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한국] 유럽연합(EU)과 미국, 일본 등 각국이 인공지능(AI) 관련 법제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규범을 주도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했다. 새 기술이 등장하면 표준과 규제를 선점한 나라가 산업을 주도하기 마련이다. 글로벌 단위로 공급과 소비가 이뤄지는 AI에서는 주도권의 중요성이 더욱 크다. 한국도 AI 기본법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21대 국회의 임기 만료와 함께 인공지능 관련 법안 13개는 자동 폐기됐다. 다만 새 국회 개원 이튿날 AI 법안이 발의되는 등 동력은 이어지고 있다.
#21대 국회 발의안 모두 폐기, 새 국회도 ‘시동’
12일 기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확인되는 AI 관련 법안은 16건이다. 법안 2건이 발의된 20대 국회에 이어 21대에서는 인공지능이라는 이름이 붙은 법안만 13건이 발의될 정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국회 임기 종료에 따라 현재는 모두 폐기된 상태다.
과방위 안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AI 비밀법’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1년이 넘도록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아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장혜영 정의당 전 의원은 지난달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방위 측에 확인한 결과 현재로서는 AI 기본법에 문서화된 안이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것은 국회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진흥-규제’ 양립 핵심 과제…“유럽처럼 위험도 분류해야”
새 기본법은 어떤 모습일까. 업계 안팎에서 과방위 안을 계승할 새 법안이 어떤 내용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기존 안은 2년 가까이 국회에서 논의되다가 위원회 대안으로 처리됐다. AI 신뢰성, 투명성, 안전성에 대한 여야 공감대를 확보해 개별 의원들의 발의안도 여기에 토대를 둘 가능성이 크다. 여야의 7개 법안을 묶은 ‘종합본’이기 때문에 법안 통과에는 실패했지만 나름의 기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달 서울 AI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AI 안전성 연구소 설립 관련 내용도 기본법에 새롭게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AI 안전성 연구소는 초기 논의 당시 런던에 한 곳 마련될 계획이었지만 영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국가별 운영이 결정됐다. 김명주 교수는 “연구소 운영을 위해서는 법적인 토대가 필요하다. 격차가 생기지 않도록 국내에서도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며 “관련 내용과 함께 AI 인증·검증, 영향평가 등이 기본법의 주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하반기 국정감사와 예산안 심의 등 주요 일정을 감안하면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빨라도 연말에야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기존의 비판을 넘어서는 법안이 나올지도 주목된다. 21대 국회 과방위 안에 대해서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규제 성격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는데,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까지 ‘우선허용·사후규제’ 원칙 등을 문제 삼으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고위험 AI의 범위가 모호하고, 생명·안전·인권 등 AI 기술을 적용해서는 안 되는 분야에 대한 규정이 없어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후 과방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와 논의해 이 원칙을 삭제한 수정안 통과를 추진해왔다.
전 이사장은 “AI는 패러다임을 바꾸는 기술”이라며 “강제 규제, 자율 규제를 구분하고 산업 진흥과 규제가 양립하는 법안이 나오면 한국이 AI 글로벌 규범에 있어 리더십을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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