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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 금융사기] 금융범죄 3063건을 78건으로 병합…수사 빨라져도 피해 회복 더뎌

'단건 수사'에서 '병합 수사'로 적극 수사…판결 전까지 범인 재산 조회 못해

2024.06.14(Fri) 15:41:13

[비즈한국] 자기 자본 없이 돈을 불리는 금융투자가 유행하면서 투자사기가 급증했다. 수법도 진화를 거듭해 피해자가 늘어만 간다. 금융·수사 당국이 강력 규제, 특별단속을 외치지만 소비자에겐 와닿지 않는다. 비즈한국은 시시각각 달라지는 ‘신종 투자사기’를 추적 보도한다. 금융소비자들이 미리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한다.

 

최근 금융사기가 급증함에 따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는 5월 31일 기존 ‘단건 수사’ 체계에서 ‘병합 수사’ 체계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유사한 사건을 전국 수사관들이 중복 수사하면서 사건 처리가 지연됐는데, 이를 하나의 수사팀이 병합해 수사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수본은 단서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이를 취합할 수 있는 기능을 개발해 올해 5월부터 사이버사기, 피싱범죄 수사에 적용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수본은 유사한 사건을 병합해 수사하는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체계 전환으로 용의자 검거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자료=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병합수사, 얼마나 효과 있나

 

국수본은 2024년 1월부터 5월까지 투자리딩사기 등 주요 금융범죄 3063건을 분석한 후 78건으로 병합, 사이버사기 2만 3628건을 3829건으로 병합 수사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사건 처리 기간도 단축됐다고 밝혔다. 국수본은 올해 1~5월 전체 수사부서의 평균 사건 처리기간은 59.1일로 가장 처리 기간이 길었던 2022년 3월(72.8일)대비 21.3%가 감소했다고 말한다.

 

국수본의 ‘병합 수사’로 실제 수사가 중단됐던 사건이 ‘재개’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 결과 확인됐다. 올해 1월 불법 리딩방으로 1억 3000만 원의 피해를 입은 A 씨는 지역 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했다. 그러나 3개월 후인 올해 4월, A 씨는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지’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피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어 추적이 불가능하다는 이유였다.

 

망연자실했던 A 씨에게 며칠 전 희망의 빛이 배송됐다. A 씨가 관할지역이 아닌 다른 경찰서에서 사건을 ‘병합’해 수사를 재개했다는 내용의 통지를 받은 거다. 피해를 신고한 지 반년, 수사가 중지된 지 약 두 달 만의 일이다. A 씨는 비즈한국에 “캄보디아에서 일당 일부를 검거했다고 한다. 그래서 6월에 수사가 재개됐다고 한다. 다만 일당 전체를 잡은 건 아니라 수사는 계속 진행된다고 한다”고 밝혔다.

 

올해 1월 신고한 리딩방 사건에 대해 3개월 후 경찰서로부터 온 통지문. 추적이 불가능해 수사를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자료=제보자 제공

 

수사 중지 통보를 받은지 두 달 후, ​A 씨는 병합수사로 수사를 재개한다는 통지문을 받았다. 자료=제보자 제공

 

최근 신재생 에너지 사기를 당했던 B 씨 역시 유사한 일을 겪었다. B 씨는 “신재생 에너지와는 또 다른 사건의 용의자가 5월에 잡혔는데, 신재생 에너지 사기 집단과 관련성이 의심된다고 한다. 원래 수사 중지 직전이었는데, 같은 수사팀에서 수사가 진행될 거라고 한다”고 밝혔다.

 

#재산명시 제도가 문제? 범인 잡혀도 피해자들 우는 이유

 

국수본이​ 금융사기 검거에 전력을 다하면서 검거율이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이후다. 피해자들은 범인을 잡더라도 피해회복 가능성이 낮다고 토로한다. 앞서 A 씨는 “일부 일당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은 후 여러 판사, 변호사 등을 만나 피해회복 절차를 알아봤다. 형사재판만으로 피해를 보상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민사재판으로 손해배상 청구를 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일당이 ‘현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돌려받기 어려울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검거 후에도 한 달 이상은 기소 절차가 걸린다고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일당이 검거되더라도 피해회복은 어렵다고 말한다. 금융사기 관련 사건을 다수 맡은 전중혁 법무법인 한원 변호사는 “투자사기, 리딩방 사기는 점조직으로 운영되다 보니 국수본 병합수사로 효율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 민사 소송으로 피해회복이 가능하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민사 소송을 하더라도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점조직처럼 퍼져 있고, 주동 조직은 대부분 해외에 있어서 이미 돈이 반출된 이후다. 피해 회복되는 사건은 10%정도로, 여기서도 피해 금액을 전부 돌려받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재산명시 제도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종언 법무법인 존재 변호사는 “현재 제도 하에서는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피해 회복은 거의 불가능하다. 보통 형사 소송과 민사 소송을 동시에 진행하게 되는데, 형사 소송 판결에 따라 민사 소송에서 손해 배상을 반환하라는 판결이 나온다. 문제는 판결이 나기 전까지 피해자가 상대방 계좌를 조회할 수 없다는 점이다. 판결 이후에야 재산 명시 제도를 통해 상대방에게 재산을 명시 받게 되는데, 이 과정만 1년 가까이 걸린다. 검거 후 재산명시까지의 기간을 합치면 3년 정도가 소요되는 거다”고 말했다.

 

이어 노종언 변호사는 “민사 소송 판결이 나온 이후 압류를 하더라도 재산이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재산 조회는 재산조회일 당시의 재산만 알 수 있다. 즉, 체포된 이후에라도 재산을 빼돌리면 이동 경로를 알 수 없다. 경찰 역시 수사 중 파악한 재산 현황을 피해자에게 고지해줄 수 없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재산 이동경로를 알 수 있다. 결국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 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처벌은 강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사기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금융사기 범죄를 강하게 처벌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전중혁 변호사는 “최근 금융사기 사건 주동자가 이례적으로 12년 형을 받은 사례도 있는데, 금융사기를 하나의 범죄 단체조직으로 보면서 이런 사례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다현 기자 allhyeon@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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