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제4이동통신사를 출범시키려던 정부의 여덟 번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갔다. 제4이통사 정책은 다시 표류하게 됐다. 5년 전 법을 고쳐 기간통신사업자 진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꾼 정부는 지난해 28GHz 대역을 활용하기 위해 제도 개선과 정책 금융 지원 등을 내걸었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했다는 정부 책임론이 대두되는 한편,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라는 숙원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앞으로의 방향성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납입 자본 500억도 안 돼” 실망감 드러낸 정부
“기대감에 비해 제출된 내용이 굉장히 부실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앞으로 준비하고 개선해야 할 법·제도를 추가 검토하고 계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
#‘재도전’ 강조했지만, 충돌하는 통신정책·28GHz 한계 넘어야
이번 결정으로 제4이통사 출범 논의 후 14년간 8번의 실패 기록을 쓰게 된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후보 자격 취소를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제4이통사를 찾겠다는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과기부는 연구반을 가동해 관련 법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재도전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막대한 설비 투자비용이 필요한 통신 산업 특성상 자본력의 문턱을 낮추는 허가제 폐지를 두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았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등록제로 규제 완화가 되면서 진입 장벽은 낮아졌지만 검증 방법이 충분히 보완되지 않았다. 통신사업은 경매 대금을 내는 데서 끝나지 않고 설비를 구축하고 사업을 유지할 자본과 역량이 필요하다. 정부로서는 정해진 일정 속에서 이런 부분을 놓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좀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석현 시민중계실장은 “제4이통사 구상은 알뜰폰 진흥 정책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0년대 초에 적합한 전략이었다. 업계 3위 LG유플러스를 포함해 3사가 확고히 자리 잡아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사가 진입하는 것만으로는 활발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단통법 폐지, 전환지원금, 알뜰폰, 제4이통사 출범 등 여러 정책이 충돌하지 않도록 전반적인 정책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 3사마저 의무 구축에 실패한 28GHz 대역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론상 속도도 빠르고 앞선 기술이지만 기반을 갖춘 사업자들도 실현하기 어려운 영역”이라고 전했다. 김용희 연구위원은 “경쟁 활성화라는 정책 취지를 최종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 자금을 연결해주겠다는 전략 수준으로는 안 된다. 정부 정책 기조에 맞춰 들어온 후발 사업자가 적정 수준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때까지 정부 망, 인프라, 로밍 등에 대한 종합적인 패키지 정책이 필수적”이라며 “경제성, 상용화 가능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월등한 대역을 공급하고 사업자가 시장에 자리를 잡으면 28GHz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등의 대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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