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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집단휴진 불참 전문병원은 '북새통' 환자 목소리 들어보니

지방서 상경한 환자들 대학병원 아닌 전문병원으로…"이견 있더라도 진료는 해야"

2024.06.19(Wed) 10:47:40

[비즈한국] “위중한 환자가 내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면 (휴진은) 해서는 안 될 일이 아닐까요. 소명 의식을 갖고,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줬으면 좋겠습니다.” 18일 오전 손녀와 함께 서울의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을 찾은 A 씨가 한 말이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전날 무기한 휴진에 돌입한 가운데 대한의사협회도 이날 집단 휴진을 예고했다. 분만병의원협회, 대한아동병원협회, 뇌전증지원병원협의체 등 일부 단체는 불참을 알렸다. 17, 18일 문을 닫지 않은 전문병원 세 곳을 찾아 환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한의사협회가 집단 휴진을 예고한 18일 오전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이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하다. 이날 오전 10시께 이 병원의 대기 인원은 100명을 넘겼다. 사진=김초영 기자


#문 열자마자 대기인원 20명…환자들 “지킬 것은 지켜야”

 

서울의대 교수들이 무기한 휴진에 들어간 17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화상 전문병원. 오후 진료를 시작한 지 30분이 안 된 시각에도 대기 인원은 금세 10명을 넘겼다. 성인 환자보다 아동 환자가 많았는데, 이들 중에는 외국인 환자도 있었다. 자녀가 팔 화상으로 입원 중인 B 씨는 “화상 전문병원이라고 해서 오게 됐다. 인근 대형병원 응급실에 있다가 왔는데 처치부터 더 전문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병실도 1명이나 2명인 경우는 있어도 아예 비어 있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병원인 만큼 다른 지역에서 온 환자도 많았다. 전날 강원도에서 왔다는 C 씨는 “여행을 갔는데 지인 딸이 넘어지면서 컵라면을 아이 무릎에 쏟았다. 주위에 병원이 없어서 구급차를 불러 식염수로 대처하고 오늘 바로 왔다. 흉이 질 것이 걱정돼 전문병원을 찾았다”고 말했다. C 씨는 현 의정갈등 상황에 대해 “처음에는 정부와 이견이 있을 수 있다고 이해를 했다. 근데 법원에서 기각 판결이 나오고 증원이 확정된 후에도 이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골에는 의사가 정말 없다. 환자들을 볼모로 할 것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면서 정부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오전 9시께 서울의 한 뇌혈관 전문병원의 대기 인원이 20명을 넘겼다. 사진=김초영 기자

 

집단 휴진이 예고된 18일 오전 또 다른 전문병원. 오전 9시께 1층 대기 공간은 순번을 알리는 벨 소리와 방문객의 말소리로 북적였다. 서울의 유일한 뇌혈관 전문병원인 이곳은 진료과목만 12개다. 벽면 두 쪽을 채운 접수수납과 제증명 창구 앞은 빌 틈이 없었다. 환자 대부분이 고령층이었는데, 문을 연 후 1시간 동안 대기 인원이 10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았다. 신경외과 진료를 받았다는 D 씨는 “인근 고대병원도 갈 수 있었지만 뇌 진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으로 왔다. 뇌경색이 왔는데 1년 넘게 치료를 받으면서 오늘은 정기 검사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인근 병원 휴무에 마음 졸인 학부모들…휴진 의료기관 전체의 15%

 

이날 서울 구로구의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도 집단 휴직 소식에 마음을 졸인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이 병원은 오전 10시께 대기 인원이 100명에 달했다. 체온을 재려는 사람들과 대기하는 이들로 진료실 앞 공간은 혼잡했다. 구로동에 거주하는 E 씨는 이날 자녀와 함께 병원을 찾았다. E 씨는 “아침에 아이가 열이 나고 편도가 부었는데, 다른 병원은 오늘 휴진이 많을 것 같아 이곳에 왔다. 너무 멀면 부담이 됐을 텐데 버스로 몇 정거장 되지 않는 거리라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18일 오전 서울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오후 휴진’ 안내문을 부착했다. 같은 층에 있는 한 비뇨기과 의원은 이날 진료를 하지 않았다. 사진=김초영 기자

 

대기 공간은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인파로 가득했다. 손녀를 데리고 병원을 찾은 F 씨는 “아이가 아프면 무조건 잘 낫는 것이 중요하다. 집에서 40분 정도 걸리지만 다른 병원보다 치료를 잘하는 것 같아서 선택했다”고 말했다. F 씨는 의료계 집단행동에 대해 “가족 중에 응급환자가 없어서 크게 와 닿지는 않지만, 의사라면 소명 의식을 갖고 진료에 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에 흔들리지 않고 자리를 지켜줬으면 하는 것이 환자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전문병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병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이 지정하는 전문병원은 질환 12개 분야, 진료과목 7개 분야에서 운영 중이다. 제5기 1차년도(2024~2026년) 전문병원 지정기관은 총 94개 기관이다. 지난 2월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전문병원은 인근 주민에 그치지 않고 많은 환자를 흡수하고 있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전문의로만 구성된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을 방문해 의료진을 격려한 바 있다. 서울 소재 전문병원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문병원의 병상가동률 및 일평균 수용률은 증가세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8일 오후 4시 기준 의협 집단 휴진에 참여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5379개소로 전체의 14.9%로 집계됐다. 이날 의협은 의대 정원 증원과 필수의료정책패키지의 재검토 등을 요구했다. 전날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협을 진료거부 독려 등으로 신고한 정부는 이날 개원가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하고 의협의 임원 변경 및 법인의 해산을 언급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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