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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피해 이민 간다던 전문의, 영국 신청 현황 살펴보니…

비자 신청한 전문의 0명, 뚜렷한 움직임 없어…의료사고 유죄 비율 영국 대비 50.5배

2024.06.14(Fri) 09:38:07

[비즈한국]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내년도 전문의 배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전공의 설득에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민을 선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다 국민들의 의료진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국내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앞서 의료계와 정부는 미국 J1비자 발급을 두고 갈등하기도 했다. 직종별 비자 신청 현황을 공개하는 영국의 상황을 들여다봤다. 

 

영국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는 국제 일반의(GP)를 모집하고, 영국에서 GP로 교육받기 희망하는 해외 의대 졸업생들을 지원한다. 사진=NHS 홈페이지

 

#영국의사 비자 신청, 1분기 ‘0명’

 

국내 의료진의 영국 비자 발급은 과연 늘었을까. 영국은 미국이나 호주와 달리 정부 홈페이지를 통해 국적별, 직종별 비자 발급 현황 등을 매 분기 공개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력은 전문직종(Skilled Worker)으로 분류돼 비자가 발급된다. 일반의 및 전문의, 간호사, 치과의사, 약사 등이 보건의료 인력에 포함된다. 2021년부터 지난 1분기까지 국내 보건의료 인력의 비자 신청 통계를 정리해 봤다. 위에 언급된 직종 외에도 물리치료사, 방사선 촬영기사, 간병인 등도 포함했다. 

 

먼저 의사를 살펴보면 전문의의 비자 신청은 0명이었다. 일반의는 18명으로, 1년 동안 평균 6명이 비자를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 △2021년 5명 △2022년 8명 △2023년 5명 △2024년(1분기) 0명이다. 간호사의 경우 이 기간 32명이 비자를 신청하며 보건의료 인력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를 기록했다. 연도별로 △2021년 10명 △2022년 3명 △2023년 16명 △2024년(1분기) 3명이다. 의사와 간호사는 이 기간 모두 50명이 비자를 신청했다. 의사와 간호사의 1분기 신청자 수가 각각 0명, 3명에 그쳐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뚜렷한 이민 움직임이 있지는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치과의사는 이 기간 인원이 13명으로 절반 이상인 7명이 2023년도에 비자를 신청했다. 연도별로 △2021년 0명 △2022년 4명 △2023년 7명 △2024년(1분기) 2명이다. 약사는 6명으로 △2021년 0명 △2022년 2명 △2023년 4명 △2024년(1분기) 0명이다. 물리치료사와 방사선 촬영기사, 간병인은 각각 2명, 3명, 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보건의료 인력을 놓고 보면 이 기간 76명으로, 1년에 평균 25명이 비자를 신청했다. 이 가운데 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은 23.6% 정도다. 

 

#“처벌 없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기소 의사 수, 한국이 영국 566배

 

그동안 의료계 안팎에서는 워라밸, 연봉 등이 언급됐지만 최근에는 ‘처벌 가능성’ 등이 이민의 이유로 거론된다. 처벌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며 국내에서 의료 행위를 하기보다는 다른 국가에서 진료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4대 과제에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이 포함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정부는 보험·공제 가입을 전제로 의료사고 대상 공소제기를 제한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사망사고 포함 여부, 미용·​성형 제외 등은 논의 대상이다. 

 

이달 초에는 환자에게 ‘맥페란’을 처방했다가 법원으로부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은 의사가 화두였다. 80대 환자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는데, 문진 과정에서 이를 알리지 않았음에도 전신 쇠약과 발음 장애 등의 상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의사는 항소심에서도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1심이 유지됐다. 논란이 되자 정부는 12일 “업무상과실치사상은 의료법 제65조제1항제1호 단서에 따라 면허취소 사유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를 비롯한 의사 등 관계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의사협회 주최로 열린 대한민국 정부 한국 의료 사망선고 촛불집회에 참석해 의대 증원을 규탄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이번 판결로 일부 보건소는 “약물 처방 후 부작용 발생 시 유죄 판결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약물에 제한을 두겠다”는 내용의 공지를 하는 등 나서고 있다. 이를 두고 의료계에서는 “이제 보건소를 찾는 만성질환자는 감기, 무좀, 피부 질환, 전립선비대증 등의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됐다. 지침을 반드시 지켜서 다시는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독려하고 있다. 산부인과 전문의 A 씨는 “산부인과에서는 혈전증 위험이 있는 피임약, 폐경 호르몬제 처방이 두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의료진이 기소당하거나 유죄 판결을 받는 경우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다. 의료정책연구원이 2022년 발표한 ‘의료행위의 형벌화 현황과 시사점’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2018년 기소된 의사 수가 영국은 8명, 한국은 4529명이다. 형사재판 결과를 보면 한국은 2010년~2020년 유죄 판결을 받은 숫자가 239건, 영국은 2013년~2018년 4건이다. 건수만 놓고 보면 50.5배의 차이다. 형사재판 상위 10개 진료과목 중에는 정형외과, 산부인과, 일반외과, 일반의학과, 정신의학과 등이 겹쳤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안 관련 공청회를 개최했다. 빠른 시일 내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내 TF를 구성해 의료분쟁 조정·​중재 제도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의료계는 “환자 사망에 대한 특례 적용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환자계는 “의료사고 분쟁은 정보 비대칭성으로 과실 및 인과관계 입증이 어려운 만큼 피해자의 입증 책임 완화가 담겨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선다.

김초영 기자 choyou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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