 손이 있는 꿈돌이 응용형이 따로 개발되어 애니메이션과 굿즈 제작에 사용되었다. 그러나 체형 자체를 바꿔 버리기보다는, 호돌이의 상모로 다양한 표현이 가능했던 것처럼 부가 장치를 부착하는 식으로 해결했어야 한다고 본다.

 

오늘날 재등장한 꿈돌이 역시 오리지널과는 많이 다르다. 모든 사용 현장에서의 퀄리티가 모두 같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머리가 너무 커진 최근의 가분수 꿈돌이는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귀여운 면만 강조하는 것 같다. 심지어 시 SNS에 올라온 어떤 홍보물을 보면 원본에 없는 두꺼운 팔을 휘두르며 축구를 하는 모습도 보인다. 우주요정도 얼마든지 스포츠를 즐기고 옷도 입을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동작에서 머리만 바꿔놓은 모습으로는 차별화가 불가능하다.

 

오리지널 꿈돌이의 드로잉은 당대 첨단 과학기술의 상징으로써 명쾌하지만 모든 것을 드러내지는 않는, 사람들을 유토피아로 인도하면서도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비로운 색채를 지니고 있다. 캐릭터 전문 업체의 가이드를 통해 그런 면을 강화하고, 중구난방으로 표현되는 꿈돌이의 모습을 통일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난 연말 ‘꿈씨 패밀리’ 정비 작업을 통해 방향은 어느 정도 통일한 것 같지만, 비주얼이 아직 부족하다. 귀엽기만 한 캐릭터는 이미 우리 곁에 충분히 많다. 꿈돌이를 찾는 사람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꿈돌이라서 가능한 모습과 서사이며, 그것이 일시적 유행을 넘어선 롱런의 비결 아닐까.​ 

 

​​​필자 한동훈은?

서체 디자이너. 글을 쓰고, 글씨를 쓰고, 글자를 설계하고 가르치는 등 글자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관심이 있다. 현재 서체 스튜디오 얼라인타입에서 다양한 기업 전용폰트와 일반 판매용 폰트를 디자인한다. ‘월간 디자인’​, 계간 ‘디자인 평론’​​등에 기고했으며 온·오프라인 플랫폼에서 서체 디자인 강의를 진행한다. 2021년 에세이집 ‘글자 속의 우주’​를 출간했다.​

한동훈 서체 디자이너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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