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살포 사건으로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대북 대응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가안보를 진두 지휘하는 장 실장에 대해 알아본다.
#Character(인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1961년 8월 10일생으로 올해 62세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 중구에 있는 성동고등학교를 29회로 졸업하고 1980년에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외교학과에 입학했다. 1984년 학사 학위를 딴 뒤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 들어가 1987년 경제행정 전공으로 행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영국에 있는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에 입학해 1990년 국제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직윤리시스템(PETI) 공직자 재산 공개자료에 따르면, 장 실장은 재산 총액 158억 원을 등록했다. 전체 재산 공개 대상자 1975명의 신고 재산 평균인 19억 101만 원을 훨씬 웃돈다. 직전 신고 때의 97억 원보다 약 60억 원 불어났다. 재산 중 예금이 107억 원에 이르는 점이 눈에 띈다. 그 밖에 건물 25억 원, 증권 12억 원, 토지 11억 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Career(경력)
장호진 실장은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관직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건 1982년 서울대학교 3학년 재학 중 16회 외무고시에 합격하면서다. 1983년 외무부에 입부했다. 이후 외교통상부 동구과장, 주러시아 참사관, 북핵외교기획단 부단장, 북미국 심의관에 이어 대미외교 핵심 보직인 북미국장을 맡으며 줄곧 외교관의 길을 걸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서 2013년까지 청와대 외교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특별보좌관과 황교안 국무총리의 외교보좌관을 맡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퇴직하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외교·안보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 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하면서 러시아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뒤 주러대사로 임명되면서 외교관으로 복귀했다.
2023년 조현동 당시 외교부 제1차관이 윤 정부 두 번째 주미대사로 임명되면서 장 실장이 조현동 대사의 후임으로 외교부 제1차관을 맡게 됐다. 장 실장은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인 ‘3실장’을 모두 교체하면서 올해 1월 1일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됐다. 이전 3실장(김대기·이관섭·조태용)이 평균 나이 65세인 것에 비해 교체된 3실장(이관섭·성태윤·장호진)은 모두 1980년대 학번 출신에 평균 나이 59세로 전보다 6세 낮아졌다.
#Capability(역량)
장호진 실장은 한반도를 둘러싼 핵심 외교 사안에 두루 해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미 동맹 관련 사안, 북핵과 더불어 대러시아 관계까지 다룬 경험이 있어 전략적 마인드와 균형 잡힌 시각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2월 28일 그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되자 참모진 수뇌부의 세대를 낮춰 심기일전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인사로 풀이됐다. 장 실장은 당시 “한미 동맹, 한·미·일 협력 강화, 주변국과 새로운 관계 정립, 인도·태평양 전략 등을 추진해 나가면서 방산 분야 발전을 통해 민생 분야에서도 외교·안보가 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Critical(비판)
장 실장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출간한 회고록을 반박했다. 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윤 정부의 외교 정책을 퇴행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장 실장은 “지난 정권 말 중국에 ‘눈치보기’, ‘굴종외교’란 말이 나왔던 것과 우리는 다르다”고 정면 대응한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이 ‘외교안보’ 회고록을 낸 이후 현 정부 고위당국자가 이를 직접 반박한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장호진 실장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대사 임명을 두고 야권이 ‘도피성 출국’을 주장하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비판한 바 있다. 장 실장은 도피성 출국이라는 주장은 근거와 일관성이 없다고 일축하면서 “공수처가 조사를 안 한 게 문제의 핵심”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은 지난달 말부터 남쪽을 향해 1000여 개 이상의 오물 풍선을 살포했다. 탈북민단체가 대북전단을 띄운 것에 대한 맞대응이다. 풍선 속에는 대남전단(삐라)이 아니라 폐건전지, 거름, 담배꽁초, 분뇨 등이 담겨 있었다. 5월 28일, 6월 1일, 6월 8일, 6월 9일 등 북한의 풍선 살포는 지속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9일 밤 오물 풍선 살포 직후 담화를 내고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대북전단)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도 강하게 대응했다. 2일 장호진 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회의 이후 장 실장은 “북한 도발에 대응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4일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전체 효력을 정지하고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의결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9일 재개해 2시간 동안 이어졌다.
#Challenges(도전)
남북이 강대강으로 대치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면서 군사적 충돌 위험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 소통 채널이 끊긴 데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로 군사적 완충지대마저 사라졌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할지 장호진 실장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이 쏠린다. 더불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맹국 및 주변국과의 관계 개선 역시 그에게 주어진 막중한 과제다.
양휴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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