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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진의 계정공유] '커넥션', 이토록 짜릿하고 쫄깃한 드라마 "간만인데?"

탄탄한 설정에 지성 '약 빤' 연기로 기대감 만발…'용두사미' 결말은 제발 피해줘

2024.06.14(Fri) 14:18:55

[비즈한국]익숙한 플롯인데 몰입감이 강하다. 흔히 다룬 소재들인데 짜릿하다. 책으로 따지면 뒷 장이 궁금해 조바심 내며 빨리 책장을 넘기는 기분이다. ‘누군가에 의해 마약에 강제로 중독된 마약팀 에이스 형사가 변질된 우정, 그 커넥션의 전말을 밝혀내는 중독추적서스펜스’ 드라마 ‘커넥션’ 이야기다. 배우 지성이 주연을 맡은 ‘커넥션’은 1화 시청률 5.7%로 시작해 6화를 맞아 9.4%로 고공행진 중이다.

 

경기 남부 마약조직을 일망타진한 장재경(지성)은 순경으로 시작해 특진으로 경감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그가 경감으로 특진한 날, 고등학교 동창 박준서(윤나무)가 찾아온다. 그들에겐 20년 전 고등학생 시절 묵은 사연이 있다. 준서는 재경에게 용서를 구하지만, 재경은 외면한다. 그리고 준서가 남기는 의미심장한 한 마디. “다시 제자리로 돌려 놓을게.” 그 직후 재경은 누군가에게 납치돼 강제로 신종마약에 중독되어 풀려나고, 준서는 공사장에서 추락한 시체로 발견된다. 뭔가 있어도 큰 게 있는 게 분명하다.

 

장재경은 자신을 납치해 신종 마약에 중독시킨 무리가 고등학교 친구 박준서의 자살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직감한다. 사건이 묻힐까 봐 자신의 중독 사실을 밝히지 못하는 장재경의 노력이 이 드라마의 키포인트다. 사진=SBS 제공

 

박준서의 죽음과 장재경의 납치·마약 중독에는 연관이 있다. 장재경에게 마약 제보를 던지며 함정에 빠뜨린 의문의 존재 ‘닥터’가 그 옛날 고등학생이던 박준서와 장재경이 SOS 사인으로 쓰던 ‘1882’가 적힌 문자로 접근했기 때문. 게다가 고등학교 동창들은 의심의 여지가 많은 박준서의 죽음을 애써 자살로 종결시키려 하며 부검에 반대한다. 의심스럽다. 금형그룹 회장 아들이자 금형약품 부회장 원종수(김경남), 박준서의 검시를 맡은 부부장 검사 박태진(권율), 원종수의 비서실장 오치현(차엽) 등 일명 원종수 패거리들은 박준서와 장재경이 20년 전 갈라서게 된 묵은 사연에 얽혀 있는 인물들. 왜 이들은 박준서의 부검을 막을까.

 

장재경과 박준서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박준서의 검시를 맡은 부부장 검사 박태진. 여러 모로 봐도 의심스러운 박준서의 죽음을 애써 자살로 밀어붙이며 부검을 반대했다. 사진=SBS 제공

 

박준서는 고등학생 시절 동아리명이었던 ‘오디오파일’이란 이름의 법인을 세우고, 죽기 일주일 전 그 법인명으로 50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생명보험을 들었다. 놀랍게도 그가 보험금 수혜자로 유언장에 지목한 것은 장재경과 또 다른 동창이자 지방지 신문기자 오윤진(전미도), 그리고 동아리 선배였고 금형약국 연구원이던 이명국(오일영). 실종된 상태였던 이명국을 제외하고 장재경과 오윤진은 필연적으로 박준서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쫓게 된다. 재미난 건 보험금 수혜를 앞에 두고 장재경과 오윤진의 입장이 다르단 것. 이혼한 남편에게 있는 딸아이를 데려와 키우고 싶은 마음에 뒷돈을 받으며 ‘기레기’로 전락한 오윤진은 박준서의 타살을 입증해 보험금을 타내는 게 목표이고, 장재경은 자신을 함정에 빠뜨린 이 사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게 목표다.

