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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전 8기' 실패한 제4이동통신, 근본 원인이 뭘까

14년 통신과점 종식 못하고 백지화…"정책 효과 내려면 제도 전반 뜯어고쳐야"

2024.06.18(Tue) 17:41:23

[비즈한국]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키려던 정부의 여덟 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제4이통사 정책은 다시 표류하게 됐다. 5년 전 법을 고쳐 기간통신사업자 진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정부는 지난해 28GHz 대역을 활용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정책 금융 지원 등을 내걸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는 한편,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숙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앞으로의 방향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후보 자격 취소를 결정하면서 제4이동통신사 출범이 사실상 여덟 번째로 무산됐다. 서울 송파구 스테이지엑스 본사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납입 자본 500억도 안 돼” ​실망감 드러낸 정부 ​

 

“기대감에 비해 제출된 내용이 굉장히 부실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앞으로 준비하고 개선해야 할 법·제도를 추가 검토하고 계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제4이동통신사 출범에 또 실패한 정부는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과기정통부는 자본금과 구성주주 부족, 자본금 납입 계획 미비를 이유로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 취소를 결정했다. 스테이지엑스가 지난 1월 말 주파수 경매에서 가장 높은 4301억 원으로 5G 28GHz를 낙찰 받은 지 4개월 반 만이다.

강 차관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자본금 납입 증명서를 통해 주파수할당신청서에 적시한 자본금 2050억에 현저히 미달하는 금액만 납입됐음을 확인했다”며 “장비 제조사 등 협력사, 투자사, 이용자 등 향후 예상될 수 있는 우려사항도 고려해 할당 대상 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스테이지엑스의 제4이동통신사 후보자격 취소 예정에 대해 브리핑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재도전’ ​강조했지만, 충돌하는 통신정책·​28GHz 한계 넘어야

 

이번 결정으로 제4이통사 출범 논의 후 14년간 8번의 실패 기록을 쓰게 된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 취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제4이통사를 찾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과기부는 연구반을 가동해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재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 단계는 어떻게 전개될까. 핵심은 재정 능력을 검증할 체계를 보완하는 것이다. 일곱 번 실패한 허가제 대신 등록제 모델이 등장했지만 자본력과 기술 역량을 확인하는 절차에 오히려 빈틈이 생겼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스테이지엑스는 2019년 등록제로 법이 개정된 후 선정된 첫 후보다. 기존에는 재무건전성 등 요소별로 엄격한 허가 심사를 거쳐야 시장 진입이 가능했지만 이번에는 재무건전성 평가를 주파수 경매로 갈음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높은 진입 장벽 앞에 도전 기업들이 번번이 고꾸라지자 고안한 방책이다. 이번 경매에서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할당을 신청한 스테이지엑스, 세종텔레콤, 마이모바일 등 3개 법인에 모두 신청 ‘적격’ 판정을 내렸다. 단순하게는 3개 법인에 경매 참여 자격을 부여한 절차인데, 3사 모두 주파수 할당 자격을 갖췄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혼란이 초래됐다. 스테이지엑스 측은 과기정통부가 이 적격 검토를 통해 제출 서류의 내용을 승인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용이 필요한 통신 산업 특성상 자본력의 문턱을 낮추는 허가제 폐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등록제로 규제 완화가 되면서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검증 방법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았다. 통신사업은 경매 대금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설비를 구축하고 사업을 유지할 자본과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정해진 일정 속에서 이런 부분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다시 허가제로 ‘회귀’하는 방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게 중론이다. 허가제보다는 지체됐더라도 결과적으로 선별 작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는 시각도 있다.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절차가 일부 진행됐고 사업자의 반발도 나왔지만, 등록제 하에서도 재무적 불확실성이 있는 사업자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고 봤다.

정부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꼬인 스텝 풀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청문 절차를 앞두고 말을 아끼는 와중에도 제도 재정비 등은 공식화한 상황이다. 주파수 경매 입찰 시 할당 대가를 일부만 납입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연구 등이 거론된다. 정부가 스테이지엑스의 자격 미달을 주요 원인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경매 대금 분납 문제 등 현 제도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관련 질의에 “청문 등이 마무리된 후 본격적으로 연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7일 사업 전략을 소개하는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 사진=스테이지엑스 제공

 

전문가들은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석현 시민중계실장은 “제4이통사 구상은 알뜰폰 진흥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0년대 초에 적합한 전략이었다. 업계 3위 LG유플러스를 포함해 3사가 확고히 자리 잡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사가 진입하는 것만으로는 활발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통법 폐지, 전환지원금, 알뜰폰, 제4이통사 출범 등 여러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마저 의무 구축에 실패한 28GHz 대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론상 속도도 빠르고 앞선 기술이지만 기반을 갖춘 사업자들도 실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전했다. 김용희 연구위원은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를 최종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자금을 연결해주겠다는 전략 수준으로는 안 된다.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들어온 후발 사업자가 적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정부 망, 인프라, 로밍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패키지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경제성, 상용화 가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한 대역을 공급하고 사업자가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28GHz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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