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되면서 가맹점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가맹사업법 개정이 이뤄져야 가맹점 보호를 위한 보다 확대된 정책 등의 도입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지라 아쉬움이 더욱 크다는 목소리다.
#19대부터 21대 국회까지 발의됐지만, 가맹사업법 개정안 또다시 폐기
5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야 간 이견이 크다는 이유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상정되지 않았다. 21대 국회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가맹사업법 개정안도 자동 폐기됐다. 소상공인위 위원장을 맡은 민병덕 의원은 “본회의 상정조차 안 된 상황에 매우 유감을 표한다”며 “가맹사업법이 이미 충분히 논의된 만큼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신속처리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가맹점주들은 가맹사업법 개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해왔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골자는 가맹점주사업자단체(가맹점주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가맹본부에 협상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그간 가맹 본사의 부당 대우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 것을 두고 가맹점에 부여된 협상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가맹 본사의 정책에 가맹점이 부당하다고 느끼는 측면이 있더라도, 본사와의 논의 자리가 만들어지지 않아 제대로 된 대응이나 항의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3년 가맹사업법이 개정돼 가맹점주사업자단체가 가맹본부에 대해 가맹계약의 변경 등 거래조건에 대한 협의를 요청할 수 있게 됐으나, 그때부터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요구는 끊이지 않았다. 가맹점 단체로부터 협의를 요청 받으면 가맹본부는 성실하게 협의에 응해야 한다고만 규정돼 강제성이 없다 보니, 사실상 가맹 본사와 가맹점주와의 협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요구가 커지며 국회에도 수차례 법안이 발의됐지만, 법안 처리는 되지 않았다. 박승미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정책위원장은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계속해서 발의된 내용이었다”며 “다시 절차를 밟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가맹점주들의 목소리에서도 아쉬움이 묻어났다. 한 가맹점주는 “가맹점주들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학수고대해왔다. 힘없는 자영업자들을 보호할 법안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아쉽다. 불공정한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 기대했는데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돼야 확장된 논의 가능한데’ 가맹사업법 개정 재논의 될까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산업 자체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해왔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개정안에 대해 “불필요한 분쟁 양산과 브랜드 성장 정체로 산업 전체가 위축될 것”이라며 “개정안은 규정이 미비해 복수의 가맹점사업자단체가 협의요청권을 남발하거나, 단체 간 경쟁을 조장해 불필요한 분쟁이 양산되는 등 부작용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가맹사업법 개정안 통과가 가맹 본사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현재는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고 벌칙 조항이 없다. 가맹 본사가 협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법이 개정돼 제재를 하면 기업으로서는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맹점주들은 가맹점이 협상권을 가지면 무분별한 요청을 남발할 것이란 지적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박승미 전가협 정책위원장은 “점주들은 공동투자자의 개념이다. 점주들이 원하는 것은 브랜드가 잘 되고 본사도 잘 되는 것인데, 가맹사업법 개정이 공멸로 갈 것이라는 의견은 너무한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한 가맹점주도 “가맹점주들은 하루하루 생업에 집중하는 사람들이다. 일부러 분쟁을 만들고 나설 사람이 어디에 있나”라며 “본사가 공정하면 가맹점이 협상하자는 요청을 왜 하겠나. 공정한 거래를 원하는 것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제성이 없는 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단체교섭권에 대해 제재를 하냐 마냐에 대한 차이인데, 어느 정도의 제재는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는 협의에 성실히 응해야 한다고만 되어있고 그에 관한 벌칙 조항이 없으니 가맹 본사가 협의에 응하지 않아도 문제 되지 않는다”며 “시정 명령 정도의 제재는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협상 대상 단체를 명확히 지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강성민 대한가맹거래사협회장은 “모든 가맹점주단체와 협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 한 가맹점에도 점주 단체가 여러 개로 분산돼 있다. 편의점의 경우 지역별로 단체가 세분돼 있는데, 가맹 본사가 모든 단체와 논의를 나눈다는 것은 사실상 시간, 행정력 낭비다. 가맹점주를 대표할 수 있는 단체하고만 협상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가맹사업은 계속 성장하는 분위기인 만큼 가맹사업법 개정이 이뤄져야만 추후 가맹점 보호를 위한 보다 확장적인 논의가 가능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박승미 전가협 정책위원장은 “자영업자의 종속성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기존의 가맹점 외 수탁사업자도 늘고 있으며 대규모 유통업체의 입점업체도 복합쇼핑몰에 종속돼 있지 않나. 종속 자영업자를 충분히 보호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가맹사업법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가맹사업법의 개정 여부에 따라 다른 영역에도 적용될 여지가 있다. 협상권과 등록제가 통과된다면 순차적으로 이런 논의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핫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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