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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 채워진 퀘이사 지도 '콰이아' 공개

가이아 위성 관측 데이터 통해 암흑물질 분포 파악, 우주배경복사 분포 형태와 비슷

2024.06.17(Mon) 19:52:51

[비즈한국] 1962년 천문학자들은 삼각형자리 방향에서 강력한 전파를 방출하는 ‘별’을 하나 발견했다. 워낙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기에 처음에는 평범한 별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그 별의 스펙트럼을 분석한 결과, 극단적으로 긴 파장 쪽으로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그 적색편이 정도는 이 천체가 거의 45억 광년이라는 엄청난 거리에 떨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멀리 있는데도 지구 하늘에서 이렇게 밝게 보이려면 이 천체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해야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천문학자들은 아주 먼 거리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토해내면서 별인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미지의 천체, 퀘이사라는 존재를 발견했다.

 

대체 어떻게 퀘이사가 이런 말도 안 되는 막대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지는 여전히 주요한 미스터리 중 하나다. 천문학자들은 초기 우주의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한꺼번에 많은 물질을 집어삼키면서 에너지를 토해내는 흔적일 거라 추정한다. 초기 우주에 존재한 활동성 은하핵의 흔적으로 보는 셈이다. 

 

퀘이사는 워낙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덕분에 아주 먼 거리에서도 그 존재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래서 먼 우주까지 지도를 그리는 좋은 잣대가 된다. 워낙 밝은 탓에 원래는 고작 10만 광년 이내 우리 은하 안에 있는 가까운 별들의 지도만 그릴 목적으로 올라간 가이아 위성에도 보였을 정도다. 그래서 천문학자들은 가이아 위성으로 포착한 우리 은하 너머 수십억 광년 거리에 있는 퀘이사들의 데이터를 모아 역사상 가장 거대한 퀘이사의 지도, 바로 우주 속 초거대 질량 블랙홀로만 채워진 블랙홀의 지도를 완성했다. 

 

 

퀘이사의 가장 흥미로운 점 중 하나는 빅뱅 이후 우주의 나이가 약 20억~40억 년일 때 가장 많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이때가 퀘이사의 전성기였다. 그 이후 퀘이사의 빈도는 크게 줄어들었다. 요즘 우주에서는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퀘이사를 볼 수 없다. 그래서 퀘이사는 빅뱅 이후 20억~40억 년 시절에 우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파악하게 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이 시기는 초기 우주의 긴 암흑이 끝나고 이제 막 최초의 은하, 별들이 탄생하면서 우주가 다시 아름다운 천체의 빛으로 채워지기 시작하던, 우주의 새벽을 지나 우주의 정오쯤을 향해가던 때였다고 할 수 있다. 

 

퀘이사는 현대 우주론의 가장 주요한 미스터리, 암흑 물질의 지도를 그리는 데에도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은하를 감싼 거대한 암흑 물질 헤일로의 한가운데, 암흑 물질이 가장 높은 밀도로 모여 있는 그 중심에 초거대 질량 블랙홀이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막대한 양의 암흑 물질을 함께 집어삼키면서 성장한 활동성 은하핵이 전파를 비롯한 다양한 파장의 빛을 방출하면서 퀘이사의 모습으로 관측될 수 있다. 즉, 우주 전역에서 밝게 빛나는 퀘이사의 지도를 그린다는 것은 우주 전역에 높은 밀도로 뭉쳐 있는 거대한 암흑 물질 헤일로 덩어리의 분포 지도를 그린다는 것과 같은 뜻이다. ​

 

육중한 블랙홀을 품은 활동성 은하핵이 퀘이사의 정체일 것으로 추정한다. 사진=ESO

  

우리 은하 속 별들의 세밀한 공간 분포 지도와 움직임을 관측하고 있는 가이아는 아주 민감해서 우리 은하 별들뿐 아니라 그 너머 비교적 밝은 배경 은하들과 퀘이사들까지 포착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가이아의 세 번째 데이터(Data Release 3)를 분석한 천문학자들은 그 안에서 퀘이사로 의심되는 후보 약 660만 개를 찾아냈다. 그리고 각 후보 천체의 적색편이, 밝기, 슬로안 서베이를 비롯한 다른 서베이 탐사와의 비교 분석을 통해 최종적으로 130만 개의 유효한 퀘이사를 골라냈다. 

 

우리 은하수 자체에 시야가 가려져 그 너머의 먼 우주를 볼 수 없는 회피대(zone of avoidance) 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우주의 모든 방향에서 130만 개의 퀘이사들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아주 방대한 퀘이사들의 지도가 완성되었다. 가이아 관측으로 완성된 퀘이사의 지도라는 뜻에서 천문학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콰이아(Quaia)’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가이아 미션으로 파악한 퀘이사들의 공간 분포 지도.