 

금형그룹 회장의 아들이자 금형약품 부회장 원종수(가운데)는 고등학교부터 지금껏 친구들과 모종의 커넥션을 갖고 자신의 야망을 키워왔다. 그에게 친구들은 그저 자신의 일을 봐주는 신하와도 같은 존재. 사진=SBS 제공

 

‘커넥션’이 펼쳐놓는 이야기와 연관된 수많은 인물들은 모두 고구마 넝쿨처럼 얽혀 있다. 가련한 유족인 줄만 알았던 박준서의 아내 최지연(정유민)은 박태진과 모종의 관계가 있고, 원종수 패거리의 동창이자 금형약품 연구원인 정상의(박근록)은 원종수 패거리의 지시에 충실히 따르는 조용한 친구로 보이나 죽은 박준서와 모종의 계획을 짠 것으로 보인다. 원종수 패거리의 ‘따까리’ 친구인 정윤호(이강욱)는 어쩐 일인지 시키지도 않은 일을 앞서서 해치우며 장재경의 수사를 방해하고, 장재경 휘하의 경위 김창수(정재광)는 어딘지 모르게 장재경의 마약 중독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여 의심을 산다. 이외에도 ‘닥터’에게 약을 독점 공급받는 인물이자 장재경의 총을 갖고 달아난 마약 조직원 공진욱(유희제), 마약 유통업계에서 일하며 ‘닥터’와 직거래할 생각에 장재경의 마약 중독에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윤사장(백지원) 등이 드라마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장재경, 박준서, 원종수 패거리가 있던 학급으로 전학 와 모두의 첫사랑 같은 존재로 떠올랐던 오윤진. 세월이 흘러 이혼한 남편이 키우는 딸아이를 데려와 키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돈을 밝히는 ‘기레기’가 되었다. 사진=SBS 제공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가늠이 되면서도, 끊임없이 과거의 사건과 연관된 인물이 예상치 않은 곳에서 튀어나오고, 긴장감이 늦춰질 찰나 장재경의 마약 중독 증세로 일을 망칠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 튀어나오니 쫄깃하지 않을 수가 없다. 탄탄한 대본과 완급 조절 능숙한 연출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냉철하게 모든 것에 의심을 던지면서도 환각 증세에 시달리며 시시각각 피폐해지는 중독자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지성의 열연은 이 드라마에게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이래서 지성이면 감천이랬나!

 

형사인 장재경과 기자인 오윤진은 각자의 이유로 박준서의 죽음에 얽힌 진실을 쫓는다. 박준서가 든 거액의 생명보험을 처리해준 또 다른 동창 허주송(정순원)의 서포트는 이 드라마에서 유일하게 쉼표의 순간. 사진=SBS 제공

 

‘안현시’로 상정된 중소도시를 지배하는 고착화된 유지 세력, 필오동 택지개발 사업을 둘러싼 비리, 각자의 이익을 위해 어린 시절부터 커넥션을 쌓아온 친구들 사이의 계급구도, 검경 유착 등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흔히 보아온 이야기지만, 최종적으로 이 드라마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우정’에 관한 게 아닌가 싶다. 공식 홈페이지 인물 소개란의 주요 인물들에겐 ‘우정은 위험하다’ ‘우정은 이용하는 것이다’ ‘우정은 없다. 군신만 있을 뿐’ ‘우정은 지켜내야 한다’ 등 각 인물이 생각하는 우정에 대한 지론이 소개돼 있다. 각자의 욕망과 각자의 신념으로 모종의 커넥션을 맺은 이들의 우정은 과연 어떻게 그 민낯을 드러낼까 궁금해진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모두 각자의 사연을 담고 있어 궁금증을 일으키지만 마약에 중독된 마약반 형사라는 딜레마를 연기하는 지성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사진=SBS 제공


다만 벌써부터 염려되는 건 이 드라마의 마무리. 아직 진실의 발치에도 못 미쳤는데 이런 염려가 들 정도로, ‘커넥션’은 간만에 만나는 탄탄하고 쫄깃한 수작이다. 부디 지성의 열연이 끝까지 빛을 발할 수 있기를. 

 

필자 정수진은?

여러 잡지를 거치며 영화와 여행, 대중문화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썼다.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지만 최신 드라마를 보며 다음 장면으로 뻔한 클리셰만 예상하는 옛날 사람이 되어버렸다. 광활한 OTT세계를 표류하며 잃어버린 감을 되찾으려 노력 중으로, 지금 소원은 통합 OTT 요금제가 나오는 것. 

정수진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writer@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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