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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가맹점 30만 시대, 점주들은 왜 거리로 나섰나

본사 갑질에 단체행동·공정위 신고 늘어 "가맹점 보호해줄 곳 없어"

2024.06.13(Thu) 16:22:06

[비즈한국]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마찰이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가맹점주가 모여 집회를 열고, 공정위에 가맹본부를 신고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가맹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산업이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가맹점이 제 목소리를 내고 보호 받을 수 있는 환경은 여전히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5월 28일 CU가맹점주협의회​ 회원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여는 모습. 사진=박해나 기자

 

#“블랙리스트 감수하고 집회” 왜 단체행동 나서나

 

“폐업하는 점주들은 행복한 거예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정말 힘든 사람들은 위약금 때문에 폐업도 할 수 없어요. 본사는 가맹점을 쥐어짜며 매년 실적을 내고 있어 점점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어요​.”

 

BGF리테일에서 운영하는 편의점 CU​ 가맹점주의 말이다. 지난​달 28일 CU 가맹점주들이 거리로 나왔다. 가맹본사가 일방적으로 물류 방식 변경을 통보했고, 이로 인해 가맹점의 영업 환경이 악화했다며 BGF리테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포항, 대구,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가맹점주들은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본사의 부당 대우를 주장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 점주는 “야간 영업을 끝내자마자 잠 한숨 못 자고 서울로 올라왔다. 몸이 힘들긴 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본사가 가맹점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13년 2973개였던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수는 2022년 8135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브랜드 수는 3691개에서 1만 1844개로, 가맹점 수는 19만 730개에서 33만 5298개로 늘었다. 프랜차이즈 산업 매출액도 2013년 91조 7000억 원에서 2022년 164조 원으로 1.79배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사라지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많다. 1년에 브랜드 1000개 정도가 없어진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신규 브랜드가 ​그보다 더 많이 ​생기다 보니 전체적으로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매년 5~10%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가맹 본사와 가맹점의 갈등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가맹본사가 ‘갑질’을 일삼아 이로 인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가맹점이 늘었다. 공정위는 2023년 가맹 분야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고물가, 고금리, 소비부진 등 삼중고로 인한 가맹점주의 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의 분쟁이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가맹점주들의 큰 불만 중 하나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이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고 협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맹본부와 가맹점 사이에 분쟁이 생겨도 가맹본부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의 대화 요청 등을 대부분 거부한다는 데 불만을 표시한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최근 10년간 일어난 가맹사업의 단체분쟁 사건 32개 중 31개는 가맹점의 대화 요청을 가맹본부가 거부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CU 가맹점주는 “집회 등의 단체행동이라도 하지 않으면 본사는 가맹점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도 않는다. 가맹점주들과 대화를 할 생각도 없다. 집회를 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A 브랜드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가맹점이 본사의 부당 대우에 대해 몇 년간 꾸준히 문제를 제기했으나 본사 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두 달 전, 참다 못한 가맹점주들이 집회를 준비하니 그제야 집회를 막기 위해 급하게 협상안을 제시하더라”며 “생업이 있는 ​가맹점주들이 집회에 참석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방식이 아니면 본사에서는 가맹점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B 브랜드 가맹점주도 “단체 행동을 하는 가맹점주를 본사에서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별도 관리하는 일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서라도 참여할 정도로 가맹점의 상황은 열악하다”고 전했다.

 

프랜차이즈 산업은 매년 5~10%가량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가맹점 보호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위 신고 늘었지만 결과 나오기까지 하세월

 

가맹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하는 가맹점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아디다스 가맹점주들은 아디다스가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 계약 갱신을 거절해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버거킹 가맹점주들은 가맹금 폭리 부당을 주장하며 가맹본부를 신고했고, 투썸플레이스 가맹점주도 공급 물품 강제에 문제를 제기하며 가맹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네이처컬렉션 가맹점주들은 일방적 가맹 계약 해지 통보와 관련해 LG생활건강을 신고했고, 아리따움 가맹점주들은 상품 단종 및 경쟁 채널 물품 공급 등과 관련해 아모레퍼시픽을 공정위에 신고한 상태다.

 



하지만 공정위 신고 처리에는 상당 기간이 소요된다는 문제가 있다. 통상 가맹점이 본사 부당 행위에 관해 공정위에 신고를 하면 처리 과정에만 1~2년 이상 소요된다. 지난해 3월 공정위에 신고 접수된 아디다스코리아는 올해 3월이 돼서야 겨우 조사받기 시작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위원회에 안건 상정·의결된 사건의 조사 착수에서 심의일까지 평균 처리 소요기간이 지난해의 경우 501일(잠정)에 달한다.

 

가맹점주들은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공정위가 신속하게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 가맹점주는 “지난해 12월 가맹본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고 6개월이 지났다. 12월 중 공정위에서 요청한 자료를 제출한 뒤 처리에 진전이 없다”며 “공정위에서는 ‘사건 처리와 관련해 살펴보고 있다’는 얘기만 반복한다. 이미 그 사이에서 본사 갑질로 폐업한 가맹점이 30~40곳이다”라고 푸념했다.

 

이어 “가맹점주들은 본사의 횡포에 대해 제대로 대응할 곳이 없다. 공정위에서 해결해주길 바라지만 처리 과정이 너무 지연된다.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공정위는 갑을 위한 단체가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가맹점을 보호해줄 곳이 없다. 답답한 심정”이라고 전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근 접수되는 사건들은 규모가 작지 않거나 복잡하다. 조사해야 할 범주가 넓고 법리 검토할 것도 많다 보니 사건을 들여다보는 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며 “조사부서에서 과징금 부과가 필요하다고 검토 결과를 내리더라도 최종 결정은 위원회에서 한다. 안건을 올리면 그때부터 위원회가 소집되고 의결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다 보니 사건 처리가 오래 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정위는 신속한 사건 처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처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한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앞서의 관계자는 “작년 4월부터 조사 부서와 정책 부서가 분리됐다. 같은 부서에서 법 개정과 사건 검토를 함께하다 보니 처리가 지연된다고 판단해서다. 이제는 부서 분리로 사건만 집중해서 볼 수 있어 좀 더 신속하게 처리가 가능해졌다. 계속해서 처리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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