 

퀘이사는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우주 거대 구조의 그물 구조 분포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특히 빅뱅 이후 20억~40억 년이 지난 꽤 초기 시점부터 존재했기 때문에, 퀘이사의 분포를 추적하면 단순히 은하의 분포만으로 파악할 수 있는 우주 거대 구조보다 더 이른 초기 우주의 거대 구조 흐름까지 알 수 있다. 

 

이번에 완성된 콰이아 지도를 바탕으로 천문학자들은 한 가지 더 흥미로운 분석을 진행했다. 우주 속 은하들, 퀘이사들, 암흑 물질들이 어디에 어떻게 분포하고 있을지를 결정하는 건 결국 빅뱅 직후 초기 우주에 우연히 어느 지역이 밀도가 더 높고 낮았는지에 따라 결정된 결과다. 밀도가 주변보다 살짝 높았던 지역은 중력이 조금 더 강해 주변 물질을 끌어모으면서 더 높은 밀도로 성장했고, 주변보다 살짝 밀도가 낮았던 지역은 반대로 물질을 빼앗기면서 더 텅 빈 우주 거대 구조의 보이드로 성장했다. 

 

초기 우주의 밀도 분포는 우주의 나이가 약 38만 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우주 팽창과 함께 우주 속 물질의 밀도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처음으로 물질과 빛이 분리되고 우주가 맑게 개던 최초의 순간, 태초의 빛이 우주 전역으로 퍼지면서 우주 배경 복사의 형태로 그 흔적을 남긴 순간에 고스란히 각인되어 있다. 따라서 퀘이사의 분포를 통해 확인한 초기 우주 암흑 물질의 분포는 결국 우주 배경 복사의 분포를 통해 확인한 초기 우주의 밀도 요동, 밀도 분포의 형태와 비슷해야 한다. 이번에 완성한 퀘이사 지도로 추정한 암흑 물질 분포를 실제 우주 배경 복사 데이터와 비교한 결과, 놀랍게도 꽤 잘 들어맞았다. 

 

특히 이번에 완성된 콰이아 지도는 앞서 퀘이사들의 공간 분포 지도를 그린 슬로안 서베이 같은 다른 지도에 비해 가장 넓은 면적과 부피에 퀘이사의 분포를 담았다. 그래서 가장 완벽하게 우주 속 퀘이사, 은하, 암흑 물질의 공간 분포를 반영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관측을 통해 앞서 우주 배경 복사만으로 추정한 우주 팽창률, 허블 상수의 추정치를 다시 점검할 수 있다. 퀘이사 관측을 통해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한 우주의 팽창률에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한 우주 팽창률에 문제가 없다’는 이 희망적인 결과가 오히려 난감한 결과로 이어지는 측면이 있다. 현대 천문학에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가장 난감한 미스터리, 허블 텐션이 있다. 우주가 팽창하는 정도를 두 가지 방식, 은하들의 후퇴 현상과 우주 배경 복사로 측정하면 그 정도가 다르게 추정된다.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된 우주의 팽창률이 우주 배경 복사만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보다 좀 더 빠르게 나온다. 

 

한때 천문학자들은 각각 계산 방식의 오차가 줄어들고 더 정밀해지다보면 결국 두 방식의 추정치 모두 한 값으로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러나 시대가 지나고 오히려 각 방식이 더 정밀해질수록 두 계산 방식의 간극은 더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올라가고 퀘이사 지도가 완성되면서, 은하들의 후퇴 현상과 우주 배경 복사로 추정한 우주의 팽창률에 이상은 없었는지를 검증하는 시도가 다시 이어졌다. 그러나 더욱 난감하게도 각 방식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거듭 확인되었을 뿐이다. 

 

제임스 웹으로 먼 은하의 세페이드 변광성, 초신성을 관측해서 다시 더 정밀하게 은하까지 거리를 재는 방법을 조율해봐도 여전히 은하들의 후퇴 현상으로 추정되는 우주 팽창률에는 변화가 없다. 이번 가이아 관측으로 완성된 퀘이사 지도로 재확인한 우주 배경 복사의 데이터 역시 기존의 추정치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결국 관측 방식에 따라 우주의 팽창률이 다르게 측정되는 이 난감한 허블 텐션이라는 거대한 간극은 굳건하게 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참고 

https://iopscience.iop.org/article/10.3847/1538-4357/ad1328

https://zenodo.org/records/10403370

 

필자 지웅배는? 고양이와 우주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은하철도 999’를 보고 우주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꿈을 갖게 되었다. 현재 연세대학교 은하진화연구센터 및 근우주론연구실에서 은하들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를 연구하며, 강연과 집필 등 다양한 과학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하고 있다. ‘썸 타는 천문대’, ‘하루 종일 우주 생각’, ‘별, 빛의 과학’ 등의 책을 썼다.​​​​​​​​​​​​​​​​​

지웅배 과학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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